제6주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맞아 지난 11월 1일, 부안군 학생들이 '자연사박물관, 부안을 걷다'라는 주제로 부안기행을 떠났습니다. 기행을 마친 학생들이 <본지>에 네 편의 소감문을 보내왔습니다.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인 부안을 걷고 느끼며 스스로 부안의 문화와 가치를 발견하고자 떠난 학생들의 여정을 글로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매주 1편 씩 4주간 게재됩니다.

백산고 김문화, 계화중 임예은, 서림고 이수아, 줄포중 표서인 학생 순으로 싣습니다. 

부안을 걷다…부안의 역사와 자연·문화를 알아가는 시간 여행 

 

임예은 / 계화중학교
임예은 / 계화중학교

이날은 부안교육지원청에서 학생독립운동기념일 제96주년으로 현장체험학습을 준비해 원래 배를 타고 위도를 가서 색다르고 많은 체험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람이 많이 부는 관계로 부득이하게 배 운항이 힘들어 어쩔 수 없이 위도 탐방이 아닌 육지 안에 있는 부안에서 체험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안에 대해서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유익하고 의미 있는 활동이라 아쉬운 마음은 살짝 뒤로 하고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마음을 단단히 먹었습니다.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8시 10분 즈음에 교육청을 도착하니 많은 선생님과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먼저 도착한 언니들에게 인사를 하며 서로 수다를 떨다 보니 벌써 간식과 자료집을 받을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준비물들을 배분받고,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리고 나선 다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선생님들이 오늘의 일정을 알려주시고, 오늘 하루 수고해 주실 선생님들, 학생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며 버스가 출발을 하였습니다. 

그렇게 많은 길을 지나치고 부안의 적벽강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부안에 살지만 채석강과 적벽강 위치가 매일 헷갈렸었는데 자료집을 보니 채석강의 끝부분인 죽막마을을 경계로 하여 북쪽이 적벽강이고, 남쪽은 격포 해수욕장을 포함한 채석강이라는 것이 쓰여 있어서 이번에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이해가 잘 되게 읊어보자면 채석강에서 북쪽으로 약 1km의 백사장을 따라가면 적벽강에 이르게 되며 백사장 뒤편의 죽막마을을 경계로 채석강과 나누어지고, 죽막마을 앞에는 천연기념물 제123호인 후박나무가 군락을 이루어 방풍림 역할을 하고 있으며, 거기서부터 서쪽으로 용두산을 돌아 절벽과 암반으로 펼쳐지는 해안선 약 2km를 ‘적벽강’이라고 부른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정말 원래는 잘 모르던 내용이었지만, 선생님이 해주시는 조금의 설명과 자료집까지 준비해 주셔서 이해가 잘 돼 너무 좋았습니다. 그리고 부안에 몇 년간 살았으면서 이런 내용을 잘 모른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러워져 선생님이 해주시는 설명을 열심히 들어 오늘 부안의 역사를 마음에 빼곡히 새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다짐은 한 순간에 무너질 뻔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다에는 바람이 정말 많이 불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이 마이크를 들면서 설명을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바람 소리에 목소리가 묻혀 선생님이 설명하시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람 때문에 그 좋은 설명들과 정보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 억울해 선생님에게 빠짝 붙어 설명을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설명 중에서는 적벽강이 생기는 과정이 제일 잘 들렸는데, 옛날에 호수였던 적벽강이 화산활동이 활발해지는 것에 의해 격포리(적벽강 포함) 호수가 화산암 조각 등 퇴적물로 차츰 메워졌다고 했습니다. 그 후 땅속에 묻힌 퇴적층은 신생대 지반 융기로 지표에 드러났고 이후 약 200만 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파도와 비바람에 깎여 지금의 단면을 드러냈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들이 너무 신기하고 그렇게 희귀하게 나타나는 현상들이 부안에 있다는 것이 정말 자긍심을 느끼기에는 충분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어깨가 으쓱으쓱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후 또 다시 선생님을 더 따라갔더니 페퍼라이트지층이라는 또 신기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검은 갯벌 속에 붉은 자갈들이 들어 있는 것 같아 언 듯 보기에 역암으로 혼동하기 쉽지만, 뜨거운 마그마나 용암이 차가운 미고결 퇴적물과 직접 접촉할 때 형성되는 독특한 암석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웃긴 점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페퍼라이트’라는 이름입니다. 왜냐하면 ‘페퍼라이트’라는 이름의 뜻은 ‘후추를 뿌린 것 같은‘ 뜻이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왜 웃기냐고 생각하겠지만 진짜로 생김새가 빵 위에 페퍼 가루를 잔뜩 뿌려놓은 것 같이 생겼습니다. 그 후에도 적벽강에서는 새로운 것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그리고 저는 위에 글보다 더 많은 설명들을 선생님께 직접 들으면서 느낀 것이 분명하게 있습니다. 그것은 ’많은 정보의 대해서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이 정말 대단하다.‘입니다. 당연히 오늘 수업을 위해 동행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정말 대단하고 감사하고 멋진 분들이시지만 많은 학생들 앞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꿋꿋하고, 가끔 재치 있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선생님이 너무너무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적벽강에 대해서 많이 알기도 했지만 마음 깊은 한켠에서는 나도 저런 멋진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나선 적벽강에서 설명을 다 듣고 바로 수성당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적벽강에서는 바람이 너무 많이 불던 터라 많이 춥고 덩달아 에너지가 많이 쓰였었는데, 수성당은 적벽강보단 바람이 적게 불고 시간이 오후랑 좀 더 가까워지니 햇빛도 더 비춰서 어느 정도 따뜻해졌기 때문에 설명을 듣기 딱 좋았습니다. 수성당에서도 많은 것을 배웠지만 제일 인상 깊게 생각나는 것은 개양 할미 전설이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옛날에 대나무 숲을 이룬 마을, 죽막동에는 변산반도의 해신 개양 할미가 살고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죽막동의 수성당에 거처하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그 개양 할미는 칠산바다를 관장하는 수호신이며, 딸 여덟 중에서 일곱은 위도와 곰소, 고창 동호의 영신당, 돈지, 계화도, 새포, 대벌리 등의 당집과 당산에 배치하고 막내딸을 데리고 수성당에 살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키가 몹시 커서 굽 달린 나막신을 신고 서해바다를 걸어 다니며 수심을 재어 어부들을 보호하고 풍랑을 막아 준다고 했습니다. 이 전설들은 그냥 들었을 때는 그냥 그랬구나 싶다가도 옛날에 진짜 개양 할미가 바다의 수심을 재며 어부들을 보호했을 것을 상상하니 정말 재미있는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져 설명을 더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 이 이야기들은 옛날 초등학교 3학년 때 교과서에 나온 기억이 있어 오랜만에 들은 것 같아 반가워 더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양 할미 설명이 다 끝난 후에 수성당에서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넓게 트여있는, 서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갔는데, 그곳에는 섬이 여러 개가 있었습니다. 섬의 이름이 생각보다 다양해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한 개는 기억이 나는데, 그것은 ‘형제 섬’이었습니다. 그 이름이 붙여진 이유가 형제처럼 양 옆에 서로 있어서 이름이 형제 섬이었던 거로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수성당에서도 재미있는 설명들을 다 듣고 내소사에 갔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너무 힘들고 배가 고파 설명을 들을 힘이 쭉쭉 빠졌습니다. 아침에 아침밥도 못 먹어서 아주 배고팠는데 계속 걸어 다니며 설명을 들으려니 진땀이 뻘뻘 났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저만 아침밥을 못 먹고 저만 힘든 것이 아닐 테니 힘든 마음은 꾹 참고 선생님과 딱 붙어 따라갔습니다. 내소사에는 정말 많은 것이 있었습니다. 많은 역사와, 문화재, 아름다움과 옛날 선조들의 지혜로움, 그리고 많은 인파까지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내소사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많이 갔었는데 이날처럼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또 처음 본 듯했습니다. 아마도 슬슬 가을이 되다 보니 날씨도 많이 풀려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건강 챙길 겸 마실을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뭔가 괜시리 웃음도 나오고 풋풋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선생님이 내소사에 대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내소사는 변산반도의 가장 대표적인 사찰로서 능가산 가선봉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대한 불교 조계종 24교구인 선운사의 말사이며 지장암과 청련암이 이 절에 속해 있으며, 삼면이 바다인 변산반도 남단 바닷가에 위치하며 해중 사찰의 성격이 짙으며 부처님이 좌정하고 있는 대웅보전은 해발 424m의 큰 바위산인 취봉 또는 관음봉을 등에 업고 자리하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내소사에는 보물인 고려 동종과 대웅보전 및 지방 문화재인 삼층 석탑, 설성당, 요사채 등 많은 문화재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설명을 들으며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 사전 조사를 안 해간 스스로를 또 한 번 더 꾸짖고 반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음부터는 수업을 받기 전에 사전 조사를 한 번이라도 꼭 하고 한자를 더 열심히 배우고 지식을 더 갈고 닦으면 저런 어려운 어휘들도 언젠가는 해석할 수 있으리라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런 소망들과 함께 설명을 다 들은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점심은 어느 한 장소로 이동하여 본도시락을 먹게 되었는데 원래 저는 사실 본도시락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때 먹은 본도시락은 정말정말 맛있었습니다. 너무 열심히 머리와 마음을 써서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어 배가 많이 고팠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과 오순도순 모여 먹으니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맛있게 점심을 배불리 먹고, 차 안으로 다시 이동하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아침에 나눠주었던 간식들을 야금야금 조금씩 먹었습니다. 밥을 먹고 바로 간식을 먹으니 포만감도 더 느껴지는 듯하고 달달하니 기분도 너무 좋았습니다. 

  그 후에는 바로 소금 도시인 곰소염전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저는 그 곳으로 갔을 때 너무너무 반가웠습니다. 왜냐하면 곰소 염전과 관련된 자료집에 계화의 창북리 앞에 있는 산 염창산이 ‘소금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는 산’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나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왜 반가운지 의아할 수 있는데, 염창산은 저희 학교 바로 옆에 있습니다. 하지만 창북리에서 먹고 자랐던 저마저도 염창산은 소금을 저장해두는 곳이라고만 알고 있지, 직접적으로는 염창산 길이 위험하단 이유만으로 가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자료집에도 염창산이 나온 김에 조만간 가봐야겠다는 생각은 마음을 간질간질거리게 했습니다. 그 후 선생님은 곰소 염전 소금이 만들어지는 월별 과정, 맛, 품질 등등 이곳에서도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곰소 염전에서도 많은 정보들을 머리와 마음속에 새기고 마지막 코스인 개암사에 갔습니다. 개암사는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부안 명소입니다. 왜냐하면 개암사는 내소사에 비해 사람도 별로 없고, 풀과 나무도 정말 이쁘게 양 옆으로 나와 있으며, 소나무 냄새와 절 냄새가 향긋하게 나기 때문입니다. 매우 힐링이 제대로 되는 장소입니다. 그래서 가끔 마음이 복잡하거나 쉼이 필요하다면 어머니와 함께 개암사를 찾곤 했습니다. 그리고 절 사이 높게 보이는 우금 바위를 바라볼 때 탁 트이면서 나무와 하늘, 바위, 절이 동시에 보이는 게 정말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개암사에서는 그렇게 설명을 많이 듣진 않고 절 구경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금방 돌아갈 시간이 되어서 아쉬운 마음은 좀 뒤로 하고 버스로 다시 돌아가 교육청으로 가서 해산을 바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가기 전에 이날 하루 열심히 설명해 주신 선생님에게 너무 수고하셨다고 감사하다고 딱 두 마디만 하였는데, 선생님이 너무 친절하게 받아주셔서 끝날 때까지 산뜻하고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하루 동안 여러 곳을 다니며 부안의 역사와 자연, 문화를 직접 보고 들으며 배운 시간이 너무 소중했습니다. 특히 평소에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부안에도 제가 몰랐던 이야기와 역사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고, 앞으로는 우리 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더 관심 있게 바라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배운 것이 많았던 뜻깊은 하루였고, 이번 체험을 통해 부안 사람으로서의 자부심도 한층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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