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선로 단일(안) 중 하서면 구간 노선도. 석불산 정상을 거쳐 청호수마을, 청호복합쉼터로 노선이 그려져 있다. 이들 시설물은 부안군 경관을 알릴 목적 등으로 수억 원의 세금을 들여 조성됐다. 하지만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용지물 전락 우려가 따른다. 전면 지중화 등이 필요하지만, 부안군은 어떠한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송전선로 단일(안) 중 하서면 구간 노선도. 석불산 정상을 거쳐 청호수마을, 청호복합쉼터로 노선이 그려져 있다. 이들 시설물은 부안군 경관을 알릴 목적 등으로 수억 원의 세금을 들여 조성됐다. 하지만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용지물 전락 우려가 따른다. 전면 지중화 등이 필요하지만, 부안군은 어떠한 입장이나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송전탑 노선 최종 후보 경과지 도면상

석불산 관통, 청호저수지 남쪽 향해

 

석불전망대, 청호수마을, 청호쉼터 관통

수십억 들인 시설물 ‘무용지물’ 우려

하서 주민, “나 몰라라” 부안군이 문제

초고압 345kV 송전선로의 최종 단일(안) 후보 경과지가 나온 가운데, 부안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성한 석불산 전망대, 청호수 마을, 청호 복합쉼터 위를 가로지르는 노선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송전탑이 경관 자산과 관광·생활 SOC를 직접 침해하게 되면서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수십억 원짜리 시설물이 졸지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현실을 마주해야 할 하서면 주민들은 이미 ‘석불산 송전탑 전망대’, ‘청호수 송전탑 마을’, ‘청호 송전탑 쉼터’라는 자조 섞인 표현을 내놓고 있다.

지역을 대표하는 경관과 브랜드 가치를 위해 추진해온 사업이 오히려 송전탑으로 인해 희화화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하서 주민들은 이 같은 사태가 부안군 행정의 무책임과 소통 부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송전탑은 부안군 소관이 아니다”라는 태도로 사실상 정부 사업에 관심을 놓았던 부안군청이 내부 부서 간 소통은 고사하고 주민들과 협의도 없이 각종 사업을 추진한 결과, 시설물 바로 위를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기형적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부안군이 애써 만든 시설물 위로 한전이 송전탑이라는 찬물을 끼얹어버리는 형국”이라며 “부안군이 사전 대응도, 전략도 없이 무관심한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고 비판했다.

입지선정위 제8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단일(안) 경과지는 변산면 대항리에서 출발해 하서면 장신마을 앞을 지나 석불산 정상 북쪽 능선을 통과한다. 이후 노선은 삼현마을 앞 청호수마을 방향으로 진행해, 청호저수지 남쪽 도로변을 따라 행안면 방면으로 이어진다.

문제는 이 경로에 부안군이 혈세를 들여 만든 사업들이 줄줄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부안군은 최근 석불산 정상에 새만금과 계화뜰이 보이는 전망대를 조성했고, 농촌관광 연계 시설인 청호수마을은 농식품부 으뜸촌으로 지정돼 관광·체험형 귀촌 모델로 육성하고 있다. 또한, 국토부 공모에 선정돼 46억 원을 들여 지역 거점 관광시설로 조성 예정인 청호 복합쉼터는 북쪽으로 청호저수지와 남쪽으로는 하서뜰을 바라보는 뛰어난 경관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송전선로가 이들 시설물 상공을 직접 통과하거나 근접해 지나가게 되면서 ▲관광 매력 상실 ▲시설 가치 하락 ▲주민 정주 환경 악화 등 복합적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청호수마을과 청호복합쉼터 인근이 전면 지중화로 된다면 피해가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지중화도 행정의 외면 속에서 달성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주민들의 우려는 현실 가능성이 크다.

이를 두고 하서 주민들은 모두 부안군 행정의 잘못이라고 말한다.

하서 섶못에 사는 신 아무개(53) 씨는 “부안은 농업과 관광이 주된 먹거리인데 논 한가운데 송전탑이 세워지는 것도 모자라 석불산과 청호저수지 등 부안의 경관마저 훼손하는 것은 두고 볼 수 없다”라며 “부안군은 당장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군민들의 분노에 마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안군이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전망대와 관광 마을, 복합쉼터는 단순한 시설물이 아니라 ‘부안의 미래 생계 자원’으로 봐야 한다

이 자원 위로 초고압 송전선로가 지나가는 일이 벌어지는데도 부안군은 여전히 명확한 입장 없이 뒤로 빠져 있다. 또한, 부안군은 줄곳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로 책임을 피한다. 책임을 피한다고 해서 주민 피해가 줄어들지 않을뿐더러 방관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동안 부안의 경관과 삶의 터전이 주민의 동의 없이 훼손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중리에 사는 홍 아무개 씨는 “송전탑은 단순히 부안의 땅을 가르는 시설물에 그치지 않고 부안의 미래를 흥망으로 가르는 상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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