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안) 후보경과지. 지난 13일 열린 제8차 입지선정위원회는 기존의 3안(빨강, 주황, 파랑) 노선이 아닌 새로운 경로인 단일(안)을 제시하고 의결을 추진했다. 하지만 위원들이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오는 12월 열리는 제9차 입선위 회의에서 의결된다면 노란색 노선안은 최종 확정된다.
단일(안) 후보경과지. 지난 13일 열린 제8차 입지선정위원회는 기존의 3안(빨강, 주황, 파랑) 노선이 아닌 새로운 경로인 단일(안)을 제시하고 의결을 추진했다. 하지만 위원들이 반대 입장을 드러내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오는 12월 열리는 제9차 입선위 회의에서 의결된다면 노란색 노선안은 최종 확정된다.

 

입지선정위서 두 지자체 태도 대비

정읍 위원들, 지중화 아니면 ‘안 돼’ 강경

부안 위원들, 이격거리 조정 ‘요청’ 부탁

 

정읍시는 시장도 행정도 모두 반대 일관

부안군은 군수도 행정도 의견 없이 방관

행정의 입장에 따라 협상력 크기도 변화

 

정읍시는 강경한 데 부안군은 미온적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에게 전달될 듯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설치를 둘러싼 정읍시와 부안군의 입장 차이가 ‘하늘과 땅’ 수준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읍시 측 입선위 위원들은 전 구간 지중화를 공식 요구하며 전면 불참이라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데 반해, 부안군 측 위원들은 마을 이격 거리 확대 등 일부 조정 수준의 요청을 반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자체 간 강경 자세와 미온적 태도로 나뉘면서 협상력의 격차도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지난 13일 열린 송전탑 입지선정위원회(이하 입선위) 8차 회의 자료에 따르면 부안군 측 요구 사항은 ▲취락지구 및 교육시설과의 최대한 이격 ▲임야 활용 경과지 조정 ▲지원 범위 내 거리 조정 등이었다. 주민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기본적 요구이긴 하나, 강도 높은 대안 제시나 원점 재검토, 전면 지중화 요구는 없었다.

이에 비해 정읍시는 단호했다.

자료에 따르면 정읍시 위원들은 ▲고부면·소성면 전 구간 지중화 ▲고부천을 따라 남측으로 노선 재구성 등을 제시하며 사실상 “지상 송전탑은 불가”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정읍은 시장이 앞장섰고, 부안군 행정은 뒷짐만”

이 같은 차이는 결국 지자체장의 태도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읍시는 시장이 이미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행정과 군의원, 입선위 지역위원들까지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반면 부안군은 군수와 행정이 어떠한 찬·반 의견도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방관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입선위 부안 측 한 위원은 “부안군수와 행정이 중심을 잡기는커녕 애매모호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그 결과 부안군만 계속 끌려다니는 모양새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안군의회 의원 4명 중 3명(김광수, 김원진, 박병래(가나다 순))이 입선위를 자진 탈퇴하면서 주민들의 의사를 대변할 정치적 통로마저 사실상 사라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로 인해 송전탑 전체 구간의 90% 가까이가 부안 땅에 세워질 예정임에도 뿌리 없는 나무처럼 정읍보다 오히려 더 약한 발언권을 가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 “한전이 만든 노선이 단일안으로”…주민 의견 반영됐나

이번 8차 회의에서 한전이 제시한 경과지 단일화 안 역시 주민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채 한전 등 사업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향으로 구성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부안군이 적극적 협상이나 강경 요구를 하지 않고 입선위 위원들 의견만 제시된 결과, 주민 요구안을 토대로 한 조정이 아니라 한전이 비용 절감 위주로 만든 안이 사실상의 표준안처럼 굳어졌다는 것이다.

회의를 마치고 나온 한 위원은 “우리는 직접 선을 긋는 위원들이 아니라, 자기들(한전) 맘대로 그려놓은 선을 따를 것인지 말 것인지만 결정하는 도구에 그친다”며 “결국, 송전탑이 들어서면 이를 결정한 위원들만 주민들에게 질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도내 시민단체 A 씨는 “지방자치 분권을 스스로 포기한 부안군의 소극적 태도가 만든 비민주적 의사 결정 구조”라며 “지금이라도 부안군이 명확한 자세를 취해야 주민들 의견이 힘을 얻고 선로 노선에 반영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 문제는 부안군의 의지 부족…명확한 의견 내놔야

부안군의 가장 큰 문제는 ‘정부 주도 사업을 힘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막을 수 없다’라는 구조적 힘의 문제가 아니라 그렇게 할,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의지 부족’이 원인이다.

정읍시는 시장이 주민 편에 서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행정과 의회, 주민 대표 위원들이 힘을 모아 단일 목소리를 냈다. 그 결과 한전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반면 부안군은 송전탑의 90%가 지나가는 지역임에도 “전북도 소관이다”, “한전 업무다”라는 식으로 권한 자체를 내려놓는 태도를 보였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주민 의견이 반영되고 있지 않다. 이는 부안군이 지방자치의 기본 원리인 주민 대표성이나 자치 권한을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

부안군이 지금처럼 흐릿한 태도를 유지한다면, 사업자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하고 비용이 가장 적게 드는 노선을 선택할 것이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부안 주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행정의 결단과 책임 있는 태도다. 부안군이 군민 편에 설 것인지, 아니면 계속 들러리에 머물 것인지, 더 늦기 전에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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