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정 / 디자이너. 부안청년건강모임 대표
유수정 / 디자이너. 부안청년건강모임 대표

지난 9월 19일(화), 부안군 사회복지 박람회에서 청년 단체 ‘부안청년건강모임’과 환경예술단체 ‘소금단’이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캠페인을 진행했다. 쓰지 않는 고기잡이 어망에 쓸모를 다 한 폐현수막을 잘라 리본으로 엮어, ‘NO DUMPING’ 메세지를 만드는 퍼포먼스다. 이 캠페인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는 동안 게릴라로 이곳 저곳에 등장해 메세지를 함께 할 예정이다. 파란 리본 캠페인을 알리는 메세지는 “지금이어야 지킬 수 있습니다.” 였다.
바쁘게 지내느라 캠페인을 진행했던 것도, 리본을 묶어둔 그물을 차 트렁크 한 구석에 넣어둔 것도 잠시 잊고 지내고 있었다. 부안독립신문 릴레이 기고를 읽다 오랜만에 기억이 나서 기사를 찾아봤는데 오염수 방류가 그새 3차까지 왔다는 것에, 그리고 지금 그 사실을 알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아 조금 멍해졌다.
지난 일주일 사이 전청조 사기 사건이 온 뉴스를 뒤덮고, 곳곳에서 I am 밈이 쓰이는 동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거다. 3차 방류분 시료에서 방사선 핵종이 미량 검출되었음에도 방류 기준치를 충족한다며 예정한 시간에 진행할 거라고 한다. 방류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한데, 한 개인의 사기 사건이 이보다 더 심각한 일인가? 오염수 방류의 이슈 파워가 벌써 후자에 밀릴 정도인지 의구심이 든다.
나는 환경운동가도 아니고, 정치가도 아니다. 일상적으로 가끔 환경을 생각한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하려고 노력하는 일개 시민이다. 릴레이를 함께 하신 분들도 각자 다 다른 직업과 정체성을 가지고 계셨다. 그런 우리들이 모여 목소리 높이기 전에 윤석열 정부나 일본 정부가 알아서 잘, 환경을 위한 결정을 내렸으면 좋을텐데 왜 다 같이 화를 내고 반대를 외치게 만드는가. 예술가나 오타쿠가 나랏일에 관심을 가지면 말세라는데(심지어 나는 두 속성을 다 가지고 있다), 답답하지만 세상이 망하지 않았으면 좋겠으니 펜을 들었다.
우리 지구는 지구온난화 시대를 지나 지구열탕화 시대에 들어섰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가뭄부터 동남아시아, 카리브해, 태평양을 휩쓴 열대성 폭풍, 북극에서부터 그리스, 일본, 파키스탄, 미국까지 폭염과 불 타버린 산림까지. 사계절이 뚜렷한 한국도 기후 이상을 피부로 겪고 있다. 심하게 더운 여름과 심하게 추운 겨울, 여름 장마가 아니라 여름 폭우기 수준으로 내리는 비. 이 모든 것은 200여년간 산업화로 지구를 달궈온 결과물이다. 산업화 초기에 굴뚝 있는 공장을 세우던 이들은 이런 변화를 예측하지 못했다. 인류의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실행한 기계화, 석탄 연료의 사용은 지구를 앓게 했다.

부안청년건강모임과 소금단이 함께 했던 파란리본 캠페인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며 부안청년건강모임과 소금단이 함께 했던 파란리본 캠페인

바다는 그 자체로 지구온난화를 막는 탄소 격리 역할을 하고 있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에서 바다로 녹아들어가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이를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먹이사슬을 따라 작은 해양 생물로 이동하고, 이 생물들이 죽으면 천천히 해저로 가라앉게 된다. 그렇게 저장된 탄소가 심해에는 38,000기가톤이 저장되어 있는데, 이는 대기중 탄소 양의 약 45배, 토양과 식물에 저장된 양의 16배, 영구동토층의 23배에 해당한다.
그런데 오늘날 한 국가는, 또다시 그 영향에 대한 예측이 불가한 방사능 오염수를 이렇게 고마운 바다에 버리고 있다. 격리된 탄소에 해양생물들이 섭취한 방사능 물질이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산업화는 기술 발전과 개발이라는 목적과 명분이라도 있었는데, 자국에서 감당 불가능한 오염 물질을 전 지구에 버리자는 이기적인 발상에서 나온 결정이 그저 기가 막힌다.
일본 자국민에게도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으면서, 뻔뻔하게 세계로 흘러들어갈 바다에 오염수를 퍼붓는 행위는 야만적이기까지 하다.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서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국내에 구덩이라도 파서 호수를 만들어 삼중수소의 반감기인 12년 정도는 지나고 증명해야 할 것 아닌가.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된 오염수 방류 계획이 30년이라지만, 30년 뒤에도 녹아내린 핵연료 880톤을 제거하지 못한다면-못한다면, 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불가능하다-추가로 발생하는 오염수를 또 바다에 버릴 것인가?
여러 매체에서 다핵종제거설비(ALPS, 알프스)에 여과된 오염수의 삼중수소, 탄소-14 등의 함유량을 따져 안전성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국민적 불안감은 불식 되지 않고 있다. 이웃 나라에서 전세계의 환경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결정을 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적극적으로 방조하고 있다. 방조라는 표현은 너무 관대하고, 동참하는 수준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후쿠시마 원전에서 노심융해가 일어난 2011년부터 일본 정부가 계속 오염수 방류를 시도했지만 하필 올해 시작한 데에는 윤석열 정부의 역할이 크다. 한국인의 85.5%는 오염수 방류를 반대(환경운동연합 발표)한다. 국민의 85.5%의 바다를 만끽할 자유, 안전한 수산물을 먹을 자유, 즉 안전하게 살아갈 자유를 한국과 일본 정부가 빼앗은 셈이다.
국민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지고, 대신에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을 권리가 있다. 그게 천부인권이고 국민이 국가에 바라는 가장 기본 항목이다. 하지만 2023년의 한국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의 수는 얼마나 될까? 바꿔 말해서, 내 목숨이 위험할 때 국가가 나서서 지켜줄 거라고 느끼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서서히 오염수가 흘러들어간 바다가 해양 생물을 거쳐 우리 몸에 섭취되기까지 영향은 아직 알 수가 없다. 새로운 성분이 들어간 바닷물이 증발해 비가 되어 우리가 먹고 마시는 식수가 되고, 농작물을 만들어 오는 과정에 끼치는 영향도 알 수 없다. 이를 두고 오염수 방류 반대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우리는 아직 한 번도 바다에 방사능 오염수를 버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즉,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것도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
책임질 수 없는 오염의 영향이 발생하기 전에, “지금이어야 멈출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잊지 않고, 올바른 가치에 대한 끊임없는 제고와, 연대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고, 이슈를 공유하며 개인의 생각으로 남지 않도록 내 주위에서부터 대화하고 연결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오염수 방류가 멈출 때까지, 이 릴레이 글쓰기를 계속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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