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범 / 시인, 백산고 교장
이용범 / 시인, 백산고 교장

나는 과학을 신봉하지 않는다. 과학이 미덥지 못한 이유 두 가지만 든다.
‘가습기살균제’나 삽겹살을 굽던 ‘슬레이트 불판구이’는 사용 당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가습기살균제는 가습청정제로 팔려 어린아이와 산모, 노인 등의 폐에 치명상을 입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제품으로 판명되었다. 석면으로 만들어진 슬레이트 역시 열에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 기적의 광물로 평가받았다. 지금은 1급 발암 물질로 눈도 두지 않는다. 두 건에 대해 과학자가 공식적으로 사과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최고의 발명품이 최악의 제품이 되어 많은 인명을 살상하는 과학제품도 있다. 원자폭탄을 발명하고 실험에 성공한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의 오펜하이머도 속죄의 시간이 있었다. 오펜하이머 역시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짧은 지식과 제한된 정보로도 과학(자)이 정치(인)와 기업(인)의 이해와 요구에 충실한 경우가 적지 않음을 안다. 정치와 기업이 특정 방향을 잡으면 과학이 그 방향에 맞는 실험 결과를 도출해낸 적이 허다했다.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가까운 정도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팽팽히(국민정서로 보면 통계 상 반대 쪽으로 기울었지만 후쿠시마 평형수를 부어 복원해서 맞춤) 맞서는 문제는 원점재검토나 보류 쪽으로 가닥을 잡는 것이 상책이다.
그럼에도 도쿄전력은 이미 핵오염수 1차 방류를 마쳤고 2차 방류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여전히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인체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참 딱하다. 애당초 일본 정부에 호통을 치고 국제사회와 연대해 방류를 막을 생각은 전혀 없어 보인다. 
바닷물은 해류를 통해 움직이고 우리바다에 오는 시간은 4, 5년 걸릴 것이며 그동안 희석이 되어 오염수는 거의 티도 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복 버튼을 계속 누를 뿐이다. 세상과 우주는 인간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이 먹을수록 실감하는데 말이다.
태풍과 구름이 “뜻대로 안 될걸”하며 웃고 있을듯하다. 물고기의 입장에서 보면 더 기가 막힐 노릇이다. “우리가 무슨 죄냐, 인간에게 먹거리만 제공하는 우리한테 왜 이러냐, 왜 그렇게 인간은 이기적이냐”는 소리를 물고기에게 들어도 싸다. 
우리 학교 아이들은 학교 인근 고부천 정화사업으로 흙공을 만들어 강에 던졌다. 고사포해변에서 바다 부유물을 줍기도 했다. 손금 덜 여문 아이들 손에 부끄럽다. 잠시 빌려 쓴 바다를 온전히 아이들에게 물려줄 책임이 어른들에게 있지 않은가.
물고기는 다 해류를 타고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 학교 화단에는 5월에 피는 영산홍이 10월에 종종 피는 녀석들도 있다. 또한 물고기를 포획하는 선박주는 쿠로시오->북태평양->캘리포니아->북적도를 도는 해류 중간중간에 가로채기를 거듭하면서 수산시장에 물고기를 내다 팔 것이다. 날아다니는 새는 물고기가 주요 식량이다. 제비갈매기는 해류를 따라 날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아무리 과학자들과 정치인들이 “안전하다”고 외쳐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양 정부가 바다살이 물고기들에게, 깨끗한 바다를 물려받을 권리가 있는 아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정책과 판단 착오였다고 반성하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돌변해주기를 바라면 무리일까. 해양오염은 반감기가 없다. 불가역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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