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3개 사업 219억 원 예산 삭감해
군정의 들러리 벗고 존재감 표출
견제 강화로 주도권 재편 의도도

 

하지만, 무차별적 삭감은 아쉬워
불요불급 골라낸 핀셋 삭감 빛바래 
부안군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지적

 

의회, 9월 회기 전이라도 추경 가능
군, 예산 필요하지만 당장추경은 고민

 부안군의회가 부안군이 세운 추경 예산의 절반에 가까운 219억 원을 삭감했다. 없어진 사업 수가 403개에 달할 만큼 사상 초유의 추경 삭감이다.
지난 4월 민생안정지원금 지급에 있어 유례없는 원포인트 임시회를 여는 등 의회가 군정의 들러리에 그쳤다는 이미지를 벗고 존재감을 표출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또한 읍·면 연초방문에서 나왔던 민원 해소 사업 대부분을 삭감하면서 권 군수 주도의 군정을 견제하고 기울어진 결정 방식을 바로 잡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주도권 재편의 움직임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다 보니 불요불급 예산만을 골라내 삭감하기보다 무차별적 삭감에 가까워 효율적인 예산 심의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히려 역량이 빛난 핀셋 삭감도 조명받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관련기사 4면)
게다가 지자체 간 분담금이나 국·도비 결합 사업, 도전 끝에 선정된 도시재생 사업마저 소통 부재라거나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삭감하면서 대외적으로도 부안군의 신뢰와 이미지에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집행부인 부안군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사업의 타당성이나 효과를 두고 의회와 충분한 소통과 숙의 과정을 거쳤다면 삭감을 최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통 부재는 의회가 수차례 요구한 개선사항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 민주당원은 군과 의회의 충돌 여파가 결과적으로 군민에게 돌아갈 수 있다며 같은 민주당 당원으로서 협치가 아쉽다고 말했다.
역대급 삭감안이 의결되면서 하반기 군정 운영에 차질이 예상되지만, 의회가 완전히 기회를 닫지 않아 부안군의 대처 속도에 따라 차질의 크기가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병래 예결위원장은 “행정이 다시 수정해 예산을 세운다면 9월 회기 이전이라도 (3회 추경) 심의에 들어갈 수 있다”며 “의지를 빨리 보여준다면 의회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안군 관계자는 “기존의 사업은 현재의 예산 틀에서 차질이 없도록 진행할 수 있지만 다른 사업을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조기 추경을)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8월 초에 세계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데다 조직개편이 이르면 8월 말에 예정돼 있고 이에 따른 인사가 9월에 계획돼 있다. 4/4분기에 들어서는 당해연도 사업 마무리와 내년도 예산 계획 수립에 들어가야 한다. 이렇듯 소화할 일정이 녹록하지 않기에 3회 추경에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게 부안군의 의견이다. 따라서 예산 편성 권한을 가진 부안군이 9월 추경에 무게 중심을 둔다면 일정부분 불가피한 사업 보류도 예상된다.
부안군의회는 지난 23일 제341회 제1차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열고 부안군이 제출한 452억 원의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중 예산결산위원회가 삭감해 결정한 219억 원의 예산을 의결했다.
부서별 사업 및 삭감액은 ▲기획감사담당관 8건 7,145만 원, ▲자치행정담당과 12건 2억 3427만 원, ▲미래전략담당관 1건, 6천만 원, ▲새만금잼버리과 16건 5억 5천만 원, ▲문화관광과 17건 13억 2470만 원, ▲교육청소년과 5건, 3572만 원, ▲사회복지과 10건 2억 3675만 원, ▲재무과 9건 21억 750만 원, ▲민원과 2건 6600만 원, ▲축산유통과 8건, 1750만 원, ▲해양수산과 22건 5억 3910만 원, ▲환경과 4건 1억 6900만 원, ▲도시공원과 9건 69억 2200만 원, ▲건설교통과 175건 76억 2483만 원, ▲안전총괄과 17건 7억 1832만 원, ▲보건소 3290만 원, ▲농업기술센터 7건 1억 5595만 원, ▲상하수도사업소 1건 2억 2770만 원, ▲문화체육시설사업소 14건 3억 5727만 원, ▲의회사무과 8건 5600만 원이다.
부안군의회의 일정에 따르면 오는 7월 초 민주평화통일자문위의 베트남 방문에 전체 의원이 동행 참석하며 8월까지 휴식 후 오는 9월 회기가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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