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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로 인해 자신의 몸도 성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도 해내기 힘든 각종 봉사를 펼치고 있는 마음 따뜻한 사람이 있어 각박한 사회에 귀감이 되고 있다.

매월 둘째, 넷째주 목요일이면 부안장애인복지관에서 중증장애인 목욕봉사를 1여 년 넘게 도맡아 온 지체장애 3급 정일성(57)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 씨는 4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돌보며 어렵게 자랐다. 힘든 나날을 보내며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만큼 궂은일을 해왔던 그가 39살의 나이에 프레스 작업에 그만 손가락 8개를 잃고 말았다.

8천 여 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지만 이마저도 단 하나뿐인 여동생의 사업이 힘들다고 하자 보태줘 버렸다. 몸은 이미 망가져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고, 가진 거라곤 한 푼도 없는 처지에 놓인 정 씨는 하루아침에 장애인이 되어 삶의 의욕을 잃어갔다.

그런데 병원에서 자신보다 더 심하게 다친 사람들을 접하면서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이렇듯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구나’ 스스로를 위로하며 정 씨는 다시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이처럼 막막한 삶속에서도 두 개밖에 남지 않은 성치 않은 손가락으로 지난 1997년부터 치매노인이나 독거노인, 중증장애인들의 목욕봉사를 도맡아 해오는가 하면, 지난 5월부터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부안동초등학교 앞 어린이들의 등굣길 교통정리를 해왔다.

뿐만아니라 시각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는 일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모시고 살았던 정 씨는 그 누구보다도 시각장애인들의 얼굴 표정, 손짓 하나만 봐도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대번에 알아차린다. 무엇이든지 시원스럽게 척척 처리해주고 미리 알아서 대해주니 정 씨만큼 편안한 안내인도 드물다.

정부보조금으로 근근이 홀로 생활해 오면서도 자신보다 못한 남을 돕는 일이라면 서슴지 않은 정씨의 일상은 봉사하는 삶이 되어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정 씨가 이런 삶을 살아가기까지는 주변 생활환경이 그리 녹록치 않았고 선뜻 용기도 나지 않았다. 성치 않는 손이 시리기도 하였지만, 남들이 흉볼까봐 몇 년을 줄곧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기도 했다. 자꾸만 사람들 앞에서 위축감이 드는 자신을 발견하면서 이러면 안 되겠다는 스스로 다짐을 하고나니 자신감이 생겨났고, 이제는 사람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활발히 손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정 씨는 자신보다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면서 기쁨과 행복을 찾는다고 한다. 비록 육체는 장애를 입었지만 마음이 병들지 않아 오히려 아무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필요로 하는 곳이면 밤이고 낮이고 달려 나간다. 이런 정 씨의 착하고 너그러운 마음과 노하우로 다진 때밀이 솜씨는 입소문 퍼져 여기저기서 그를 찾고 있다.

이밖에도 정 씨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중증장애인 나들이 행사에 보행 보조 및 휠체어 봉사에 본인 스스로 나서며 솔선수범한다. 이렇듯 삶 자체가 봉사인 정 씨의 선행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부안군수와 부안경찰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아무런 욕심이 없다는 정 씨는 우선 돈보다는 몸이 튼튼해서 움직일 수 있는 한 자신을 필요로 한다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한다. 비록 늦었지만 이젠 결혼도 해서 안정을 찾고 싶고, 조용한 산골마을에서 논밭을 일구며 살고 싶다는 정 씨의 소박한 꿈처럼 새해 소망이 이루어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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