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쓰리게 줄이기 "발우공양"에 답 있어

19~20일 이틀 동안 한 홈쇼핑 회사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산사체험(템플스테이) 행사가 내소사에서 있었다. 산사의 공기는 아직 서늘했지만 하늘은 청명하여 산을 오를 때는 옷을 풀어헤치게 하고, 이른 봄 노랗게 만발한 복수초(福壽草)들이 청련암에 오르는 사람들을 반갑게 맞는 그런 날이었다.

산 아래 멀지 않은 곳, 줄포 쓰레기 매립장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이 가동되지 않아 매립장에 그대로 묻어버리는 부안군의 현실이 있다. 이와는 달리 산사의 발우공양은 쓰레기로 고민하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발우공양의 여러 과정 중에서 산사의 설거지 방법을 소개한다.

밥은 욕심내지 않고 먹을 만큼만 발우(밥 그릇)에 담고 공양 시에는 무쪽이나 김치쪽 1개를 남기고 정성스럽게 먹는다. 발우를 닦는 물(천수물)과 단무지 한 조각으로 고추가루 하나 남지 않게 발우와 수저를 깨끗이 설거지를 한 다음 그 물을 마신다.

천수물을 이용하여 손으로 발우를 닦고 천수물 걷는 통이 오면 소리 나지 않게 붓는다. 음식 찌꺼기를 천수물 통에 함께 부어서는 안되므로 마지막 한 숟갈 정도의 물은 남겨서 마신다. 물기가 남아 있는 발우는 발우수건으로 깨끗이 닦는다. 이때 걷어온 천수물이 처음 가져올 때의 물과 같이 맑아야 하며 만약 맑지 않은 경우에는 그 물을 다 같이 나누어 마시는 벌을 받는다.

처음에는 다들 마시기를 머뭇거렸다. 원래 무를 못 먹는다는 핑계를 대며 자신의 발우를 닦던 단무지조차 먹기를 꺼리던 한 여성 참가자가 용기를 내어 탁한 천수물을 마셨다.

풍족한 소비문화에 익숙한 그네들에게 산사의 발우공양은 우리의 밥과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산사를 내려간 서울내기들의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까 벌써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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