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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키우면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의 압축적인 생각과 아이의 자라나는 생각에서 오는 세대 간의 갈등은 인생을 경험적으로 살아온 부모가 아이에게 강요하기가 십상이다. 아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노하우를 가진 현명한 엄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여기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온 주부 김옥남(43)씨가 결혼 17년 만에 늦깎이 대학생이 돼 꿈을 펼치고 있다. 현재 전주대 한문교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 씨는 비록 한참 연배가 높은 나이 많은 학생이지만 동기생들이 이모라고 부르면서 따르는 모습에 그들과의 학교생활은 저절로 젊어지고 학창생활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한창 여름방학중인 지금 그녀는 행안면 안기마을에서 실로암 건강원을 운영하는 남편(강미구,45)을 도와 집안 살림살이에 여념이 없었다. 어린 학생들과 경쟁하며 힘겹게 공부하는 그녀가 지난 학기에 이들을 제치고 당당히 과 수석을 차지해 장학금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대학 1학년 재학 당시, 처음 접해보는 어려운 공부에 울먹이며 포기할까 여러 번 마음먹기도 했지만 김 씨의 끈기 있고 당찬 성격은 기어코 해내고 말겠다는 굳은 의지로 변해 매일 독서실에서 살다시피 하였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학교생활의 즐거움을 알게 됐고,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세워 도전의식으로 학구열에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날의 그녀는 어려운 집안형편에 상급학교 진학은 포기한 채 일찍이 결혼해서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하며 살아가는 평범한 주부에 불과했다.

시골에 사는 그녀가 운전면허 취득 후 활동범위가 넓어지자 어느 날 남편이 넌지시 학교에 다녀보라고 권유해왔다. 가난 때문에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 나온 그녀에게 남편의 제안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남편의 후원으로 야간 고등학교를 하루도 빠짐없이 열심히 다녔고, 마침내 대학에 당당히 합격했던 것이다.

그동안 김 씨는 배우지 못한 열등감에 자신이 곧잘 위축되곤 했는데 이제는 어느새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같은 학생 입장으로서 시험 때가되면 스트레스를 받아 힘들어 죽겠다는 그녀의 엄살에 큰아들은 “그동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험을 즐기세요”라고 오히려 위로하기도 했다.

얼마 후 아들의 시험기간이 되자 그녀는 이 얘기를 아들에게 다시 뒤돌려 들려준다. 이렇듯 학생으로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며 대화를 나누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이 되고 모자사이는 더욱 돈독해지곤 하였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와 소통하기 위해 어려운 심리학에 관한 책을 읽고, 바쁜 와중에도 부안사회복지관에서 매주 한 시간씩 한자를 가르치며 자원봉사를 한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본받아 작은 아들도 복지관에서 줄넘기강사를 하며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또한 두 아들은 학교에서 상위권을 석권하고 있으며, 고3 수험생인 큰아들도 서울대를 목표로 공부하면서 현재 육군사관학교에 1차 합격해 놓은 상태다.

그래도 이 모든 게 남편의 외조 덕분이라는 것을 빼놓을 수 없다. 아내의 못다이룬 꿈을  위한 자상한 남편의 보이지 않는 든든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건강원 일이 아무리 바빠도 아내가 시험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신경을 써 주고, 집안일도 솔선수범해서 후다닥 해치운다. 세 학생이 열심히 공부하는 사이, 공부에 취미 없는 남편은 “가족에게 사회가 돌아가는 정황을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우스게 소리로 넘기며 가게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TV를 시청한다.

요즘 학교생활의 재미에 푹 빠져있는 김 씨는 장학금과 해외여행의 자격이 주어진다는 특성화 진로프로그램인 ‘슈퍼 스타트’에 새롭게 도전하며 학교생활을 활기차게 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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