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지난 2월 25일 전북지역 일간지에 이어 통신사인 연합뉴스와 중앙지인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이 관급기사를 여과 없이 실어 스스로 ‘오보’를 양산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보도의 근거로 제시된 농업기반공사의 자료는 △새만금 지구 갯벌 형태의 변화 △새만금 갯벌의 물리적?생태적 변화 △새만금지구 신규갯벌 생성예측 △새만금지구 지형변화 등에 대한 내용을 싣고 있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새만금 방조제를 막았는데 그 바깥쪽에 갯벌이 생기고 안쪽은 갯벌 성질이 변하면서 가치를 잃고 있다는 얘기이다. 본보는 3월14일자 보도를 통해 새 갯벌이 생긴다는 논리가 매년 이 시기에 등장하는 ‘거짓말’이라는 점을 밝혔다. 그 근거로 전남대 전승수 교수와 부안새만금생명평화모임이 반박글을 실은 바 있다.
이번 호에는 농기공이 주장하는 두 번째 논리인 갯벌 성질의 변화와 생물 종의 감소가 새만금 방조제 안쪽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가를 살펴본다. 본문의 용어 가운데 생물의 이름 등은 그대로 적되 뜻이 변하지 않는 범위에서 한자어 등으로 어려운 단어는 쉬운 말로 고쳐 쓴다./편집자주

1. 현재 담수호 예정지 내부의 갯벌은 물막이 공사로 퇴적이 진행되면서 공사 전에 비해 서해비단고둥이나 다모류(갯지렁이류 등)의 수가 증가했다. 하지만 비교적 비싼 가격을 받는 백합 등 조개류는 서식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아울러 공사 전에 대량 채집되었던 치패(어린 조개)가 관찰되지 않는 등 원래의 갯벌가치를 점점 상실하고 있다.
특히 광활 등의 갯벌은 니질(진흙)함량이 많아 게류와 갯지렁이의 수가 많고 수라, 거전, 계화도 등의 갯벌은 모래함량이 많아 고둥류와 조개류 수가 많지만 물막이 공사에 따라 진흙함량이 증가되면서 그 수가 점차 감소하고 있다. 물막이 공사 뒤 해안과 가까운 갯벌은 성질이 변화되는 동시에 방조제로 인해 해수유통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한 영양염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갯벌 생물 서식지 기능이 퇴화되고 있다.
반론
새만금 내부 갯벌에 살고 있는 생물상에 관한 2004년도 한국해양연구원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분포하는 생물상은 퇴적물과 조류의 변화에 따라 종의 구성이 지역적으로 변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해의 일반 갯벌과 비교하면 유사한 종의 구성과 서식밀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새만금에 있는 종의 종류를 보면 자연보전지구로 지정되어 있는 강화도 남단갯벌과 비교해도 아직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
사실 조개류 생산이 줄어들면서 어민들의 생존권은 위협당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만큼은 아니라도 여전히 조개들이 잡히고 있어 많은 어민들이 갯벌을 생존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다시금 어민들의 생계수단을 원활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욱 해수유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어민들은 그래서 4공구 일부 구간을 다시 트라고 주장하고 있다. 2.7km 정도라도 방조제가 터져 있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이 해안가 끝까지 거의 원활하게 유지되고 있다. 이 정도라도 터져 있는 것 하고 완전히 막히는 것 하고는 정반대의 결과를 낸다.
조개류의 생산량이 줄어들었다고 해서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낮다고 말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갯지렁이류 중의 하나인 흰이빨참갯지렁이는 최근 혈전치료제 성분을 비롯해 그간 전량수입에 의존하던 세제의 핵심 재료인 단백질 분해효소의 원료로 그 가치를 새롭게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현재 상태의 갯벌이라도 그 가치는 엄청나게 커질 것이다.

2. 방조제 바깥쪽에 생긴 새로운 갯벌과 안쪽 기존 갯벌의 대형 저서생물(조개류와 같은 종)을 비교할 때, 새로운 갯벌의 생명부양능력이 성장하고 있다.
반론
새롭게 만들어지는 갯벌은 또한 현재의 새만금 갯벌처럼 생물다양성이 높은 다양하게 될 수 없다. 현재 새만금 갯벌은 민물이 바닷물과 만나는 지역(기수지역)에 갯벌이 형성된 전형적인 염하구 갯벌이다.
또 만경강과 동진강의 규모가 다른 강들 보다는 작아 강의 영향이 적고, 조수와 파도가 서로 유사하게 영향을 미치는 곳이므로 매우 다양한 갯벌이 발달한 곳이다. 즉 뻘갯벌과 모래뻘갯벌, 뻘모래갯벌, 모래갯벌, 염습지(갈대, 칠면초 등 염생식물이 자라는 지역) 등이 다양하게 존재하므로 국내 어느 갯벌보다 다양한 생물종과 환경특성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어류와 조개류가 산란하고 서식하는 좋은 갯벌이자, 특히 백합(생합)이 국가 전체 생산량의 90%가 생산되는 지역이다. 그래서 람사협약에서도 생물다양성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새들 중 이들을 먹이로 하는 천연기념물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등 여름철새와 두루미, 고니 등 겨울철새 20여만마리, 봄ㆍ가을철새인 도요ㆍ물떼새류 20여만마리 등 총 40여만마리가 새만금 갯벌을 찾고 있다. 그만큼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 중의 하나이고, 가입국인 우리나라도 보호의무가 있는 것이다.
만약 방조제를 막는 다면, 방조제 바깥에 만들어지는 갯벌은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이 사라진 단순한 갯벌이 되므로 생물종이 감소하게 된다. 새만금 갯벌 생성의 역사는 최소한 5천년 이상된 것이다. 단지 20년 후에 만들어지는 갯벌과 같다고 예기하는 것은 누구라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토사와 유기물을 공급해 주는 두개의 강이 열려 있을 때의 자료를 예로 들어서 이 두 강을 막는 방조제 공사 완료 후에도 갯벌이 새롭게 대단위로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그리고 수심이 깊은 바다를 가로질러 방조제를 모두 쌓으면 경사가 급해지므로 존재하던 토사나 갯벌도 깍여 나갈 수 있다. 연안을 때리는 파도의 에너지가 커지면서 쓸고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서해안 지역 중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만든 지역에서 대부분 발생하고 있으며, 대천해수욕장과 안면도 해안도로 지역, 격포 해수욕장 등에서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주변 해안침식도 빠르게 증가 할 것이다.

3. 방조제 축조후 신규갯벌 면적이 확장되고 생물서식환경이 안정화 되면 백합양식, 김양식을 비롯한 신규어장 개발 잠재력이 크다.
반론
새만금 갯벌이 가지고 있는 유기탄소량은 401km2당 9천384톤으로 미생물에 의한 분해시간이 무려 470일이 걸리므로 방조제가 모두 건설되어 해수유통이 완전히 차단될 경우 엄청난 유기물 오염에 의한 담수호의 수질악화가 불을 보듯 뻔하다. 시화호에서도 이런 유기오염에 대한 고려가 없었기 때문에 실패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저층수 배제시설을 설치해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이 악화될 경우 오염된 물을 외해로 빼는 계획이 있다. 그렇게 하면 외해역의 생물서식환경은 더욱 악화되어 백합양식과 김양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현재와 같이 육지에서 공급하는 영양염, 퇴적물과 담수가 외해에 매일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갯벌을 의지해 살아가는 어패류 등 갯벌 및 바다생물이 서식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상류지역에 비가 많이 내려 배수갑문을 열 경우에도 많은 양의 썩은 토사와 담수가 일시에 배수갑문을 통해 흘러 나와 쌓이게 되어 갯벌생물과 바다생물은 서식하기 어렵게 되고, 많은 영양염이 일시에 흘러나갈 경우 전 해역에 적조를 발생시킬 것이며, 연안어장은 황폐화될 것이 명확하다.
현재도 격포와 변산, 곰소, 위도, 장항 지역까지 주변 해역 바닥에 죽뻘이 쌓이고 조류흐름이 바뀌는 등 해양환경의 악화로 쭈꾸미, 전어 등 수산물이 많이 줄어들어 어민들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바다에 그물을 치면 그물에 죽뻘이 붙어 물고기들이 잡히지도 않고 썩은 냄새가 많이 난다고 한다. 2004년 8월, 9월에는 격포와 위도, 고군산군도 사이에서 대규모 적조현상이 발생했다.
민물이 흘러나오고 조류흐름이 4~5m 정도 흐르는 곳에서 김양식이 잘 된다고 한다. 그런데 방조제가 막히면 이같은 현상이 사라져 방조제 외해 지역에서 김양식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4.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 합구마을은 1997년부터 백합종패를 뿌려 2000년 이후 신규갯벌(34ha)에서 연간 20~30톤의 수확을 거두고 있다.■ 반론3월 2일 생합을 캐고 있는 마을 주민들을 만나 확인한 결과, “방조제 막기전부터 거의 이 만큼의 갯벌은 있었다”고 한다. 농업기반공사가 주장한 것처럼 전체 134ha가 새롭게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2003년에 마을 주민들이 공동 투자하여 치패(생합 새끼)를 새만금방조제 안쪽인 김제시 심포와 거전에서 구입하여 이곳 양식장에서 키운 것이다. 생존율이 10~20% 정도로 낮아 큰 수입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4개월간 주민들에게 일당(1인당 3만원) 정도의 수입이 된다.” 한 주민의 얘기다. 이는 이곳이 치패가 자연적으로 생산되는 곳이 아니다. 만약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완료되면 치패 생산지가 사라져 양식장을 운영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도 고소득을 올리지도 못한다.
이 같은 사실은 부안군 연안에 백합양식장을 개발하고 최적 관리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군산지방해양수산청 부안해양수산사무소 주관으로 1993년 5월부터 2004년 10월까지 백합시험양식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대항리 지역의 결과를 보면, 백합의 최종 생존율은 4.68%이었고, 1ha당 3톤의 종패를 살포하여 1년6개월간 양식할 경우, 1천만원 이상의 손실을 봐 수익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나마 1호 방조제 외측에 백합양식을 할 수 있는 것은 조류의 길이 차단돼 흐름이 이전보다 약해져서 성장한 백합이 도망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방조제가 모두 막히면 급류 등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라도 결국 백합양식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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