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비리처벌 솜방망이, 낮은 활용도 극복대안 필요

지난해 10월, 국회 법사위원회의 정성호 의원이 공개한 ‘자치단체장 관련 비리사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0년부터 2004년 7월까지 자치단체장 55명이 뇌물수수 등 비리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광역 및 기초단체장이 총 248명인 점을 감안하면 무시 못할 수치다. 상황이 이 정도면 단체장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이미 땅에 떨어진 것처럼 보인다. 실형 선고율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검찰 수사에 의해 비리가 드러난 단체장의 경우는 법의 심판을 피하긴 힘들다. 그러나 법의 적용에서 벗어나 있는 드러나지 않은 부패, 또는 권력을 이용한 독단, 전횡 등을 심판하는 방법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있다 하더라도 솜방망이에 불과한 것이 한국사회 지방자치 현주소이다.

선출직 공직자는 일단 선출이 되면 4년이라는 임기가 보장되어 있다. 위법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선출직 공무원이 어떤 생각으로 무슨 일을 하든, 그를 견제할 수 있는 시민적 통제수단은 거의 없다. 부안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주민들의 의사와 요구에는 아랑곳없이 부안군수는 독단적인 행정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았다. 마치 개인의 편협한 결단이 부안군을 위한 구국의 결단인 양 외려 의기양양해 보인다.

부안군수는 주민투표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부안군 행안농협이 전북도의 미곡종합처리장(RPC) 현대화사업 지원에 선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군 차원의 지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상위기관(전북도)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결정한 행정사무마저도 부안군수가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한 것이다. 부안군수의 ‘나홀로 행정’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물론 단체장을 견제할 수 있는 몇 가지 제도가 도입된 것은 사실이다. 주민투표, 주민발의, 주민감사청구제도 등은 과소평가할 수 없는 의미 있는 민주적인 제도들이고, 주민자치 활성화에도 상당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들은 직접적인 견제수단으로 활용하기엔 많은 한계가 있다.

주민투표제도는 주민투표 대상이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과도한 청구권자 수(투표권자 20분의 1~5분의 1 범위)로 인해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고, 주민발의제도는 주민들이 제출한 조례안이 절차를 충족시켜 지방의회에 부의되더라도 지방의회가 거부할 경우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다. 주민감사청구의 경우도 감사기구가 독립되어 있지 않아 형식적인 감사에 그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없지만, 선출직 공무원들의 부패나 독단, 전횡을 방지하는 주민통제 장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지방분권특별법’ 제14조는 주민참여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주민소환제도와 주민소송제도의 도입방안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이런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데 상당히 공감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현재 도입되어 있는 주민참여제도가 실효성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떠한 내용으로 주민소환과 주민소송 제도를 도입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주민에게 상당한 권한이 부여되어야 하고, 제도 활용 및 접근도가 쉽고, 나아가 법적 구속력도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1년 전 부안의 주민투표 과정과 결과가 보여주듯이, 주민참여 제도의 오·남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주민들의 의식과 수준은 성숙해 있다. 부안뿐만 아니라 과천, 부산, 안산, 인천 등에서 벌어진 주민참여제도 활용 사례들은 지방자치가 연착륙하고 있다는 좋은 본보기들이다. 모두 주민들이 일궈낸 성과이기도 하다. 주민들에게 떡고물을 안겨준다는 식의 형식적 접근을 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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