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의 이순신' 시청률 20%넘자 개장이후 관광객 62만명 다녀가 유지 보수 등 사후관리문제 관건

드라마 촬영장이 뜨고 있다. 드라마가 인기가 높으면 여지없이 촬영지도 사랑을 받는다. 한국방송(KBS) ‘왕건’을 유치했던 경북 상주시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얻고 있을 때 연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기도 했다. 정동진은 여주인공이 잡혀 가는 한 장면 때문에 유명세를 타는 행운을 얻었다.

게다가 최근 한류는 드라마 유치지역에 겹경사를 안겨줬다. 겨울연가는 춘천의 남이섬을, 가을동화는 속초의 ‘아바이마을’을 아시아의 일류 관광지로 만들었다. 이런 성공사례를 보면 지방자치단체가 드라마나 영화를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경기도 손학규 지사는 아예 일산 신도시에 ‘한류우드’를 짓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듣기에도 생소한 ‘한류우드’는 한류(韓流)와 미국의 할리우드(Hollywood)의 합성어라고 했다. 2조원을 들여 한류스타 거리와 쇼핑센터 등 체험시설과 종합촬영장, 위락시설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충남 보령, 경기도 용인시?남양주시, 경상도 밀양시, 부산시 해운대, 전주시 등이 촬영세트를 비롯한 영상산업을 검토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영상의 중흥이다.

부안은 ‘이순신’이 접수

부안도 이런 흐름을 충실하게 따라잡아 가고 있다. 2005년 완공을 목표로 영상테마파크를 짓고 다른 한쪽에서는 ‘불멸의 이순신’이라는 100회분의 대작을 유치했다. 이를 통해 영상 산업이 상승효과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부안군은 영상테마파크를 중심으로 각 요지에 자연과 어우러진 촬영장을 만들어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상단지를 만들겠다는 복안도 세웠다.

대규모 역사가 일어났다. 영상테마파크는 190억원, 불멸의 이순신 촬영세트는 350억원이 예산으로 잡혀 있다. 이를 위해 부안군이 사용한 돈은 35억원이다. 영상테마파크에 15억원, 이순신 촬영세트에 20억원이 들었다. 거기에 부지매입과 운영비 등 추가되는 돈은 부안군이 부담한다. 전라북도는 55억원을 쏟아 부었다. KBS아트비전도 30억원을 투자한 상태이다.

돈이 들어간 만큼 수익도 나온다. 부안군은 전북대학교 산업경제연구소의 타당성연구조사 결과를 인용해 영상테마파크를 개발하는 데 따른 경제적 효과를 분석, 발표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생산유발효과가 618억원, 부가가치유발효과가 309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고용유발효과는 1천52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효과도 쏠쏠하다. 영상테마파크와 촬영장에 첫 삽을 뜬 뒤로 인건비, 재료비, 숙박비, 식비 등 간접투자 효과가 27억원에 달한다고 부안군은 추정했다.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줬고 식당 등 연관 업종이 활황을 맞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불멸의 이순신’을 시작하고 나서 관광객만 올 1월 말 현재 62만3천명이 영상테마파크와 궁항 전라좌수영, 석불산 영상랜드 등을 다녀갔다고 한다. 지난해 9월부터 드라마가 시작한 뒤로 꾸준하게 20%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한 덕분이기도 하다.

“대박 아니면 쪽박”

전국 각지의 영상촬영장이 시청률에 따라 웃고 우는 상황이 뚜렷하게 나뉜 것을 감안하면 부안군으로서는 천만 다행이다. 거기에 최근 드라마가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임진왜란을 본격적으로 그릴 예정이어서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는 것도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말끔하게 씻기는 것은 아니다. 촬영지로 선택되는 곳은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된 곳이 대부분으로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부족한 예산을 쪼개 제작비 보조나 스튜디오 제공 등을 하고 있다. 그만큼 재정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항상 안고 간다는 것이다.

또 사후관리 역시 지자체의 부담이다. 규모가 큰 만큼 유지보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또 적당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폐허처럼 변해 오히려 경관을 해치는 경우도 셀 수 없이 많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초기에 드라마를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의 조언을 듣고 이후 활용방안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수석연구원은 “지자체의 경쟁적 유치가 재정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만큼 전문가의 자문을 얻는 등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며 “흥행 가능성을 점쳐 시공에 들어가고 이를 관광과 연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정동진처럼 드라마로 알려진 뒤에 해돋이와 연계한 관광열차 운행 등 프로그램을 개발했다는 성공사례도 일러줬다.

전주영상위원회 장동찬 사무국장은 “부안군의 경우 장기발전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지역의 전통축제인 띠뱃놀이 등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할 수 있는 테마가 있어야 관광객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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