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없는데 씀씀이도 반으로 '뚝'"인구줄고 대형마트 늘어 더 어려워주차장 문제 해결 등 해법찾기 골몰

“쪄 먹을라요, 썰어 먹을라요? 요것은 만5천원. (아따 비싸네) 그믄 요걸로 허쑈. 만원인게.” 홍어를 놓고 어물전 주인과 손님이 입씨름을 한다. 한낮에도 영하에 머물러 쌀쌀한 데에다 눈보라까지 불어대는 바깥 날씨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회를 사러 왔다는 부부는 “싸고 신선하다”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부안상설시장이 설 대목으로 한창 바쁘다. 매달 1일은 쉬는 날이지만 상인들은 모두 나와 장사를 한다. 조기, 병어, 홍어 등 제사상에 흔히 오르는 생선뿐만 아니라 명태, 오징어, 꽁치 등 십여 종의 물고기로 좌판을 벌여 놨다. 상어도 올라와 있다. 주인도 몇 가지인지 세어보지 않아 모른다고 할 정도다.

예전에 칠산어장이 제 몫을 하던 때만 하더라도 24개 항?포구를 통해 들어오는 수산물이 ‘팔짝팔짝’ 뛰었다던 ‘소쿠리 장’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수산물이 다양하다. 냉동 생선이나 건어물은 대부분 물 건너온 것이라고 했다.

쉬는 날에 장사는 하지만...
좌판은 화려하게 펼쳐 놨지만 그 수고만큼 손님은 많지 않다. “가게야 단골로 유지하는 거죠. 부안에 애기들 빼고 노인들 빼면 없잖아요. 새로운 사람(손님)을 개척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람 좋은 ㅅ냉동 주인의 웃음 사이로 한숨 섞인 말이 흘러나온다. 게다가 요즘에는 오는 손님들도 씀씀이가 반으로 줄었다는 게 상인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ㅅ상회 주인은 설 대목인데 놀고 있다고 투덜댄다. 아침에 나와서 전(좌판) 펴느라고 고생만 했다는 불만도 뒤따라왔다. “제수용품 사는 사람들이 옛날에는 10마리 살 것을 요즘에는 다섯 마리만 사요. 경기가 안 좋은 게 그러지요. 나오는 구멍은 없고 쓸 데는 많고 그런 게 쪼개서 쓰는 거지.” ㅈ상회 주인은 아예 난로를 안고 있다가 “완전히 불경기”라며 “제사 때 쓰일 밤이며 대추, 곶감, 포며 옛날에는 많이 사갔는데 요즘에는 조금씩 나눠 사간다”고 말했다.

그래도 어물전이며 음식물을 파는 집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공산품이 많은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썰렁한 분위기는 한층 더한다. 옷가게며 이불가게는 주인들만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주인이 이불을 둘러쓰고 누워 있는 가게도 많이 눈에 띈다. 가게를 비우고 근처 가게에 삼삼오오 둘러 앉아 얘기를 하는 모습이 그나마 활기를 느끼게 할 뿐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 해법은 불분명
이같이 상설시장이 갈수록 어려움에 처하는 것에 대해 부안군은 “대형마트 건설과 인구감소”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들수록 시장을 지탱할 수 있는 고객층이 감소하는데 거기에 많은 품목이 재래시장과 경쟁관계인 대규모 마트가 생기면서 더욱 어렵게 한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상인들 역시 공감하지만 침체 원인을 찾는 방식은 더욱 구체적이다.

ㅈ식품 주인은 잘 발달된 부안의 교통에서 문제를 찾았다. 4차선 도로가 뚫리면서 관광객들이 부안을 들르지 않고 곧바로 격포나 곰소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그는 “도로 뚫리고 나서 타격이 엄청 컸다”며 “그전 같으면 시장을 꼭 지나쳐 가던 관광버스가 한 대도 들어오지를 않는다”고 말했다.

주차장 문제는 상인들의 일순위 관심사이다. 한 상인은 “요즘은 읍내에서도 차를 끌고 오는데 주차할 곳이 없다”며 “주정차 위반 때는 벌금이 4만원인데 벌벌 떨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이날 오후에 보건소 직원들이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문구가 새겨진 어깨띠를 걸치고 시장을 찾았다. 부안군이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5일까지 진행하는 ‘재래시장 이용하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1명의 공무원이 시장에서 물건 하나씩을 사기로 했다. 추운 날씨에 시장이 일순 활기를 띠기는 했지만 이런 일회성 행사가 지속적인 효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래도 한 상인은 “설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전 주말과 연휴 뒤 주말에 대목 분위기가 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현했다. 다른 상인도 “경기도 좋아진다니까 올해는 나아지겠지”라며 새로운 한 해를 고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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