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도예는 '업'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대광촌에 자리잡고 있는 흙내음 도예방. 이곳에서 이종관 씨가 흙으로 도자기를 빚기 시작한 지 25년째를 맞고 있다. 가족 모두가 부안을 떠나 타향으로 떠났지만 고향인 이곳에서 10년째 분청사기와 다양한 생활 자기들을 빚어내고 있다. ‘도예’가 업이라는 이종관 씨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도예가로 입문하게 된 계기와 과정은

서울에 있는 정수직업훈련학교에서 도자기를 배우는 전통공예를 공부한 것이 계기가 됐다. 직업학교 졸업 후 취업을 전남 목포에 있는 도예방에서 했다. 전남 목포에서 10여년 동안 도자기를 배운 뒤 고향인 이곳에서 10년째 도예방을 운영하고 있다.

-작품활동 외에 어떤 활동을 하는가

2003년에 첫 개인전시회를 가졌다. 지난 2003년 전시회 작품의 주제는 부안의 자연과 경치에 관한 것이었다. 첫 개인전을 고향인 부안에서 하고 싶었는데 소망을 이룬 것이다. 같은 해에 부안에 도예문화를 보급시킬 목적으로 도예학원을 열었지만 재정적 요인으로 오래가지 못했다. 그 밖에 새만금을 살리기 위한 홍보용 목걸이 등을 다수 제작하기도 해봤고 ‘매드로사 기법’ 라이센스를 가진 업체와 제휴해 부안 관광 상품을 제작해보기도 했지만 이것 역시 뜻대로 되지 않았다. 고향을 위한 여러 구상이 있었으나 여의치 않아 모두 접은 상태다. 최근엔 작품 활동과 소규모 수강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한다.

- 예술이지만 경제적 뒷받침도 필요하지 않는가

그렇다. 예술작품을 만들면서 경제적 요인 때문에 다기셋트 등 생활자기를 병행하고 있다. 작품을 만들어도 판로가 없는 것이 문제다. 유일한 판로는 별도로 운영하고 있는 가게가 전부다. 부안군 등이 부안에서 생산되는 도예작품을 관광 상품으로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도예를 전문적으로 배우는 사람을 키우고 싶지만 경제적 지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이것 역시 어렵다.

-주로 어떤 작품을 제작하는가

분청사기 위주로 한다. 분청사기는 서민들의 그릇이다. 속칭 ‘개밥그릇’으로 불리는데 서민들이 늘 친숙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분청사기 중에서도 큰 접시를 많이 만들고 있다. 여러 가지를 하다보면 깊이가 없을 것 같았다. 접시는 보이는 것과 달리 형태가 난해하다. 실패율이 많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다. 앞으로 접시에 밤하늘의 별자리를 새겨 넣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도예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도예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며 비용도 만만치 않다. 도예는 나에게 있어 ‘업’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도예를 그만 두려고 노력했던 적도 많다. 농사도 지어보고 가방 하나 메고 1년여를 여행도 해보기도 했다. 심지어는 외할머니 상을 당했는데도 연락이 닿질 않아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경우도 있다. 하지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게 됐다. ‘업’이라는 표현 말고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도예문화에 대해 한마디

부안은 전남 강진과 더불어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생산지로 도자기 문화가 활발한 곳이다. 조선초기에는 분청사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부안의 문화적 특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도예문화 활성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과 관리가 필요하다. 주민들의 도예문화에 대한 이해도 높아져야 한다. 아직도 도자기가 장식장 문화가 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도자기를 생활에 사용하지 않고 장식장 안에 전시하고 있는 경우가 다반사다. 생활 속의 도자기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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