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각 / 작가, 풀꽃평화연구소장

청와대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면서 집권에 겨워 감격하던 사람들이 바로 그들을 청와대에 들여보낸 사람들의 어깻죽지를 방패로 찍으며 함부로 국가폭력을 휘두를 때, 나는 권력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이해가 새삼 깊어져 인간이나 국가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절망으로 몸을 떨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릇없는 국가폭력으로 인해 방패에 찍히고, 극한의 모욕을 받으며 벌레처럼 살아야 옳단 말인가. 이민을 가버릴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독립국가 선포를 할 것인가. 그보다 앞서 할 일은 없을까. 바로 봐야 독립된 삶을 누릴 수 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부안독립신문이 창간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부안독립신문 창간의 배경에는 더 이상의 모욕을 사절하겠다는 인간의 존엄성 사수에 대한 열망이 전제되어 있다. 천부의 인간성 옹호라는 본래적 욕구보다 더 강렬하고 말릴 수 없는 기본적 욕구가 어디 있겠는가. 바로 그 점에서 부안독립신문의 창간은 ‘한겨레 창간’, ‘전교조 결성’ 이후의 국가적 사건이라고 본다. 새만금 사기극과 핵쓰레기장 폭력사태로 부안은 이 신문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시대적 의무가 있다. 이 세상에 낭비되는 에너지는 없다. 잘못 행사된 권력으로 인한 고통과 기만당한 과오를 이제는 살로 만들고 꽃으로 피어올려야 한다.

어려운 주문이지만, 신문을 키우려 하지 말라. 정기구독자를 늘이지 않으려는 ‘플레인’이라는 잡지는 바로 그 허황한 물량주의를 배격함으로써 가장 절실한 생태주의 매체로 자리잡았다. 키우면 망한다. 소수자본이 아니라 부안 사람들이 주인인, 작고 매운 신문이 되어 부안 사람에게는 직시함으로써 얻을 자유와 희망을, 자본과 권력에게는 두려움과 각성을 촉구하는 매체가 되어 달라. 앉으나 서나, 비바람이 불고 폭풍이 닥쳐도 창간 때의 소명을 잊지 말라. 부안독립신문이 성공하면 이 나라, 희망이 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