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사람들이라면 새해 소망이 다 똑같을 거 같아요. 핵폐기장 때문에 지금까지 욕봤잖아요. 김종규가 퇴진을 하든지 반핵싸움이 빨리 매듭이 지어졌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소망이죠.”
69년생 닭띠인 주산면 이미연(37)씨의 말이다. 부안항쟁에서 반핵무대팀에서 활약한 그녀는 주산면 소재지에서 조그만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주산면에 사는 할머니들이 단골 고객. 글을 미처 깨우치지 못한 할머니들은 이씨에게 가끔 통장을 내보이며 계좌의 입출금상태를 물어올 만큼 스스럼없는 사이로 지낸다. 동네에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무료로 이발을 해주기도 해 동네사람들로부터 칭찬이 자자하다.
시어머니를 모시고 세 아이의 엄마로, 아내로 살아가면서 일까지 하는 이씨에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완벽하게 하지는 못해요. 완변하게 모든 역할을 척척 해내려고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돼서 오리려 가족들이 걱정해요. 일을 좀 줄이더라도 시어머니와 아이들에게는 소홀하지 않으려고 해요”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반핵싸움을 하면서 남편이 주택관리사 시험공부를 중단한 것과 올해 중3이 되는 큰 아들이 오랫동안 등교거부를 하면서 성적이 떨어진 것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린다고 했다. 아들 동조가 성적문제로 고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어떤 교육보다 아이가 사회에 나갔을 때 이웃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게끔 부모로서 모범을 보이는 일을 우선시할 생각이다. 반핵싸움을 통해서 타지에 나가 살더라도 고향일에 방관하는 사람으로 키우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내년엔 부안이 어떻게 달라졌으면 하냐는 질문에 “큰 것 바라지 않아요. 작은 것부터 실천해야죠. 자기 마을 자기 면부터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야죠”라고 말하며 미소를 지어보인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면 편해서 잘못된 줄 알면서도 이용해왔다”면서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것부터 실천할 것”이라며 장바구니를 들어보였다.

이향미 기자 isonghm@ibu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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