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렬 / 방송통신대 교수

부안 독립신문이 창간된다. 새 신문의 이름도, 새 신문이 만들어지는 것도 모두 너무 자명한 일이다. 작년 한 해동안 부안에서 일어난 진정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불길이 그냥 사그라들리 없기 때문이다. 작년 부안군민의 승리는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자칫 커다란 피해를 초래할지도 모를 핵폐기장 건설 시도를 막았다는 것이다. 둘째는 핵폐기물과 원자력발전 문제를 전 국민에게 알리고, 이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성찰할 기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셋째는 정권 담당자나 일반 국민에게 원자력 발전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에너지 정책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이지만 가장 중요한 의미는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사람들이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15년 가까이 원전 반대운동이 이어져왔고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에 걸쳐 대규모 핵폐기장 반대운동이 있었지만, 부안에서와 같이 원자력과 핵폐기물이 전 국민의 문제로 부각된 적은 없었고, 이번처럼 에너지 정책과 원자력의 대안에 대한 관심이 뚜렷한 형체를 드러낸 적도 없었다.

원전 반대와 대안을 찾는 운동이 함께 발을 맞추어야 궁극적으로 새로운 세상의 바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면, 부안 운동의 의미는 너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운동은 핵폐기장 반대로 시작되었지만 궁극적으로 생명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리고, 지역을 살리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부안군민은 수천, 수 만개의 촛불로써 이 운동에 불을 붙였다. 부안독립신문은 이 운동을 정치한 말을 통해서 더 힘차게 전개해 나가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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