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찬 / 문화연대 매체문화위원장

부안에서 새로이 탄생한 신문이 ‘독립’의 이름을 다는 것은 그 땅의 내력에 비춰볼 때 너무나 당연하다. 갑오농민전쟁에 나선 농민들이 앞장 세운 깃발 중에는 ‘부안’이라는 이름이 선명히 찍힌 것도 있었다. 그렇게 부안은 봉건과 외세에 맞선 민중의 자주적인 움직임이 싹튼 곳, 해방을 위한 피 흘림의 몸짓이 시작된 데로 우리 근대사에 기억된다. 무능한 내부 권력과 부당한 외부 권력으로부터 동시에 독립코자 욕망하는 인민의 자발적인 이동의 지점이었다.

한 세기가 훌쩍 지나 작년 부안 땅에는 또 다른 독립의 움직임이 있었다. 주민을 기만하는 기회주의적인 군수를 혼내고, 그를 앞세워 핵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려던 중앙 정부를 탄핵하는 외침이었다. 수 개월에 걸쳐 주민들의 열렬한 참여로 진행된 촛불시위는 핵 문제, 환경 문제 차원을 훨씬 넘어선 지역운동, 평화운동, 문화운동이었다.

시민의 선택을 돈으로 유혹할 수 있다는 중앙의 오만, 농촌의 모순에 대해 지독히도 무심한 중심의 독선에 항의하는 내부 식민지민(民)들의 정당한 항의였다. 개인적으로 그 집회 참가의 감동을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런 부안이 오늘 또 다른 일을 벌였다. 또 다른 독립 선언을 준비했단다. 서울공화국에 똬리 튼 거대 미디어 권력으로부터의 기쁜 해방 소식이다. 인민의 자주적 권리이며 그 실천인 언론을 지역 공동체에 실현시키려는 노력의 소중한 성과다.

언론은 원래의 주인에게 되돌려져야 한다. 훔쳐간 권력으로부터, 무식한 자본으로부터, 게으른 서울로부터 당장 빼앗아 와야 한다. 그게 바로 민주주의다. 언론을 되찾으려는 이런 결기가 부안 땅에서 마침내 부안독립신문으로 결실 맺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경상도와 충청도, 강원도까지 활활 번져갈 민주의 불길, 자주의 불길로 오랫동안 남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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