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일본이 개정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독도 영유권을 명기함으로써 우리의 독도영유권에 심각한 도발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다수의 국민이 분노하고 있고 한일 간에 다시 외교분쟁과 함께 교과서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역사교육에 있어서도 일본 문부성은 애국심 강화라는 미명 하에 국수주의적인 역사관을 공공연히 표방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폴란드와 독일은 역사화해를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을 감행하고 있어 분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유럽에서의 성공적인 역사화해의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역사분쟁을 해소하기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폴란드와 독일의 외무장관이 금년 1월에 만나 2011년까지 공동역사교과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양국 교과서위원회가 1972년에 만들어져 36년이 지났지만 공동의 교과서를 개발하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위원회는 1976년에 역사교과서 공동권고안을 만들어냈다. 그 후 매년 양국 관계사의 주요 테마들에 관한 공동연구와 교과서 분석을 책으로 출간해오다 2001년에는 20세기 현대사에 대한 교사용 안내서를 발간하는 성과를 올렸다.

1970년대의 ‘교과서대화’에서처럼 이번에도 독일-프랑스 공동역사교과서 제작이 자극을 주었다. 그러나 독일-폴란드 공동교과서 제작팀은 훨씬 더 어려운 과제 앞에 서 있다. 나치 점령기의 대량학살과 강제노동, 전쟁에 진 독일이 남한보다 더 큰 영토를 폴란드에게 내주어야 했던 사실, 독일인 추방 등 훨씬 더 험난한 ‘지뢰지대’가 그들 앞에 놓여있다. 공동교과서 준비위원회는 우선 역사적으로 더 공통점을 많이 가지고 있는 중세부터 18세기 말까지의 800년간을 먼저 다루기로 하였다. 교과서 서술에서는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 억지로 중립적인 합의를 모색하기보다 그 차이를 병기하기로 했다. 상대방이 역사를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는가를 아는 것만으로도 역사화해에 긍정적 효과가 있으리라는 것이다.

독일-폴란드의 경우 서독 수상 빌리 브란트가 전후 강요된 새 국경을 인정함으로써 관계정상화가 가능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 정부의 지원 하에 ‘역사대화’가 시작되었다. 또한 독일인은 60년대 이후 자신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기 시작했으며 역사교과서에서 나치의 범죄를 분명하게 비판하였다. 그러나 한일 간의 경우 독도에 대한 도발처럼 일본 정부가 오히려 양국 간의 역사 갈등을 일으키는 진원지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전시강제동원이나 군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사과와 피해보상 등 과거청산 문제가 양국 사이에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다. 따라서 민족주의적인 감정이 쉽게 동원될 수 있고,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는 평화를 위한 교과서대화가 더욱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갖게 만드는 것은 건전한 시민사회의 양식과 도덕적 파워가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교사노조와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극우교과서의 채택을 두 차례에 걸쳐 막아냈다. 한국의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는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역사왜곡에 항의하고, 양국 학자들과 교사들 그리고 학생들의 대화를 중재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 또 한일 혹은 한중일 역사가들과 역사교육학자들 그리고 교사들 간의 수년간의 협력을 거쳐 근래에 나온 공동 역사부교재들은 동아시아의 평화를 지향하는 양심적인 세력들이 함께 어떠한 성취를 이루어낼 수 있는지를 입증하고 있다. 우리는 인내심을 가지고 이러한 세력들을 키워나가야 한다. 그러면 우리도 언젠가 유럽에서처럼 양국 간 공동 역사교과서의 꿈을 실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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