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를 하라’라는 광고가 있다. 작년 대한민국 광고대상까지 받은 광고다. 쇼처럼 살기를 원하는 젊은이들에게 ‘쇼를 하라’는 말처럼 설득력 있는 말은 없다. 그런데 근래 우리가 처한 현실은 다르다. 광고에서 쇼는 엉뚱한 표정이나 행동을 보이면서 반전을 꾀하여 소비자를 즐겁게 한다. 그러나 최근 촛불집회에 대응하는 정권과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이하 <조중동>)가 보여주는 현실은 결코 즐길 수 있는 쇼가 아니다. 쇼를 좋아하는 젊은이들 말을 빌리면 ‘쌩쇼’라고나 할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해서 지난 정권에서 보인 태도를 180도로 뒤바꾸고 있는 <조중동>의 왜곡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2라운드로 전개되고 있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대응 또한 한마디로 억지 중의 억지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경고 공문을 보낸다던지 사법당국에 강력한 조치를 촉구하는 태도는 광고처럼 소박하게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들이 무얼 하는지 조차 모르는 ‘미친 짓’이라고 할 수 있다. 광우병 걸린 미친 소가 웃을 일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알기 때문에 길게 얘기하지 않겠다. 2005년 11월 29일 MBC PD수첩은 단 한편의 광고도 없이 방송되었다. 황우석 교수 줄기세포 조작의혹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서 황 박사를 지지하는 누리꾼들이 MBC광고주 불매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태였다. 당시 <조중동>과 검찰과 경찰은 여기에 대해서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그러나 오늘 자 <한겨레>에 따르면, 법무부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신문광고 압박을 광고주에 대한 공격으로 보고 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보고하고,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광고협박’ 수사를 위해 첨단범죄수사부장을 팀장으로 하는 신뢰저해사범 전담 팀을 새로 꾸리는 등 적극 단속의지를 강조했다’고 한다. 이 쯤 되면 ‘쌩쇼’는 겁까지 준다.

실제로 내가 겁내는 것이 있다. 혹시 동의대 광고홍보학과 신태섭 교수를 아시는가? 어제 보도에 의하면 신 교수는 학교의 허가 없이 KBS이사 활동을 했기 때문에 해임되었다고 한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1년 6개월 간 아무런 탈 없이 KBS 이사직을 유지해온 신 교수가 이 시점에서 갑자기 해임된 까닭은 KBS 정연주 사장의 사퇴압력과 관계가 있다. 언론장악을 위해 정 사장 퇴진이 시급한 정권으로서는 이에 걸림돌이 되는 신 교수를 압박해야 했기 때문이다. 동료 교수가 쫓겨나는 모습은 절대로 쇼가 될 수 없다. 왜냐? 즐거울 수 없으니까.

난 젊은 나이는 아니지만 쇼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다. 더구나 지난 ‘효순이 미선이 촛불집회’ 이후 여러 집회현장의 촛불을 보면서 이것이 축제일 수 있고, 바로 쇼구나 하는 생각을 해왔다. 그 현장에서 때론 기쁨과 즐거움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일상이 결코 축제처럼 기쁠 수도 없고, 또 쇼하듯 즐길 수 없다고 하더라도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면서 주체적으로 살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난 그 길이 바로 ‘쌩쇼’를 까발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뼈저린 반성’ 5일 만에 촛불에 강경 대처하는 ‘뻔뻔함’과 이런저런 이유로 쇠고기 정국이 ‘바닥을 쳤다’고 보고 촛불 끄기 대공세에 나선 ‘무모함’에 저항하는 그 모습이 곧 쇼라고 할 수 있다. 촛불을 색깔몰이로 몰아가는 ‘쌩쇼’가 계속되면 면 촛불이 횃불로 변할지도 모른다. 우선 오늘 저녁 신 교수에게 전화를 해야겠는데, 위로의 전화일까, 격려의 전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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