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에서 정한 기념일은 3월 3일 납세자의 날부터 12월 3일 소비자의 날까지 총 40개가 있다. 이는 “각종 기념일에 관한 규정”에 따른 것으로 기념일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주도 하에 전국적인 범위의 행사를 열게 된다. 다만 ‘모든 기념일의 의식과 그에 부수되는 행사는 엄숙하고 검소하게 행하여 당해 기념일의 의의를 높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조항도 덧붙여져 있다.

지난 5월에는 1일 근로자의 날을 비롯해 어버이 날, 스승의 날, 5.18민주화운동 기념일,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바다의 날이 있었고, 6월엔 환경의 날(5일), 현충일, 6.10민주항쟁기념일, 6.25사변일이 기념일로 지정돼 있다. 대부분의 ‘관제’ 기념일에는 각 부처의 소관 업무이기도 하고 ‘홍보’ 효과도 있기 때문에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

하지만 군에서 여는 국가지정일의 기념행사를 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우선 요식적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념행사를 하라고 정해 놓은 날이기에 관성적으로 치르는 측면도 있어 보인다. 기존의 방식대로, 또 대부분의 행사가 그렇듯이 나란히 앉은 기관장들을 앞배경으로 그리고 단체에서 동원된 사람들을 뒷배경으로 국민의례, 기념사, 축사 등 ‘건조한’ 형식으로 일관한다. 스스로 만든 날이 아닌 ‘남이 정해 놓은 날’에 무심하게 참여했으니 그 행사의 결과 또한 남는 것이 없어 공허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군에서는 관 주도의 행사가 아닌 민간 주도 또는 민관 협력의 행사가 되도록 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어 일면 다행스럽다고 하겠으나 한편으로는 여전히 우려되는 면이 있다. 여기에서의 ‘민’이란 자율적이고 평범한 군민 일반이 아니라 기성 사회단체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각 사회단체에 대한 기존의 평가와 별개로 행사를 매개로 한 관변단체화 할 가능성도 있다. 그 결과 자칫 자기들을 위한 잔치로 변질될 우려도 있다. 군은 이를 불식시켜야 한다.

지난 5일 환경의 날 기념 행사에서 보였듯이 ‘소박하고 진지한’ 환경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한 환경 관련 이벤트와 자기 위안 잔치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 비록 국가 권력이 나름의 목적으로 만든 기념일이지만 시민사회가 스스로 만들고 채워가는 의미있는 날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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