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상 / 소설가

지금 우리나라에는 매일 천만부에 가까운 찌라시가 뿌려지고 있다. 조선, 동아, 중앙에다 최근에는 문화일보까지 가세하여 이 땅을 위험 속으로 몰아가려고 하고 있다. 신문이라고, 언론이라고 할 수 없으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기생충을 기생충이라고 부르지 않고, 버러지를 버러지라고 부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그들을 ‘국가원로’랍시고 대우하고 있는 찌라시들의 행태를 보면서 겁이 더럭 났었다. 피부로 와 닿는 위기 앞에서 이젠 교양적인 언어와 우아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절감하고 있다.

부안독립신문 창간에 부쳐 맨 먼저, 불온한 상상력으로 가득 찬 신문이기를 소망해본다. 찌라시들이 내세우고 있는 모든 가치를 거꾸로 뒤집어야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전복(顚覆)인데, 냉전, 수구, 반통일, 반환경을 자신들의 가치로 삼고 있는 세력들을 전복하는 불온한 상상력으로 지면을 채워 부안에서부터 평화, 진보, 통일, 환경을 진정한 가치로 삼고 있다는 기쁜 소식이 강물처럼 흘러넘치기를 요청한다.

둘째, 세계화와 싸우는 불온한 상상력이 지면에 차고 넘치기를 소망해본다. 미국의 금융자본과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나들며 지역경제를 초토화하는 것이 신자유주의 즉, 세계화의 핵심이다. 세계화에 맞서 지방화 혹은 지역화를 성취하려는 노력이 필사적으로 전개되어야 한다. 그런 일들이 부안에서부터 시작되도록 독립신문이 앞장서야만 할 것이다.

셋째, 기존의 신문을 흉내 내는 기자들, 기사들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경찰서나 군청을 들락거리며 기자랍시고 거드름을 피우고, 간부들과 식사를 하면서 자존심을 채우는 따위의 행태는 처음부터 버려야만 한다. 눈을 똑바로 뜨고 참된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지구 끝까지라도 간다는 사명감이 있어야만 할 것이다. 아, 지구 끝까지 가려면 예산의 문제가 있구나? 그렇다면 멕시코 사파티스타 부사령관 마르코스처럼 인터넷이라는 미디어를 잘 이용하면 된다. 그것도 모자라면, 신부님 혹은 사장님을 졸라 주머니에서 먼지가 나올 때까지 털어내야만 한다.

넷째, 문명과 야만의 경계를 제대로 세워야 한다. 김치냉장고와 항아리 중에서 어떤 것이 과연 문명인가? 그 기준이 무엇인가? 김치냉장고가 등장하자 이젠 김장이 아예 사라지고 있다. 김장과 항아리가 문명에 가깝고, 자연의 섭리와 질서를 깨뜨리는 김치냉장고가 야만에 가깝다는 인식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그 기준을 지역주민과 함께 나누었을 때 비로소 환경을 위한 투쟁의 성과를 참 되게 보전할 수 있을 것이다.

몰가치와 싸우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예를 들면 김수환 추기경의 잘못된 발언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내세우는 찌라시 신문들의 몰가치와 정면으로 싸우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몰가치가 횡행할수록 참된 가치는 콘크리트 속에 갇히고 말 것이다. 땅에 묻힌 것을 꺼내 사용할 수 있으나 콘크리트 속에 갇힌 것은 꺼낼 수도 사용할 수도 없다. 축하의 말은 불온한 상상력으로 가득찬 기사를 봤을 때 하고 싶다. 모두들 애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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