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생신이 언제에요?”
“내 생일? 왜?”
“아니요~ 그냥요. 생신이 언제냐니까요?”
“내 생일? 스승의 날이지~!”
“에이! 무슨 스승의 날이 선생님 생신이에요?!”
“너희 몰랐냐? 왜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인데~? 그날이 선생님 생일이라서 스승의 날이 된거야~”
“진짜요? 어, 이상하다~ 작년 담임선생님 생신은 5월15일이 아니었는데?”
“야~ 너는 그 말을 믿냐?! 선생님, 생신 언제에요?”
“아이 참! 그날이 선생님 생일 맞다니까~!!”

해마다 3월 둘째 주가 되면 벌어지는 풍경이다. 나도 아이들의 생일을 조사하고 달력에 표시해 두니, 아이들도 내 생일을 챙겨주겠다며 언제냐고 물어본다. 그럴 때 나의 대답은 ‘스승의 날’. 내 생일이 진짜로 5월15일은 아니다. 그 쯤 될 뿐이다. 왜 생일을 정확하게 아이들에게 안 가르쳐주는 것일까? 친구들 생일이 되면 지우개 하나, 연필 한 자루라도 꼭 선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연히 부모님의 생신도 챙기고 특별한 날이 있다면 자그마한 선물과 정성이 담긴 편지를 드리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담임선생님인 내 생일을 정확하게 가르쳐주진 못한다. 그런 현실이 약간 서글프기도 하다.

아이들에게 이중의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감히 세종대왕과 같은 생일을 사용하게 되었다. 어여쁜 우리 반 아이들은 3월부터 날마다 저금을 하네, 각자 일주일에 얼마 씩 모으네, 얼마가 모였네 부산을 떨고 다녔다. 나 모르게 살짝 저희끼리 하는 것 같은데,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내 눈을 피해갈 리가 없다. 학급에서 돈을 모으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제지할까 하다, 마음을 바꿔 짐짓 모르는 척 살짝 미소를 지으며 기대감을 키워갔다.

드디어 스승의 날 아침.

일부러 교실에 올라가지도 않고 교무실에 있었다. 급한 일을 처리하며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는데 아무 소식이 없다. 교실에 올라가 보니, 아무도 없었다. 칠판에도 흔적 하나 없다. 옆 5학년은 칠판에 풍선과 리본을 붙이는 등 부산스러운데 우리 반 아이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나?

아이들을 찾아 막 1층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우리 경희와 수미가 날 데리러 왔다. 눈을 감아야 한다는 둥 내 안경을 빼앗아 들고 과학실로 향하는 것이다. 과학실 문을 열자, 세상에~! 모래상자 위에 색색 촛불이 불을 밝히고 칠판에는 형형색색의 풍선과 분필 글씨 속에 제헌이와 한빈이, 늘볕이가 나를 환영하고 있었다. 나 몰래 만든 카네이션 꽃다발을 들고 케이크에 초를 붙이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얼마나 감동했는지 모른다. 교실 보다 과학실이 더 비밀유지가 잘 될 것 같아 장소를 바꿨다는 말에 한참을 웃으며 서운해 하던 나를 떠올려 보았다. 정말, 과학실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올해 스승의 날은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나의 상상을 초월한 장소, 과학실 덕분에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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