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이 벚꽃축제에 대비해 조성 중인 화장실 위치.
부안군이 벚꽃축제에 대비해 조성 중인 화장실 위치.

벚꽃길 시작 지점 화장실 조성 두고

행정과 주민 간 위치에 반대의견 나와

 

부안군 “인증과 이동동선 고려한 설계”

반대주민 “현장여건 고려하지 않고

나중 생각하지 않은 무작정 공사” 비판

 

갈등의 골 깊어지지 않도록

시설 관리와 인접토지 활용방안 등

원활한 소통과 노력 필요해

 부안군이 개암동 벚꽃축제에 대비해 벚꽃길 시작지점에 조성 중인 공중화장실의 위치와 방향을 두고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앞뒤가 맞지 않는 사업 추진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개암동 벚꽃축제를 찾는 방문객이 해마다 증가하는 반면 벚꽃길이 시작되는 일대에는 공중화장실이 없어 노상 방뇨 등 부작용 사례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화장실 조성 과정에 지역 여건을 잘 아는 주민들의 의견과 더불어 인접 토지의 추후 사용 방안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부안군이 임의로 위치를 선정하고 향후 인접 토지 활용성이나 현재 주차장에서 진입 통로로 쓰이던 곳을 화장실과 그 기반 시설로 가로막으면서 앞뒤가 없는 공사를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이 일부 주민들로부터 제기됐다.

부안군은 지난해 상서면사무소에서 주관한 개암동 일대 봉은, 유정, 회시마을 주민 8명을 대상 주민설명회를 열고, 화장실의 필요성과 위치 선정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대상지는 개암저수지 제방 아래편의 상서면 감교리 산92번지 일대 군유지이며 이 토지는 기획재정부와 산림청의 국유지로 둘러싸인 곳이다.

군은 일대 주민들의 요청과 축제 당시 집중적으로 몰리는 인파로 인한 화장실 수요 등을 고려해 벚꽃길이 시작되는 곳과 주차장 위치 등을 고려한 공중화장실 조성을 결정했다. 이에 드는 예산은 2억 원(군비 100%)으로 지난 2022년 예산심의를 통과해 2023년 이미 확보한 예산이다.

지난해 하반기 설계용역을 시작으로 2024년 1월 실시설계용역 착수, 2024년 3월부터는 조성공사에 착공했으며 3월 30일부터 열리는 개암동 벚꽃축제 때 우선 임시 사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조성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화장실이 조성되는 현장은 벚꽃길과 도로로부터 푹 꺼진 지형으로 휠체어 진입 등에 문제가 없도록 반드시 거쳐야 하는 BF(배리어프리) 인증을 위해 화장실이 놓일 토지의 지대 자체를 진입로 높이와 비슷하게 돋우는 기반 공사와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번 축제에 임시 사용 이후 올해 안에 공사를 완전히 마치고 하반기 중으로 BF인증까지 모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개암저수지 제방 아래 대형주차장에서 벚꽃길에 이르는통로가 화장실 토목공사로 가로막혀있다.
개암저수지 제방 아래 대형주차장에서 벚꽃길에 이르는통로가 화장실 토목공사로 가로막혀있다.

부안군은 해당 위치를 선정한 이유를 벚꽃길에서 화장실로 진입하는 접근성, 현재 이미 확보된 군유지를 활용해야하는 여건, BF인증을 고려한 기반공사의 필요성과 유리함 등으로 꼽았다. 담당부서인 부안군 건설교통과의 안경진 기반조성팀장은 “이 화장실은 축제 당시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봉은마을의 요청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에 지난해 이미 예산을 확보했고, 지역 여건을 고려해 유리한 위치 선정을 하고자 주민 의견도 수렴했다”며 “벚꽃길로부터 진입하는 접근성과 이동동선 그리고 공공건물이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BF인증 등을 위한 위치와 방향 등을 고려해 설계했다”고 전했다.

반면 상서면 공윤석 씨는 부안군이 현재 추진하는 방식과 화장실의 위치에 여러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공중화장실의 필요성은 확실하지만, 위치가 틀렸다는 주장이다. 현재 조성 중인 토지와 접한 산림청 소유 국유지를 매입해 벚꽃길의 다른 지점에서 진입하도록 화장실을 조성하면 일대 토지를 주민숙원사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부안군이 화장실을 조성하면서 축대를 쌓고 토목 공사를 하는 바람에 인접 토지와 상당한 높이 차이가 있고, 통행이 쉽지 않아져 남은 땅이 이른바 맹지와 형태가 돼 추후 이용에 지장을 줄 수 있다. 공 씨는 화장실 입구를 북쪽으로 설계하면서 눈이 내리거나 바람을 많이 받는 등 입지 조건에 맞지 않는 설계가 됐다는 점도 짚었다. 입구가 북쪽으로 나고 사람들이 드나들면 겨울철에 매서운 바람과 빙판 등으로 낙상 등의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부안군은 산림청 소유 토지매입을 위해 구두 협의를 진행한 바 있으며, 토지 매입을 위한 예산 1억 원도 2024년 본예산에 이미 편성해 둔 상태다. 따라서 추후 토지매입이 이뤄졌을 때 향후 토지 사용 방안을 고려한다면 공 씨의 주장엔 설득력이 있다.

공윤석 씨는 “부안군이 올해 축제부터 임시 사용할 수 있도록 공사를 부랴부랴 진행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어차피 2023년 예산확보 후 올해로 이월시켜 사업하는 건데 그렇게 급하다면 지난해 이미 조성을 했어야 한다”며 “산림청 땅을 매입한 다음 전체적인 토지 형태와 추후 잔여부지 사용 방안을 고려해서 일을 앞뒤에 맞게 추진했어야 마땅하다. 화장실은 필요하지만 올해도 전처럼 임시화장실을 두고 사용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은 토지매입이 이뤄질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가운데 마냥 기다릴 수는 없고, 이미 계획된 화장실을 올해부터 쓸 수 있도록 조성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산림청 토지매입과 관련해 기관 간 대화를 해 본 적은 있지만,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하면 향방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으며, 소요 시간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진입하다보면 벚꽃길로 통하는 길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안내판 등 시설이 필요하다.
주차장에서 진입하다보면 벚꽃길로 통하는 길이 있는지 확인하기 어려워 안내판 등 시설이 필요하다.

 

화장실이 조성되는 위치로 인해 부안군이 축제를 대비해 조성해 둔 군유지 주차장에서 벚꽃길로 진입하는 통로가 막히는 문제점도 있다. 1.5m 높이 이상으로 토지를 돋우면서 기존 통로가 완전히 가려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안경진 기반조성팀장은 “주차장에서 진입하는 통로가 조금 돌아가게 되는 영향은 있지만 통행에 불편함이 없도록 계단 조성 등 안전한 보행환경을 만들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이렇듯 부안군과 반대의견을 가진 주민들 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화장실 조성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 갈등이 커지지 않도록 추후 인접 토지 확보 및 사용계획 등에 주민과 행정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지혜를 모으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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