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환경사업소 앞 사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도로 시위에 나선 후촌마을 주민들                                                                                    사진 / 김정민 기자
부안군환경사업소 앞 사거리에서 천막을 치고 도로 시위에 나선 후촌마을 주민들 사진 / 김정민 기자

후촌마을, 신규 매립지·소각장 반대하며

현수막 내걸고, 천막농성 들어가

 

줄포면 마을 간 보상 관련 오랜 갈등

어렵게 봉합하고 협상 통해 추진하는데

후촌마을만 별도 협상 요구하는 상황

 

줄포면 전체 주민협의체 구성 중이고

부안군 관련 조례도 개정작업 중이므로

함께 참여해 목소리 내는 방향으로 가야

 

자칫 주민 갈등 깊어지지 않도록

행정·주민·기구 간 허심탄회 대화 절실

 부안군이 줄포면민들과 어려운 협상 끝에 추진 중인 매립지와 소각장을 둘러싸고 인근 마을 주민들이 다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줄포면 내 마을간 해묵은 갈등의 골이 다시 깊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왔다.

줄포면 후촌 1, 2 마을 주민들은 최근 지역 내 곳곳에 소각장, 매립장 반대 의사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다. 7일부터는 한 달간 부안군환경사업소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천막농성에 들어갈 계획을 밝혔다.

지난 2022년 ‘줄포면 소각장 및 쓰레기 매립장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소각장과 매립장 조성에 동의했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늦게나마 밝힌 것이다. 줄포면에서 매립지와 소각장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게 될 인접 마을인 후촌마을은 부안군과 별도로 협상하고 보상 및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2월 줄포면에서 사회단체장과 기존 반대대책위의 구성원이 반반씩 참여한 대책위는 주민 대표 자격을 띠고 구성된 줄포 소각장매립장에 반대하며 천막농성과 시위를 한 끝에 부안군과 극적인 협의를 했다.

줄포대책위는 당시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인 제3 매립지와 소각장 조성에 동의했고, 이에 대한 다양한 지역 공익사업을 위한 출연금과 각종 사업을 약속받았다.

부안군에 제시한 지원책은 기존 줄포면 후촌마을을 대상으로 하던 것에서 줄포면 전체로 확대하고, 2024년까지 출연금 100억 원 조성, 이후 2034년까지 매년 12억 원, 2034년부터 향후 5년간 매년 15억 원씩을 출연한다. 친환경 LNG타운 조성을 위한 60억 원 투자 등의 내용을 비롯해 한빛권광역방제센터, 줄포 도시재생사업 등도 줄포면민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내용이 합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부안군은 2024년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영향지역 주민지원 출연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했고, 승인받았다. 모두 113억5000만 원의 출연금을 마련하는데, 새로 구성될 줄포면매립지소각장 대책위원회에 일시출연금과 연차출연금을 합한 112억 원을, 후촌주민협의체에 제2매립장 폐기물처리 수수료로 1억5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한편 부안군이 2024년 말까지 매립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던 제2매립지는 지난 2023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실질적인 매립이 종료됐고, 현재 부안군에서 발생하는 일반폐기물은 전처리 과정을 거쳐 모두 외부 업체에 위탁 처리된다. 이에 드는 비용은 일 1500만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부안군은 지난 2022년 12월 협상 직후 서둘러 매립지 착공, 2023년 6월 소각장 조성공사에 착공했다. 신규 매립장은 17만2070㎡ 규모, 소각장은 1일 30t 처리가 가능한 시설로 2025년 5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부안군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재활용과 일반폐기물 모두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인다. 매립지는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외부로 추가 비용을 주고 위탁 처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신규 매립지와 소각장 조성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빠른 추진을 통해 부안군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처리를 원활히 하고 추가 지출도 막아야 한다.

후촌마을 주민들은 회의를 열고, 간담회와 군수 면담 등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알리고 정해진 행동을 할 계획이다. 이들은 지난 5일 군수와 면담을 가졌고, 7일부터는 환경사업소 앞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다.

환경사업소로 들어가려던 부안군 청소차량들이 주민들에게 가로막혀 도로 위에 줄지어 섰다.
환경사업소로 들어가려던 부안군 청소차량들이 주민들에게 가로막혀 도로 위에 줄지어 섰다.

 

반대대책위 차원에서 부안군과 협상하던 당시 후촌 1, 2 마을 이장들이 위원으로 구성됐지만, 당시 맡고 있던 사회단체장으로서 참가한 것일 뿐 마을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할 수 없었음을 피력했다. 또 소각장과 매립지가 조성되면 직접적인 영향은 가장 가까운 후촌마을이 받게 될 것이 분명하고, 오랫동안 부안군과 협의 대상이었던 후촌마을 주민 기구인 ‘후촌협의체’를 협의 대상으로 인정해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부안군은 이 같은 요구에 난감해했다. 이미 줄포면 전체를 아우르는 대책위와 협상을 했고, 다시 주민 의견을 수렴할 수 있고, 추후 사업의 의결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협의체와 운영위원회가 구성되는 중이기 때문에 일부 마을만 대변하는 별도의 협상 대상을 두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단 뜻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행동에 들어가는 것을 외면할 수만은 없기에 지속적인 대화와 줄포면 전체 기구에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다만 구성 중인 신규 운영위와 협의체에 후촌마을 주민들과 후촌협의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사를 밝히고 당위성을 바탕으로 원하는 부분을 기구 내 다른 주민들에게 동의를 얻어 요구안을 내놓으면 그것을 바탕으로 고려해볼 수는 있음을 시사했다.

이번 후촌마을 주민들의 반대 움직임이 사업 자체의 걸림돌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어렵게 봉합하고 합의에 이르렀던 주민들의 마음이 다시 갈라설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후촌마을 주민들이 반대 의사를 담은 현수막을 걸고 집회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에 불편한 심기를 벌써 드러내는 주민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줄포면민 A씨는 “솔직히 줄포가 매립지로 인해 함께 오랜 시간 피해를 봤는데 후촌마을만 그동안 보상을 받아와 놓고 이제 와 다시 자기네만 더 큰 보상을 달라며 이렇게 나오면 누가 반기겠냐”라며 “시위하고 대책위 활동할 땐 말 없다가 이제 와 참여 안 했다. 동의 안 했다며 재 뿌리듯 갈라서는 것은 옳지 않다. 쉽진 않겠지만 줄포 사람들과 함께 대화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공익사업으로 인한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주민들의 입장을 살피고, 이야기를 듣고 지혜를 나누며 현명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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