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석 자갈은 사라지고 담배꽁초만 무수한 화단(위), 온갖 쓰레기와 광고시설물까지 놓인 화단(아래)                                                                                                                사진 / 김정민 기자
화산석 자갈은 사라지고 담배꽁초만 무수한 화단(위), 온갖 쓰레기와 광고시설물까지 놓인 화단(아래)                                                                                                                사진 / 김정민 기자

지난해 1억 원 들여 조성한 정원형 화단

멀쩡한 화단 없애고 화초 심어 빈축 사

 

화단 꾸미는 화산석 긁어간 곳도 있고

일부 특이한 화초들 가져가기도 해

곳곳에 화초 죽거나 뽑힌 빈자리 많고

일부 구간 쓰레기와 담배꽁초가 점령

 

화단 제 역할 못 하는데 대책은 없어

조성에 앞서 체계적인 관리안 준비돼야

 부안군이 지난해 1억 원을 들여 조성한 읍내 도로변 정원형 화단이 훼손되거나 담배꽁초 등 쓰레기 무단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러나 부안군은 뚜렷한 대책이나 관리방안을 내놓지 않은 채 오히려 올해 추가 화단 조성과 나무 심기 예산은 편성했다. 관리방안이 없어 화단 상태는 엉망인데, 이를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방치하고, 예산 투입해 시설 조성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안군은 지난해 5월 부안읍 터미널 사거리를 중심으로 석정로와 번영로 일부 구간의 도로변 기존 화단을 철거하고, 다양한 나무와 화초를 가꾼 정원형 화단으로 탈바꿈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조성 당시 멀쩡히 살아있던 수목을 제거하고 새로운 형태의 화단을 조성하는 것을 두고 전형적인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안군은 아름다운 시내 경관을 조성하겠다며 정원형 화단을 추진했다. 최근 흐름이 기존의 빽빽하고 일관된 가로화단보다 다양한 수목과 정원 형태로 꾸민 정원형 화단이라는 것을 이유로 앞세웠다. 

정원형 화단을 두고 주민들 사이에는 “멀쩡한 화단을 굳이 바꿀 필요가 있나. 예산 낭비다”라는 부정적인 시선과 “유행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화단이 보기 좋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엇갈렸다.

가로화단에 나무가 아닌 화초를 심는 것 자체가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도난이나 훼손 우려가 크고, 나무와 비교하면 화초류는 수명이나 활착률 측면에서도 불리하기 때문이다. 

화단에 심어진 화초들은 뽑혀나가고, 흉하게 헤집어놨지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화단에 심어진 화초들은 뽑혀나가고, 흉하게 헤집어놨지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

이런 우려는 사실로 드러났다. 보기 드문 화초를 뽑아 가거나, 화초 사이사이에 깔린 화산석을 걷어 가는 몰상식한 경우들이 발생하며 보기 싫게 훼손됐다. 

또 담배꽁초와 일회용 커피잔 등 쓰레기들이 수없이 버려지고, 눈에 띄는 상황에도 청소나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벌어졌다. 화단 사이사이에 물건을 적재하거나, 광고 시설물을 두거나 쓰레기를 놓아두는 경우까지 있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아무리 아름답게 만든 화단이라도 관리하지 않고, 쓰레기가 쌓이면 아름다울 수 없다. 문제는 사후관리 방안의 부재였다.

결국 경관을 아름답게 하려는 목적으로 조성한 화단이 오히려 도시경관을 해치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부안군은 뾰족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박미화 정원조성팀장은 “담배꽁초 등이 버려지거나 화단이 훼손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고, 보강이나 관리 대책을 만들 계획이다”라면서도 “사실 이전의 화단에도 잘 보이지 않았을 뿐 쓰레기 투기 문제 등은 여전했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고 변명했다.

일차적인 원인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고, 공유재산을 훼손하는 부족한 시민의식을 가진 이들에게 있다. 행정은 이런 상황에 대한 대처와 발생하지 않도록 할 대책 등을 고민해야 한다.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공유재산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시행하는 것이 부안군의 분명한 역할이다.

가로 경관은 지역의 정체성과 수준을 보여주는 가장 일차적인 요소다. 지금의 부안읍 화단은 이런 점에서 충분한 자격을 갖추지도, 적절한 관리도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지속적인 단속과 관리를 통해 화단이 훼손되지 않고, 꽁초를 버리는 재떨이 수준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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