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최보성 씨의 묘비.
故최보성 씨의 묘비.

이태원 참사로 자식을 잃고 1년이 넘도록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지역의 유가족을 위한 행정과 정치권의 적극적인 동참이 절실하다. 

지난해 10월 29일 할로윈을 앞둔 주말 서울 이태원에서 믿을 수 없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할로윈파티를 즐기러 이태원을 찾았던 159명의 사람이 인파에 깔려 죽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부안에도 이태원 참사로 소중한 자녀를 잃은 두 유가족이 있다. 스물다섯의 아들을 참사로 잃은 김숙희(59) 씨는 대화 내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참사 이후 1년이 넘게 지나가고, 뉴스에서도 국회에 들어가 있는 특별법이 곧 제정될 것처럼 얘기하지만 일은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의 시간은 1년 넘는 지금껏 멈춰있고 아픔도 여전했다.

김숙희 씨는 아들을 잃고, 정신없는 와중에 경기도 용인에서 장례를 치렀다고 한다. 김 씨는 “어떤 이는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장례를 치르기도 했다는데, 우리는 그래도 자녀들이 있었던 용인에서 장례를 치른 것만 하더라도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믿고 싶지 않은 참사가 벌어진 그때부터 지금까지 김숙희 씨는 매주 주말이면 전주 풍남문에 차려진 분향소를 지키고 있고, 순번이 돌아오면 서울로 올라가 오체투지를 하며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왜 아이들이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몰려든 인파에 깔려 죽는 터무니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인지. 당시 치안과 질서 유지 책임자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부상자와 사망자는 왜 그렇게 임의로 곳곳에 뿌려지듯 흩어놓은 것인지, 답을 듣지 못한 질문이 너무 많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책임자를 찾아내지도, 마땅한 처벌을 내리지도 못했기 때문에 계속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숙희 씨의 아들 故최보성 씨의 장례식에 찾아온 부안군 인사는 부군수뿐이었다. 군의원도 다녀갔다는데 누군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군수가 다녀갈 법도 한데, 다른 피해자들에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다녀가며 위로를 전하고, 진상 규명을 약속했다는데 부안에선 권익현 군수도, 이원택 의원도 찾아오지 않았다.

지역구 이원택 의원에 대한 실망감은 더 컸다. 전북 지역의 시민단체와 함께 풍남문 분향소를 지키며 전주 등 다른 곳의 유가족들은 김성주 의원 등 자기네 지역구 의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원택 의원의 지역구인 부안과 김제 모두 2명씩 피해자가 있고 네 유가족이 존재한다. 김숙희 씨에 따르면 이들 유가족 중 누구도 이 의원을 직접 만나 속마음을 털어놓을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김 씨는 “이원택 의원이 너무 무관심하니까, 김제의 한 유가족이 의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아쉬움을 얘기했더니 김제 시내에 현수막 몇 개 붙여준 것이 전부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김숙희 씨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의원과 만나보려 해봤다. 그래서 지난여름 의원과 연락이 닿는다는 지인에게 부탁했고, 그에게서 “내일 의원님이 전화한다 했으니 기다려 보라”는 말을 들었고, 온종일 기다렸지만 끝내 연락은 오지 않았다. 

이후 김 씨와 유가족들은 이 의원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고, 행동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김숙희 씨는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에게 구걸하지 말자. 다음번에 제대로 된 사람을 뽑자는 마음을 먹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할 작정이다”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한 명이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도 분명하다. 그러나 지역구를 기반으로 의정활동을 하는 국회의원이 누구를 만나고, 어떤 말 한마디를 하느냐에 많은 이목이 쏠려있고, 사회적으로 미치는 무게감은 분명히 다르다. 

한편 이원택 의원은 “이태원 참사 이후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집회나 행사 등에 꾸준히 참석하며 유가족들을 만났다”며 “지역 내 아픔을 겪은 유가족들이 계신 것은 알았고 직접 만나 이야기하려 했었다. 그러나 당사자들께서 의원과 만나 이야기하고 요구하기보다 조용히 있고 싶어 하신 것으로 알고 있었다. 만나고 싶어 연락을 취하거나 바라신 줄 몰랐다”고 밝혔다.

집회 등에서 유가족들을 만나왔지만, 지역구 내 유가족들로부터 연락이 왔었던 사실 등을 몰랐다는 것이다. 기회가 없었고, 엇갈렸다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아픔을 겪은 주민들을 만나 위로하고, 진상 규명을 위한 행동에 동참했어야 마땅하다.

이 의원은 “늦었으나마 지금이라도 유가족분들 한 분 한 분 찾아가 이야기 나누고,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해 보겠다”며 “당에서 특별법을 연내 꼭 통과시키려 한다. 다만 여‧야간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쉽지는 않은 문제다. 그러나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역할을 꼭 하겠다”고 전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1년이 넘게 특별법 제정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며 굳건히 분향소를 지키고 있으며, 이 추운 겨울에도 길 위에서 오체투지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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