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게 칠한 곳이 이번 획정안에 따라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 네 지자체다.
짙게 칠한 곳이 이번 획정안에 따라 하나의 선거구로 묶인 네 지자체다.

5일 중앙선관위서 획정안 내놔

전북은 10석에서 9석으로 줄어

 

도시와 농촌간 양극화 우려와

농촌지역 대표성 훼손 지적에

더불어민주당 ‘수용불가’ 방침 내놔

정개특위서 획정안 변경 가능성도

 

정읍 정치인, 부안군민께 안부문자

전 부안 국회의원 출마설도 솔솔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석 달여 남겨두고 부안, 고창, 정읍, 순창, 4개 지자체를 하나로 묶는 선거구 획정안이 예고됐다. 이에 따라 전북지역 국회의원은 기존 10석에서 9석으로 줄어들 예정이다. 지역의 대표성이 무시되고 정치의 대의적 기능도 약화할 우려가 높다. 계속 제기돼 온 승자독식, 정치 양극화, 기득권 강화라는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변화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 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서울과 전북에서 국회의원 의석이 각각 1석이 줄고 인천과 경기도는 1석씩 늘어나는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국회의장에 제출했다.

이번 획정안에 따르면 전체 지역구 의석수는 253석으로 기존과 같지만, 6개의 선거구가 합구로 통합되고 6개 선거구가 분구됐다. 통합 지역은 의석수가 줄고 분구된 지역은 의석수가 늘었다.

통합되는 전북은 국회의원 의석수가 10석에서 9석으로 줄어든다. 기존 ‘김제·부안’, ‘정읍·고창’, ‘남원·임실·순창’, ‘완주·진안·무주·장수’ 총 4개 선거구가 ‘정읍·순창·고창·부안’, ‘남원·진안·무주·장수’, ‘완주·김제·임실’ 총 3개 선거구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획정안이 예고되면서 부안지역 유권자들은 당장 ‘순창’이 어디에 있는지 지도 살피기에 나섰다. 정읍, 고창은 인근 지역이라는 정서가 있었지만 ‘순창’은 남원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에 출사표를 던질 지역 정치인들도 선거전략의 변경이나 인지도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한 지역 정치인에 따르면 기존 ‘정읍·고창’ 정치인은 부안군민 연락처 확보와 얼굴 알리기에 나서고 있으며 반대로 부안 정치인은 정읍이나 순창군민 연락처를 모으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러다 보니 기존에 인지도가 있는 정치인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따른다. 실제 부안에 연고를 두면서 고창에서도 인지도가 있는 김춘진 전 의원의 출마설도 심심찮게 나온다.

반대로 인구가 많은 정읍 출신이 국회의원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선지 최근 부안군민은 유성엽 전 의원 등 낯선 정읍 지역 정치인들로부터 안부 문자를 받기도 했다.

이같이 정치권의 움직임이 분주하지만, 면적이 주는 물리적 한계와 이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역구가 커 모두 돌아보기 어렵다 보니 구석구석 유권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정에 반영하기 불가능해서다. 결국, 농촌지역의 현안을 입법과정에 반영하기가 어렵게 되고 인구감소 등 지역 문제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선거구 획정안이 원안대로 확정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원칙과 합리성을 결여한, 국민의힘 의견만 반영된 편파적인 안”이라며 “수용 불가”라고 밝혔다.

제출된 획정안을 검토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변경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정개특위는 한 차례 선거구 재획정을 요구할 수 있을 뿐 이를 변경할 권한은 없다는 점에서 확정까지는 진통이 예고된다.

지역 대표성만큼이나 등가성 같은 투표의 가치도 평등하게 존중돼야 하지만, 정치와 선거가 사람을 위한 좋은 세상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도시와 농촌 간 커지는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를 줄이는데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중앙 정치가 지역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국내 현실에서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획정은 지역 불균형을 초래하고 탈농촌, 도시 집중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선거제도 개편이나 선거구 획정이 지지부진하거나 막판에 논의되는 것은 기존 정치인의 밥그릇 싸움 탓이라는 시선이 많다. 이번 획정안을 두고도 그런 시선이 있지만, 이번만큼은 기득권을 버린 민주주의를 위한 발전된 획정안이 나오길 다수 유권자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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