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문을 연 부안읍 선은리 부안다목적체육센터. 오전에는 생활체조, 오후에는 배드민턴 강습과 동호인 활동 등에 쓰인다                    사진 / 김정민 기자
지난해 1월 문을 연 부안읍 선은리 부안다목적체육센터. 오전에는 생활체조, 오후에는 배드민턴 강습과 동호인 활동 등에 쓰인다 사진 / 김정민 기자

수백억 원 달하는 체육관조성사업의

핵심 이유는 근거 없는 ‘주민 요구’

 

실내체육관 필요한 종목은 배드민턴

군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즐긴다지만

7개 면 중 4개 면은 클럽조차 없어

 

학교시설은 절차 복잡하고 불편하다며

자유롭게 사용할 시설 필요성 내세워

하지만 시스템 없고 절차 더 까다로와

 

연 운영관리비 4000만 원에 이르는데

이용료 수입은 1/3도 못 미쳐

해마다 운영비만 수억 원 지출 예상돼

 부안군이 지난해 문을 연 부안읍 다목적체육센터를 포함해 7개 면에 실내체육관을 수백억 원을 들여 조성한다는 계획에 혈세 낭비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부안군은 최근 완공한 줄포면을 비롯해, 7개 면에 한 곳당 무려 43~57억 원을 들여 실내 체육관을 조성할 계획이다.(본지 11월 4일자 1면 참고)

부안군이 실내체육관 조성 계획을 세운 것은 2018년부터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생활SOC사업 중 생활체육 분야를 국비 확보 방안으로 택했다. 그리고 정부는 체육진흥기금이란 이름으로 일반 생활체육시설에 기금을 10억 원씩 정액 지원했다. 부안군스포츠파크를 제외하면 어느 지역에도 군이 운영하는 실내체육관은 없었고, 장애인 체육시설 조성은 절실했기에 사업 추진의 좋은 구실을 얻은 셈이다.

하지만 면마다 체육관을 조성하기로 하면서 군민의 눈길은 곱지 않게 바뀌었다. 지속적인 인구감소 추세와 부족한 정주 여건 등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에 꼭 필요한 시설 확충은 필요하지만, 실내체육관이 그 해답이긴 어렵다는 게 이유다. 체육관을 주기적으로 쓰는 사람은 매우 적고, 동호인이 아닌 사람이 쉽게 쓸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지 못한 실정이어서 부안군이 앞세우는 보편적 체육 복지와도 거리가 멀다. 실효성이 와닿지 않는 대규모 건축사업에만 골몰하는 부안군의 정책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부안군은 이 사업의 대표적인 이유로 ‘주민들의 요구’를 앞세우지만, 그 요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근거는 없다. 얼마나 많은 주민 중 누가 어떤 경로로 얼마나 요청했으며, 그 필요성이 어떻게 검증됐는지도 자료조차 없다.

13개 읍면 모두 요청이 있었다지만 체육관 조성을 위한 최소 조건이 있었다. 군유지 또는 사용 가능한 토지가 있어야 했다. 이 조건을 충족하는 7개 면이 확정됐지만, 행안면은 토지 매입이 함께 이뤄지면서 다른 곳보다 10억 원 이상이 더 들었다. 토지 유무를 면별 선정 조건으로 했다면 이는 형평성에 어긋난다.

면민의 날 행사 등 지역 내 큰 행사를 추진할 때 우천 시 실내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유도 있다. 그러나 1년에 한두 차례 열리는 행사에 비가 오는 것을 대비해 수십억 원을 들여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더구나 면민의날과 같은 소모성 행사의 폐지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는 상황에서 이를 시설 조성의 이유로 앞세우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실내체육관이 꼭 필요한 종목은 배드민턴 하나뿐이다. 그러나 7개 면 중 부안읍을 포함한 3개 면에서만 배드민턴 동호회가 활동 중이다. 또 현재 부안군이 지원하는 학교시설 이용료 지원 현황으로 미뤄 부안읍을 비롯해 변산면, 진서면, 줄포면 이상 네 곳에 불과하다. 지역마다 배드민턴을 즐기는 동호인이 넘치고, 시설에 대한 갈망이 큰 것도 아닌 셈이다. 

체육관 조성사업을 담당하는 문체사업소 체육시설팀의 박연길 팀장은 “클럽들이 학교시설을 이용하는데 절차가 복잡하고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며 “내 것처럼 이용하기 위해서는 부안군에서 조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떤 불편을 느끼는 것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학교 측 얘기는 행정실과 이용료 부분에서 협의만 이뤄지면 시설을 이용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부안읍에 조성된 체육관의 이용시스템이 개방적으로 운영되지 않아 일반 주민이 예약하려면 학교보다 훨씬 복잡하다. 체육 동호인들이야 월 단위로 계약하고 마음 편히 드나들지만, 그 외의 사람들은 언제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몰라 접근성이 낮은 상황이다.

현재 운영 방식은 먼저 체육관에 붙어있는 전화번호로 부안군 체육시설팀에 전화를 걸어 이용 접수를 하고, 그때 지급되는 가상계좌에 사용료를 입금하고 쓰는 식이다. 무슨 요일, 몇시에 어떤 종목이나 프로그램이 운영 중인지, 운동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살펴보고 선택할 수가 없다. 

부안군은 스포츠파크 내 축구장과 풋살장 등에 대해서는 예약 가능 시점을 알 수 있고, 언제 몇 명이 사용할지 예약할 수 있는 대관예약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스포츠파크 내 실내체육관은 이 시스템에 포함되지 않고, 읍면에 조성되는 실내체육관도 시스템을 갖출 계획이 없다. 

박연길 팀장은 “스포츠파크 대관 예약은 선착순 시스템인데 이럴 경우 매일 운동하고 가장 이용 빈도가 높은 클럽 등 단체가 독점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체육관 내 일부 코트를 동호회 몫과 일반 몫으로 나눠 예약받으면 어렵잖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부안군 의지의 문제인 셈이다.

학교 체육관을 이용하는데 드는 비용도 부안군에서 조성한 실내체육관보다 오히려 저렴하다. 부안군은 지역 내 배드민턴 클럽이 학교시설을 이용하는 경우 시설 사용료를 지원하는데 연 최대 100만 원, 이용료의 50% 이내에서다. 지원되는 이용료를 살펴보면 적은 곳은 50만 원, 많은 곳이 77만 원 선이다. 그렇다면 클럽들이 학교에 지불하는 연이용료는 대체로 100만 원 남짓한 금액이다. 부안읍 다목적체육센터 이용료로 배드민턴 클럽이 연 360만 원을 내는 것에 비하면 무척 저렴하다.

실내체육관 운영에 드는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부안읍 실내체육관인 부안다목적체육센터 운영비는 3500만 원이 들었다. 배드민턴 클럽의 월 이용료 30만 원과 생활체조, 배드민턴강습 등에 공간을 내주고 받는 이용료를 합하더라도 수입은 운영에 드는 비용의 30% 수준에 그친다. 인구가 가장 많은 부안읍이 이 정도라면 다른 면지역은 운영비를 대부분 예산으로 지출하는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7개 체육관이 모두 조성되면 해마다 수억 원의 운영비를 지출하게 된다.

이렇듯 명분도 빈약하고, 막대한 예산에 비해 실효성은 부족한 체육관을 지역 내 여러 곳 짓겠다는 것은 뭐라도 지어야 개발이 된다고 생각하는 구태를 답습하는 행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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