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네모 안이 부안군이 새로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대상지다.                                                                                             카카오맵 화면 갈무리
빨간 네모 안이 부안군이 새로 매입해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대상지다. 카카오맵 화면 갈무리

이미 터미널 옆 주차장 확보했고

오리정로 주차장도 조성 중인데

예산 확보했으니 수십억 들여

읍내 금싸라기 땅에 주차장 추진

 

예산 70억 중 부지 매입에만 40억

2층 주차타워 30억으론 어림없어

돌팍거리처럼 사업비 폭증 예상돼

 

민선 7기 주차장 조성만 10곳 넘어

“읍내 다 주차장 만드냐”는 비판 나와

 부안군이 읍내 금싸라기 땅을 사들여 주차장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또 주차장?’이라는 군민들의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부안군은 지난해 부안읍터미널을 49년 만에 새단장하면서 바로 옆 신씨 문중 소유의 토지를 매입해 타워주차장을 조성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매각 의사를 구두로 확인했던 지난해와 달리 신씨 문중 측이 매각하지 않기로 입장을 바꾸면서, 협의는 20년 장기임대로 마무리 지어졌다. 토지 임대료는 해마다 공시지가의 2.5%를 지불한다. 2023년 기준 2700만 원이며, 20년 동안 해마다 3000만 원 안팎의 임대료가 꾸준히 들어가게 된다.

부안군은 이 주차장의 노면 포장과 주차선 도색, 차단기 설치 등 주차장으로 활용하기 위한 시설 조성을 내년 본예산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주차장 규모는 60면 정도다. 처음 계획했던 120면에는 못 미치나 주차난을 해결할 정도는 확보한 셈이다.

이후 부안군은 주차장 조성을 위해 이미 확보한 예산 70억 원으로 또 다른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하나로마트 주차장 건너편 봉덕리 764-2번지 일대 구)장수사우나 건물과 주차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 일대의 불법 주차로 인한 교통혼잡 상황이 심각하므로 반드시 공영주차장을 조성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차장 조성을 위한 예산 70억 원을 이미 확보한 상황인데, 사업을 포기하면 도예산 35억 원을 반납해야 하고 이후 유사 사업 추진 시 국·도비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창무 교통행정팀장은 “신씨 문중 땅을 살 수 없게 되자 당시 담당자가 주차장 조성 가능 토지를 물색했고 장수사우나와 주차장을 판다는 소문을 듣고 토지 소유주와 협의해 본 결과 매각 의사를 확인했다고 들었다”며 “가장 불법 주차가 심각하고 복잡한 지역이기에 주차장을 조성해야 하는데 이 일대는 토지매입이 정말 어려운 곳이다. 토지주가 군에 매각할 의사가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번 ‘터미널 인근 공영주차장 조성계획’은 장수사우나 건물과 주차장 부지를 매입해 건물을 헐고 200면 규모의 지상 2층 주차타워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토지매입에 드는 비용과 주차장 규모에 미뤄봤을 때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클 우려가 있다. 

부안군은 사업비 70억 원 중 해당 토지와 건물 매입에만 40억여 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는데, 남은 30억 원으로 200면 규모의 타워주차장을 짓기는 어려워 보인다. 

막상 70억 원으로 시작한 사업이 해를 넘기며 얼마나 눈덩이처럼 불어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운영을 시작한 군청 뒤 돌팍거리 주차장이 40억 원에서 출발해 결국 100억 원이 들었던 사례에 비춰보면 얼마든지 가능한 예상이다.

더구나 이 사업은 목욕탕으로 쓰던 낡은 건물을 9억 원 들여 사고, 세금으로 철거까지 해야 하는 등 이중으로 비용이 드는, 지극히 소모적인 방식이다. 이 거래를 토지주가 마다할 이유는 없는 까닭이다.

그러니 몇 년 사이 읍내 비싼 땅을 곳곳에 사들여 주차장을 조성하는 것을 수 차례 목격한 군민들은 “굳이 이렇게까지 돈 들이고 건물 부숴가면서 또 주차장을 지어야 하나”라며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처음 계획이 알려진 지난 10월 부안군의회 군정보고 당시 여러 의원으로부터 “이미 신씨 문중과 오리정로 등 주차장을 확보 중인데 굳이 추가로 조성해야 하냐”“확보한 예산과 조성계획을 봤을 때 더 많은 예산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등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부안군은 터미널 사거리 일대가 가장 고질적인 불법 주·정차가 성행하고, 주차장이 부족한 곳이라는 점이 이번 주차장 조성사업 추진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2022년 주차장 수급실태 조사 결과 이 일대는 상시 100대 이상의 불법 주차가 발생하는 곳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부안군이 읍내 중심지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매입하겠다는 해당 건물
부안군이 읍내 중심지 주차장을 조성하기 위해 매입하겠다는 해당 건물

그러나 이번 사업부지는 농협 하나로마트 주차장과 맞닿아 있으며, 100~200여m 거리 내에 공영주차장도 여러 곳 있다. 주차장이 없어 문제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부안군이 주차장 조성에 골몰하는 것이 정말 불법 주차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이를테면 지역 내 문제점을 어떤 절차와 사업을 거쳐 언제까지 해소하겠다는 뚜렷한 계획도 없고, 주차장을 어디에 몇 개 더 조성하고 마무리하겠다는 계획도 없다. 돈 있고 땅 있으면 일단 주차장부터 조성하겠다는 식이다.

현재 부안읍내에는 모두 20곳의 공영주차장이 있으며 주차 가능 면수는 1520대다. 민선 7기와 8기 들어 집중적인 공영주차장 조성이 이뤄졌는데, 20개 공영주차장 중 14곳이 이 시기에 조성됐다. 기존 주차장을 확대한 것을 제외하고 신규로 조성된 주차장의 주차 면수만 800여 대에 이른다. “읍 전체를 주차장을 만드려 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주차장 조성은 군민 다수를 차지하는 노인과 청소년·학생 등 교통약자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어 공익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주차장을 조성할 때마다 드는 비용으로 대중교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버스 공영제나, 자전거 타기와 걷기 등 친환경적이고 다양한 통행 환경 조성을 고민하면 더 많은 군민이 쾌적한 생활환경을 누릴 수 있다.

나아가 기후위기 문제도 심각해 차량 중심의 도시계획은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진 낙후된 발상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읍내 집중화와 교통혼잡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이 담긴 교통 정책과 철학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