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공원 옆 맨발 걷기를 위해 조성된 공간. 초겨울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적잖은 군민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매창공원 옆 맨발 걷기를 위해 조성된 공간. 초겨울 흐리고 쌀쌀한 날씨에도 적잖은 군민들이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굳이 예산 들여 시설 조성 불필요

공원 내 야자매트만 걷어내면 돼

박병래 의원, 조례 발의하며 ‘지원’

 부안에는 최근 맨발 걷기가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2년여 전부터 조금씩 시작됐던 이 운동이 이제는 하루에 수백 명이나 즐기는 건강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운동의 장점은 다채로운 운동 효과에서 나타난다. 맨발 걷기를 시작하면 수면 질과 혈압 관리 등에서 명확한 변화가 나타나며, 암 환자들 역시 이를 통해 증상이 완화되는 사례도 있다.

이 운동은 특별한 준비물이나 특별한 시설도 필요하지 않다. 평평하고 깨끗한 흙바닥이면 충분하며, 황토 바닥이라면 편안하게 걷을 수 있다. 발 씻고, 흙을 적실 물만 있으면 충분하다. 또 많은 공간도 필요하지 않다. 코스를 둥근 형태로 만들거나 길게 늘어진 길 모양으로 조성해도 좋다.

이 운동은 맨발을 이용하기 때문에 추후 그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데도 문제가 없다. 늘어나는 맨발 걷기 인구에 발맞춰 지역에서도 적정 환경을 조성해줄 수 있는 여건이 최근 마련됐다. 

박병래 부안군의원은 지난 10월 ‘부안군 맨발 걷기 활성화 및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조례안에는 맨발 걷기에 필요한 흙길과 세족대 등 설치를 지원하고,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창공원 옆에 조성된 맨발걷기 길도 박병래 의원이 실질적으로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길 조성과 가로등은 관련 부서의 자투리 예산을 이용했고, 황토 역시 지인에게 협조를 구해 무상으로 깔았다. 총 조성비용이 불과 천만 원에도 못 미칠 정도로 저렴하게 조성했다는 후문이다. 

반면 부안군은 맨발 걷기와 관련한 뚜렷한 조성계획은 세우지 않은 상태다. 최근 주민들이 가장 빈번하게 이용하는 매창공원 옆 부지에서 교동천 인공습지 쪽으로 옮기는 방안에 대해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확정되진 않았다.

해뜰마루 공원 내의 일부 구간을 맨발 걷기 코스로 조성하려는 시도도 있으나, 굳이 예산을 들여 따로 조성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실 맨발 걷기 공간은 별도로 시설이 필요 없다. 흙으로 된 산책로를 그대로 두면 맨발 걷기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뜰마루처럼 지역 내 공원에 깔린 야자매트나 콘크리트 포장, 쇄석포장 등을 제거하면 맨발 걷기에 안성맞춤인 흙길이 조성된다. 이를 위한 특별한 관리나 비용도 거의 들지 않는다.

맨발 걷기 후 발을 씻는 세족장. 흙에도 물을 뿌려 촉촉하고 폭신하게 하기 위해 물 공급하는 시설이 최소한의 맨발 걷기를 위한 공간이다.
맨발 걷기 후 발을 씻는 세족장. 흙에도 물을 뿌려 촉촉하고 폭신하게 하기 위해 물 공급하는 시설이 최소한의 맨발 걷기를 위한 공간이다.

이 운동은 시간과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추위나 비가 오는 날씨를 제외하면 거의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장비도 필요 없고, 오히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몸으로 자연 그대로 활용하는 운동으로 자연 친화적이며,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는 운동이다.

소수의 동호회 회원들만을 위해 조성하는 실내체육관 하나에 수십억 원의 예산을 쏟아붓고, 한 해 운영비만도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과는 비교된다.

맨발 걷기를 하는 이들은 이 운동의 효과를 몸소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매창공원에서 맨발걷기를 즐기는 백치광(69) 씨는 “매체를 통해 처음 맨발 걷기를 접했고, 여기서 먼저 1년 넘게 맨발 걷기를 했던 지인의 권유로 시작하게 됐는데 정말 만족스럽다”며 “혈압이 떨어지고, 일상적인 컨디션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초겨울에 접어든 지난 13일 해가 뜨지 않은 제법 쌀쌀한 날씨에도 매창공원 옆 맨발 걷기 코스에는 10여 명의 주민이 나와 맨발로 부지런히 걷고 있었다. 맨발 걷기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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