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어 낸 야자매트. 다 헤진 상태가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상태다.                      사진 / 김정민 기자
걷어 낸 야자매트. 다 헤진 상태가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상태다. 사진 / 김정민 기자

내구성 떨어지는 공원구조 탓

‘설계부터 잘못’ 비판 제기돼

한 해 관리비만 4억 원 넘지만

곳곳에서 부실관리 허점 드러나

 

갯벌생태공원은 지방정원 선정

해뜰마루는 결국 지정받지 못해

 

막대한 비용으로 시설 개선하기보다

돈 적게 들고 건강하게 쓸 수 있게

공원 관련 계획 재점검 필요해

 부안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야심차게 조성한 해뜰마루가 ‘세금먹는 하마’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조성을 마친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다시 수억 원을 들여 시설 개선을 추진하는가 하면, 곳곳에 각각 다른 사업명으로 진입로와 주차장을 조성한다며 수십억 원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해뜰마루 수생정원 공간 내 대부분의 산책로에 설치됐던 야자매트가 불과 2년 만에 수명을 다 했다며 걷어내고 있어 공원의 설계부터가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해뜰마루 공원 내 야자매트. 풀이 나는 것을 막아준다는데 별반 소용이 없어보인다.
해뜰마루 공원 내 야자매트. 풀이 나는 것을 막아준다는데 별반 소용이 없어보인다.

야자매트는 안전한 보행에 도움을 주고, 흙길에 풀이 나는 것을 막아준다는 이유로 최근 많은 곳에 설치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러나 해뜰마루에서는 야자매트 탓에 배수가 원활하지 않아 흙이 움푹 파이거나, 곳에 따라 풀이 매트를 뚫고 올라오는 등 기대했던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상태의 차이는 있지만, 심한 곳은 완전히 닳아 제거 작업조차 쉽지 않은 지경이다. 구입에만 수천만 원이 들고 설치에 또 거액의 비용이 드는 야자매트의 가성비에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군은 해뜰마루 산책로 개선사업이란 이름으로 야자매트를 걷어낸 일부 구간에 새로 야자매트를 깔고, 상습적으로 질퍽해지는 곳은 쇄석 포장 또는 황토콘크리트 포장을 진행할 계획이다.

무려 5억3500만 원이 드는 이 사업은 쉼터 조성, 산책로 포장, 배수로 정비, 콘크리트 포장을 비롯해 소나무 심기, 맨발걷기 공간 2개소 설치 등을 포함하고 있다. 부안군은 올해 안에 서둘러 이 사업을 마칠 계획으로 사업비는 100% 군비다. 

이와 함께 22종의 나무를 새로 심는 초화류 식생관리사업도 3억1200만 원의 사업비를 들여 함께 진행 중이다. 그러니까 수생정원 공간 일대에만 10억 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흙을 파헤치고, 나무를 새로 심는 등 예산 소진에 여념이 없는 모양새다.

부안군은 올해 해뜰마루 전체 시설개선사업에 모두 28억9000만 원을 쏟아 부었고, 공원 운영비는 별도로 4억3600만 원이 들었다. 모두 순수 부안군 예산만 들어간다.

야자매트를 걷어낸 산책로. 당장 맨발 걷기를 위한 흙길로 손색이 없다.
야자매트를 걷어낸 산책로. 당장 맨발 걷기를 위한 흙길로 손색이 없다.

 

해뜰마루와 자연마당으로 들어오는 진입로와 주변 주차장 조성에 드는 사업비도 어마어마하다. 수생정원 진입로 및 주차장 조성사업은 모두 95억 원(국비75억, 군비20억)이 드는데 올해에만 31억 원이 투입됐다. 

신운천 건너 자연마당으로 들어가는 진입로 조성사업도 35억 원(특별교부세 5억, 군비 30억)으로 올해 23억5200만 원이 들어갔다.

이게 다가 아니다. 신운천 주변, 산책로 등의 이름을 붙여 진행된 예산도 올해만 수억 원에 이른다. 이렇듯 하나의 정원에 수생정원, 자연마당, 신운천, 해뜰마루 등 사업명을 각기 달리하면서 전체적으로 사업비가 얼마나 들었는지조차 가늠하기 쉽지 않다. 처음 계획했던 사업비로만 어림잡아도 천억 원이 훌쩍 넘는 예산이 들어갔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으며 부안군은 해뜰마루를 지방정원 등록과 국가정원으로 승격시키겠다는 부푼 꿈을 꿨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부안군은 최근 줄포만갯벌생태공원과 해뜰마루를 함께 지방정원으로 지정하기 위해 전북도에 신청했다. 그러나 줄포만갯벌생태공원은 ‘부안줄포만노을빛정원’이란 이름으로 도내 2번째 지방정원에 등록됐지만 해뜰마루는 탈락했다.

일상적인 관리도 주민들의 입길에 오르고 있다. 제초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다 일부 산책로는 항상 물이 고이면서 지날 때마다 불편을 겪기도 하고, 어린이 놀이터도 파손된 시설물을 쉽게 볼 수 있다는 하소연이다.

해뜰마루 내 수질관리시설. 얼마나 오래 가동되지 않았는지 풀만 무성하다
해뜰마루 내 수질관리시설. 얼마나 오래 가동되지 않았는지 풀만 무성하다

실제로 신운천 물을 끌어 올려 칸칸이 흘려보내 수질을 정화하는 수질정화공간은 제대로 가동되지 않고 풀만 무성해 도대체 무슨 시설인지 분간조차 안 되는 지경이다.

또 불과 2년 만에 수십억 원을 들여 시설 개선을 해야 한다면 향후 2년 후 또 그만큼의 예산이 낭비될 수 있으니, 차라리 산책로를 비용이 적게 들고 최근 인기가 높은 맨발 걷기 공간으로 남겨 두는 식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있다.

마침 부안군은 산책로 개선사업을 통해 2곳에 190여m에 불과한 맨발 걷기 공간을 조성하겠단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년마다 매트 바꾸느라 돈 쓰고, 따로 맨발 걷기 공간 조성하느라 돈 쓰고 하느니, 차라리 맨발 걷기가 가능한 흙길로 남겨두자는 주장이다.

올해와 내년 모두 큰 폭의 예산감소로 인해 부안군 살림살이가 빠듯한 실정이다. 조성한 지 얼마 안 된 공원 곳곳을 개선한답시고 수억 원을 들여 파헤치고, 심어진 나무를 뽑아내고 다른 나무를 심는 해뜰마루 공원 계획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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