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 서림공원 유아숲체험원에서 유아숲지도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서림공원을 매일 산책하며 식물과 곤충 그리고 새에 관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알면 알수록 사랑스러운 서림공원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연재합니다.                                                                                          글쓴이 말

마지막 수업날 아이들과 함께 단체 사진
마지막 수업날 아이들과 함께 단체 사진

 

오늘은 부안군 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창의예술교육랩지원사업’에 참여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이 가속화되면서 환경교육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에 따라 문화재단은 자라나는 유아들을 ‘그린세대’로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올해 ‘새싹농부들과 꿈꾸는 이야기 그린그린’ 팝업북을 제작해 선정된 유아교육기관에 배포했다. 

팝업북 수업은 총 8주 동안 주 1회 진행되었는데, 나에겐 일회성 수업이 아닌 프로젝트 수업도 처음이지만 문화예술과 결합한 교육 또한 처음 해보는 것이었다. 그래도 지난 6년 동안 부안에 와서 쭉 농부의 아내로 살았던 세월과 유아숲지도사 경력을 믿고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도전했던 것이 이번 주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팝업북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새싹 농부 릴라의 농작물을 두더지가 다 먹어버려 농사를 망치게 되고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다시 농사를 짓는 것을 시작으로 활동이 시작된다. 첫날은 어린이집 친구들 이름을 한명 한명 불러주고 내 소개를 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린이는 춤도 좋아해 활동
그린이는 춤도 좋아해 활동
그린이의 친구들 활동
그린이의 친구들 활동
새싹농부와 그린그린 팝업북
새싹농부와 그린그린 팝업북

 

이날 아이들은 책 속 주인공인 릴라의 이름도 ‘감자감자햇감자’로 다시 지어주는 기막힌 작명 실력까지 발휘했다. 비바람이 불던 날엔 밖에서 촉촉한 흙의 감촉도 익숙하지 않은 친구들이 쪼그려 앉아 다리 아픈 것도 참아가며 직접 모종 트레이에 상토를 담고 ‘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씨앗(그린이)을 조심스레 심어주었다.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소중한 그린이가 자랄 때까지 함께 하겠다고 나누어준 책에 손도장을 찍어가며 다짐한 새싹 농부들다웠다.

씨앗이 자라서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냐는 물음엔 토마토, 오이, 수박, 복숭아, 포도, 호박, 딸기 등 좋아하는 과일과 채소가 마구 나왔다. 기다림과 기대 속에 씨앗에서 싹이 트고 잎이 났다. 새싹을 관찰하고 그린이에게 주고 싶은 것들을 이야기 나누고, 그린이의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자연물로 액자를 만들어 주기도 했다. 여러 가지 활동 중 특히 미술은 아이들이 가장 익숙하고 잘하는 활동이다. 각자가 느끼고 생각한 것을 그리고 색칠함으로써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 그 독창성이 놀랍기만 하다.

페트병을 재사용하여 만든 이름표
페트병을 재사용하여 만든 이름표

또 우리가 쉽게 버리는 쓰레기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매주 준비물 중 하나씩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 있는 자원을 활용했다. 페트병을 잘라 나만의 색깔 이름표를 만들어 보기도 하고 활대를 재활용하여 미니하우스를 만드는 지지대로 쓰기도 했다. 

이번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가진 환경에 대한 인식이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알았다. 씨앗이 잘 자라려면 햇빛이나 영양분, 물, 바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과 깨끗한 흙을 위해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고 물을 아껴 쓰고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물어보면 자동으로 나온다. 

마지막 수업인 어제는 직접 상추를 수확해서 샐러드를 해 먹었다. 올리브유, 소금, 치즈 가루, 레몬즙 등 최소한의 양념만 넣고 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게 해주게 하는 것이 애초 목적이었다. 아이들이 직접 상추와 감자를 자르고 한데 모아 ’‘맛있게 되라~’는 주문을 걸어주면 난 마법사처럼 소스를 넣었다. 완성된 음식을 앞접시에 나누어 주었는데 아이들 반응이 영 별로다. 매번 긍정적인 반응을 하던 아이들조차 “선생님 맛있긴 한데 배가 불러 못 먹겠어요” “우웩” 등을 연발하며 표정이 일그러졌다.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진 아이들에게 오늘 만든 요리는 아마도 해리포터에 나오는 오줌 맛 젤리와도 같았으리라. 

예상했던 반응을 지켜보면서 이런 요리가 맛없게 느껴지게 한 것도 어른의 잘못이고 반대로 맛있게 느껴지게 할 책임도 어른에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전푸르나 / 유아숲 지도사
전푸르나 / 유아숲 지도사

마찬가지로 환경과 생명을 소중히 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어른이 돼서도 간직할 수 있게 하는 것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임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니 아쉬운 것들만 생각이 난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그린이에게 불러주지 못한 노래를 불러주기 위해서 다음에 한 번 더 가야 할 것 같다.

이메일 purna.j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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