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호 / 민주노총 위원장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제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진보적 언론이 필요한 시기가되었습니다. 군사독재의 암울한 시기를 거쳐 문민정부가 등장했지만 왠지 모르게 우리의 가슴은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노동자가 파업하면 파업의 원인보다는 시민의 불편을 강조하며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형식적 민주주의는 다소 진전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내용적 민주주의는 이제야말로 시작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땅의 진보적 언론운동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진보언론은 진보적 노동자. 농민. 시민의 각계각층의 애정이 없다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압도적 자본의 힘으로 언론시장이 장악되어 있는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 스스로 키워내지 않는다면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힘없음을 한탄만 하지말고 우리의 말, 우리의 진보언론을 스스로 만들어 낼 힘이 있습니다.

부안독립신문은 한국 언론 사상 최초로 주주의 자발적 증여운동에 의한, 노동조합이 대주주 지분을 소유하는 언론사를 창간한다고 들었습니다. 편집권의 항구적 보장과 노동조합의 경영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주주들의 '내 몫 포기'는, 돈으로 모든 것을 환산하는 물신주의의 풍토에서 그 자체로 충격적인 사실이며, 한국언론사에 찬란하게 기록될 것입니다. 주민투표에 이은 또 하나의 기적이 부안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저는 부안독립신문의 장도에 깊은 축하를 보내며 험로를 같이 헤쳐나가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힘찬 전진이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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