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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축사] ‘생거부안’의 미래를 위하여박원순 /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과거 몇 차례 부안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여름철 해수욕장으로 가거나 관광의 목적이었다. 참 아름다운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드넓은 바다와 해변, 삶의 원천이 되어온 갯벌, 평화스러운 들판과 산야가 참으로 아름다웠다. 그런데 작년 겨울에는 완전히 다른 목적으로 이 고장을 방문했다. 바로 부안핵폐기장 주민투표에 관여하기 위해서였다.

언론을 통하여 핵폐기장 설치 반대운동의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현지주민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직접 듣는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몇차례 지역을 돌면서 아름답게만 느껴졌던 부안이 이제 민심이 갈라지고, 생업은 피폐되고, 삶은 거칠어져 있음을 절감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나는 세계 여러 나라의 도시들을 돌아보면서 그들이 얼마나 자신의 마을과 도시를 특색있게 가꾸는지를 잘 보았다. 미국과 유럽의 여러나라는 말할 것도 없고 이웃 일본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미 100년의 역사를 지닌 ‘마을만들기’운동을 전개해 왔다. 옆마을과는 뭔가 다르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마을을 만들기 위해 전통을 보존 또는 복원하거나 일촌일품(一村一品)운동을 벌이거나 자연자원을 아름답게 보존하는 일을 벌이고 있었다.

부안은 이미 ‘생거부안’(生居扶安)이라는 말과 같이 사람이 살기에 최고의 조건과 환경을 가진 곳이다. 그러나 새만금사업, 핵폐기장 등의 사업들이 추진되면서 이제 부안이 가진 자연환경과 그것을 기초로 살아가는 주민공동체들은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나는 평소에 좋은 세상은 저절로 오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이다. 공짜는 없는 법이다.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바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바치고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부안이 겪고 있는 위기는 부안의 지역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 외부의 단체들이나 서울의 정치인들이 도와줄 수는 있다. 그러나 부안주민들의 스스로의 노력만이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은 모래알과 같다. 그러나 이 사람들이 모여 단체를 이루면 그 힘은 커지기 마련이다. 지역단체들이 많이 생겨나서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와 지역 행정기관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로 지역 언론의 존재이다. 중앙의 언론은 결코 지역의 현안과 이슈들을 다루어줄 수 없다. 지역의 풀뿌리 언론이야말로 지역의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고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더구나 그 언론이 지역의 행정기관과 유착하고 진실을 눈감거나 지역주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주민들이 바라는 진정한 지역언론이 되기 어렵다. 부안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고 미래를 개척하는 데 진정으로 지역주민을 생각하고 지역주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지역의 풀뿌리단체들과 협력하는 바로 된 신문이 하나는 꼭 필요하다. 부안독립신문이 바로 그 신문이기를 바란다.

오늘 창간하는 부안독립신문이 그 이름다운 부안을 지키며 관의 압력과 많은 유혹으로부터 독립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새로운 ‘생거부안’의 미래를 만드는 그런 신문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원순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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