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해방이후 짧은 시간동안 민주화와 고도 경제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오랜 독재와 짧은 시간에 이룩한 고도성장의 그늘에서 정치권력과 금권이 결합하는 정경유착의 독특한 구조가 생겨났고 역대정권은 예외없이 부정부패 근절을 외쳤지만 뇌물스캔들은 끓임없이 발생했다.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한보그룹의 대규모 대출비리, SK글로벌의 분식회계, 그리고 현대그룹의 비자금조성은 그릇된 정경유착이 어떻게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는가를 보여주었다.

적게는 수천만원대에서 많게는 수조원에 이르는 ‘검은 돈’의 실체가 드러날 때마다 국민들의 사기는 크게 떨어졌고 정치판에 대한 국민적 불신은 깊어만 갔다. 그래서 ‘정치후원금’하면 ‘정치비자금’이 먼저 떠오르는 게 서글픈 우리네 현실이다. 이종격투기 대회를 연상케 하는 국회의사당내의 몸싸움을 보고 누가 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겠는가?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기부하느니 쓰레기통에 돈을 던져버리겠다는 것이 국민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정치가 더럽다는 일반적인 인식에도 불구하고 정치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정치가 없어질 수 없다면 누군가는 꼭 해야 하고, 누군가가 꼭 해야 한다면 우리의 정치판에서도 훌륭한 정치인이 나올 수 있도록 정치 환경을 바꾸어 나가야 한다. 선거판에서 엄청난 액수의 공천헌금이 필요하고 선거조직을 가동하기 위하여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는 정치인이 검은 비자금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핑계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면 검은 정치비자금은 어떻게 근절해야 하나? 소액다수의 후원이 활성화되는 대중참여정치를 활성화해야 한다. 내가 지지하는 정당·정치인에게 정치후원금을 기부하고 그 정치후원금이 올바로 쓰이는지 지켜보아야 한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이 담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돈을 허투루 쓸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국민은 정치판을 보고 욕을 하면서도 그 정치판을 바꾸려는 노력에는 인색하다. 더러운 정치판이 깨끗해지기를 기다리면서 한숨만 내쉴 것인가 아니면 내 손으로 정치를 깨끗하게 정화시킬 것인가는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남이 바뀌기만을 기다리기보다 나를 먼저 바꾸는 것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키는 지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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