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명나방 유충에 갉아먹힌 벼 밑줄기.

지난달 28일부터 6일까지 열흘간의 연속 강우가 농민들에게 남긴 가장 큰 아쉬움은 병충해 방제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농민들로서는 8월중순의 장마가 끝난 뒤 방제 작업을 하려고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으나 열흘 동안 그치지 않았던 비 때문에 손 쓸 도리가 없었다.

벼의 경우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은 논에서는 충해의 피해에 속수무책이다. 이처럼 방제작업에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던 열흘 동안 논 곳곳에서는 흑명나방병이나 잎집무늬마름병(일명 잎집썩음병 혹은 문고병)이 발생하고 있다.

흑명나방병은 흑명나방의 유충이 벼의 줄기 속에서 활동함에 따라 생기는데 벼의 줄기가 썩어버리고 뿌리로부터의 영양공급이 원활치 않아 알곡이 영그는 데 큰 차질을 빚게한다. 또한 잎집무늬마름병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병에 걸린 벼는 줄기에 검정 반점이 생기며 심하면 벼 자체가 죽어간다. 그밖에 알곡이 쭉정이로 변하고 마는 벼알마름병도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꽃이 피지 못해 열매가 부실한 콩.

벼의 경우 전체적으로 일조량의 부족으로 동화작용을 못해 알곡이 여물지 못하고 색깔이 흑색으로 변색하며 상품성에서도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이같은 피해는 농약을 최소로 사용하는 친환경농들을 중심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수확량은 대체적으로 20~30%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다.

농민들로서는 연속 강우가 시작되기 전 풍작을 예감할 정도로 날씨가 좋아 병충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춘 상황에서 그야말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심정이다.

한편 피해는 밭작물도 예외가 아닌 실정이다. 고추는 비가 내리기 전 1~2회 수확을 했지만 강우기간 동안 3~4회째 실시하는 수확기를 놓쳐 땅에 떨어지는 상황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땅콩은 토양에 습기가 많아 곳에 따라서는 수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논둑의 콩 종류는 아예 열매가 부실한 경우도 많아 오는 10월 수확기에 얼마나 건질 수 있을지 걱정들이다.

<도움말=주산사랑 영농법인 김영표, 박형순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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