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긴 우기에 정신적 스트레스

태양이 자연과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암시한 고흐의 ‘태양의 하늘 아래 대지와 집’.

비 피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과는 별개로 날씨 자체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단조로운 날씨가 오래 지속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우울해지고 생리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비오는 날씨라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특히 이번 이상 강우는 장마에 버금가는 기간이었다는 점, 절기에 맞지 않았다는 점 등으로 심신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많은 사람들 입에서 “비도 하루 이틀이지 이건 사람을 너무 지치게 한다”는 푸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비와 습기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은 바꿔 말하면 햇빛의 부족을 뜻한다. 밝고 긍정적인 심리 상태를 위해서 햇빛은 필수적이다. 햇빛이 부족할 경우 비타민D 생성이 지장을 받고 세라토닌이나 멜라토닌과 같은 호르몬 작용이 불안정해진다. 사람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정서가 가라앉고 특히 예민한 사람의 경우 평소보다 심리적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심하면 우울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지난 12일 김정호 심리상담 전문의(조선대학교병원 정신과)는 “겨울처럼 우기에도 일조량 부족과 기온의 저하로 말미암아 항우울 작용을 하는 갑상선 호르몬의 신진대사가 줄어들어 우울증이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겨울철 햇빛 부족으로 발생하는 우울증인 계절성 정서장애(SAD)에 견주면 ‘우기성 정서장애’인 셈이다.

이같은 우기성 정서장애는 개인적인 위로 수단을 찾는 것으로 나타난다. 안 마시던 술을 찾게 될 수도 있고 마시던 술을 더 많이 마실 수도 있다. 부안읍내에서 노래방을 하는 송용필(45) 씨는 “우울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혼자 노래방을 찾기도 한다”고 밝혔다. 정서적으로 민감한 사람일 경우 갑갑함, 불안증과 같은 심한 정서적 장애를 겪기도 한다. 사회 전체는 활력을 잃고 생산성이 저하되기도 한다.

인간은 태양으로부터 생명의 힘을 얻는다. 태양 에너지는 빛과 열이다. 세분하면 가시광선, 적외선, 자외선인데 흔히 우리는 햇빛(햇살)과 햇볕으로 부른다. 햇살은 눈부시고 햇볕은 따사롭다. 식물이 광합성을 하듯 인간도 피부와 눈을 통해 흡수한 태양 에너지로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유지한다. 그 과정은 ‘자연의 시계’와 맞아야 한다. 이번 우기와 같이 자연의 시계가 고장나거나 인간이 태양을 맞이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우울한 세상이 온다. 태양의 소중함을 세삼스레 깨닫게 한 열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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