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감염된 채 따뜻한 겨울 보낸 애멸구 통해 벼로 옮겨이상기온 지속되고 주변환경 안 바뀌면 재발가능성 높아

애멸구의 온상지로 추정되고 있는 계화간척 18단지 인근의 조류지 갈대숲.

벼줄무늬잎마름병(일명 호엽고병) 발병피해를 통해 드러난 의문점으로는 계화면 18단지라는 발병지역과 조생종이라는 품종을 손꼽을 수 있다.

계화면 18단지는 간척사업 구획 18번째 블럭을 말한다. 이곳은 조류지역으로 부근에 제방이 많아 애멸구가 월동하기 좋은 서식공간으로 파악되고 있다.

먼저 조류지는 바다물과 민물의 교차지역으로 겨울철 온도변화가 크지 않아 애멸구 서식에 적합하고 제방주변 또한 기온변화가 심하지 않아 따뜻한 곳을 찾아 서식하는 애멸구가 모여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지난 해 12월에서 금년 2월에 이르는 겨울철 평균온도가 평년보다 2.5도 높아 18단지에서 서식중인 애멸구들의 활동량이 많았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부안군 농업기술센터 이조병 과장은 지난 3일 “애멸구는 일반 벼멸구나 흰등멸구와 달리 유일하게 월동하는 멸구”라며 겨울철 온도 상승과 18단지 주변에 있는 청호제 등 제방이 애멸구의 월동을 용이하게 했다”고 풀이했다.

실제로 지난 겨울 영하온도를 나타낸 일수가 9일에 불과하고 강수량이 적어 주변 기후환경이 애멸구의 왕성한 활동을 뒷받침해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조류지와 인접해 있는 계화면 18단지.

조생종과 줄무늬 잎마름병의 상관관계도 깊다.

계화면의 벼품종 분포도를 보면 일미벼, 남평, 신동진 등 저항에 강한 품종과 조생종, 동진 1호, 고품벼 등 저항에 약한 품종으로 대별된다. 부안군에 따르면 올해 계화면 전체 논면적 3124 ha중 47%에 이르는 1470ha가 조생종을 심은 것으로 나타났다.

쌀 맛은 좋지만 저항성이 약한 조생종의 경우 추석전 출하를 목적으로 농가들은 4월 파종을 거쳐 5월 초부터 이앙하기 시작한다.

조생종과 함께 저항성이 약한 품종인 동진 1호를 많이 심은 주산면과 보안면은 발병율이 계화면에 비해 적은 것으로 나타나 호엽고병이 일찍 심는 조생종을 중심으로 최초 발병한다는 진단을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애멸구가 온도가 높아진 제방지역인 계화면 18단지에서 월동을 한 후 일찍 논에 이앙된 조생종 벼에 달려들어 피해가 확산됐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한편 이앙 직전에 살충제 입제 농약인 상자처리재를 적게 사용한 것도 이번 호엽고병 발병의 한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겨울철 고온현상과 제방환경이 지금처럼 계속될 경우 재발방지 대책은 현재로선 막연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부안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병에 강한 품종을 선택하고 조생종을 심을 경우 애멸구 방제농약을 못자리 낼 때와 이앙전 살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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