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 출신 고길섶 작가가 이태원 참사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엄마가 말할게’를 출간했다.
이 책은 2023년 10월 29일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자녀를 잃은 한 유가족의 70여일간의 삼보일배 과정을 담았다.
부안 줄포로 귀촌한 엄마와 함께 공방 운영을 꿈꾸던 서울 사는 율희는 친구를 만나러 이태원에 갔다가 참사로 세상을 떠난다. 외동딸을 잃은 충격에 빠진 엄마 서영은 ‘그 사연을 길에 물어보기 위해’ 줄포에서 이태원까지 삼보일배를 결심한다. 이 여정 속에서 이태원 참사를 어떻게 기억할 것인지에 추적하며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하루아침에 찬탈당할 악독한 현실이 도래할지 모른다는 염려가 엄습했다. 그 염려가 웃프공 악몽으로 이어진 것이다. 웃프공, 웃기고도 슬프면서 공포스러운, 악뭉은 하나하나 현실이 되고 있다. 지독한 현실이다.”라는 본문에서 알 수 있듯 ‘엄마가 말할게’는 ‘검찰국가’라는 괴물을 대담하게 표출하면서도 ‘실존적 현실’이라는 한국사회 문제의식과 닿아있다. 슬픔과 기억을 넘어 어떻게 살아가고 어떻게 선택하며 그 결과로서 우리는 삶은 어떤 방향으로 결정되는지를 보여준다.
정범식 문학평론가는 “누구도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이 어느 순간 일상처럼 다가오는 끔찍한 시대, 공동체 존재의 의미를 상실한 이 시대에 누군가는 기억하고 남겨야 하는 기록, 이 기록들은 소설이라는 숨겨진 현실의 그물망으로 새롭게 직조된다”고 평했다.
무거운 주제지만 젊은 세대의 입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각 지역의 구성진 사투리가 섞여 화자들에게 입체감을 주는 점도 돋보인다.
가을의 가운데인 11월, 이 책을 통해 이태원 참사를 기억하고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선택과 그 결과가 끼치는 삶의 참담함에 질문을 던져보길 바란다.

고길섶 작가
고길섶 작가

작가 고길섶은 1964년 부안 출신으로 문화비평 및 지역문화활동을 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문화비평과 미시정치’, ‘어느 소수자의 사유’, ‘부안 끝나지 않은 노래’ 등이 있다. 줄포면지 편찬위원으로 활동했으며 부안독립신문에도 수차례 기고했다. ‘엄마가 말하게’는 고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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