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스쿨에 참가한 아이들이 바비큐를 하며 소떡구이를 손수 구워먹고 있다
캠핑스쿨에 참가한 아이들이 바비큐를 하며 소떡구이를 손수 구워먹고 있다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고민에서
학교살리기 위한 농촌유학 논의 시작
시골학교와 생활 체험 프로그램 기획

 

접수 하루만에 10개 가정 접수 마쳐
서울, 경기, 전주 등 각지에서 모여

 

벼 베기, 새끼꼬기 등 시골체험 다양
아이들은 시골학교 생활에 가장 만족해
향후 연속성과 체험 형태 등 과제로 남아

 도시의 가족들을 초대해 학생들은 지역 학교에서 지역 학생들과 어울려 공부하고, 부안을 속속들이 알아보며 부안에서의 삶을 상상해볼 기회를 제공하는 특별한 행사인 남부안 캠핑스쿨이 열렸다.
기획과 추진을 맡은 남부안소생활권활성화 추진단은 ▲지역과 새로 관계하는 다양한 관계인구 유입 ▲지역자원의 미래 가치 발견 ▲아이들이 살아보고 싶은 남부안 ▲작은학교 살리기 등의 목적을 바탕으로 이번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줄포, 보안, 진서면을 아우르는 남부안 지역은 부안읍을 제외한 여느 면 단위 지역과 마찬가지로 급격한 인구감소와 고령화를 겪고 있다. 지역의 학교들도 아이들이 줄어들면서 존재를 위협받고 있다. 학생이 없어 학교가 문을 닫게 되면 그 지역의 인구감소는 더 빨라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남부안소새활권활성화 추진단은 지난해 보안면 영전초등학교, 부안군청, 부안교육지원청, 지역 주민들이 함께 학교의 활로를 찾기 위한 간담회를 열고, 도시 아이들이 시골 학교에 다닐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농촌 유학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부안캠핑스쿨은 지역의 이 고민과 그동안 모인 의견을 실현하는 첫 무대였다. 지난 25일부터 29일까지 남부안을 무대로 진행된 프로그램에 보호자 9명과 초등학생 9명, 중학생 1명 모두 19명이 참여했다. 

마을 농가를 찾아 상추 등 푸성귀를 직접 채취하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마을 농가를 찾아 상추 등 푸성귀를 직접 채취하며 즐거워 하는 아이들

남부안소생활권활성화추진단이 주최했고, 부안군, 부안교육지원청, 영전초, 곰소초, 보안중학교가 협조했다. 부안교육지원청은 프로그램 숙박 장소였던 야영장과 아이들이 등교할 학교 연계 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고, 부안군청은 안전 문제를 비롯한 행정적인 부분을 지원했다.
4박 5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에 들어간 예산은 900만 원으로 남부안 소생활권 활성화프로젝트 사업비 중 일부를 활용해 이뤄졌다.
서울과 경기,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학생들은 영전초, 곰소초, 보안중학교로 나뉘어 등교하면서 각 학교의 아이들과 한 반에서 함께 수업받고 어울리며 작은학교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동행한 부모들은 지역을 속속들이 알아보고, 지역 주민과 교류하는 시골살이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지역과 계절 여건에 맞춘 벼 베기 행사, 마을 축제, 청자 체험, 귤따기, 한지체험 등 다채로운 체험이 빈틈없이 계획됐고, 참가자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선사했다.
학생들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체험은 놀랍게도 작은학교 등교였다. 복잡하고 바쁜 도시학교를 벗어나 몇 안 되는 동급생들과 함께한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꼽았다.

같은 반 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퀴즈를 풀고 있는 김서준 학생
같은 반 친구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퀴즈를 풀고 있는 김서준 학생

전주에서 온 김서준(3학년) 학생은 “다니는 학교는 아이들이 너무 많고 정신이 없는데, 여기는 조용하고 적은 친구들이지만 잘 어울릴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풍경도 멋지다”며 “왠지 수업도 더 열심히 듣게 되는 것 같고,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으면 참가해보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곰소초의 풍경이 좋다거나, 학생이 적어서 좋다는 점. 밥과 보리차가 맛있는 ‘맛집 아닌 맛학교’라는 등 저마다 아이들다운 재미있는 평가를 내놨다.
새 친구들을 맞이한 지역의 아이들에게도 이번 프로그램은 특별했다. 학년별로 5명의 새 학생을 맞이했던 곰소초 아이들은 새로 오는 학생들을 어떻게 부를 것인지도 미리 고민하고 정해뒀다. 이틀만 함께 다니다 떠나는 전학생이기에 이들을 ‘이틀생’이라고 부르기로 정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했었다.
또 고작 이틀밖에 다녀가지 않는 새로운 학생들에게 정을 주지 않기로 다짐했다는데, 정작 얼굴을 보고 한 교실에서 함께하자 앞다퉈 정을 주며 오랜 친구처럼 매사를 함께하며 잘 어울렸다고 한다. 

곰소초 4학년 학생들. 이틀만 다녀가는 친구에게 정을 주기 않을 작정이었지만, 정작 얼굴을 보자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됐다.
곰소초 4학년 학생들. 이틀만 다녀가는 친구에게 정을 주기 않을 작정이었지만, 정작 얼굴을 보자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됐다.

곰소초등학교 4학년 신채윤 학생은 “이틀생들에게 정 주지 말자던 남학생들이 오히려 새 학생들에게 완전히 푹 빠졌다. 그래도 새 친구가 와서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곰소초 3학년 이시원 학생도 “사실 같은 학년이 7명이었다가 2명이 전학을 가서 아쉬웠는데, 다시 7명이 돼서 한 반에서 공부하는 게 참 좋았다”며 “수업도, 방과후도 친구가 늘어나니 완전히 분위기가 달랐다. 친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았다. 부안이라는 생소하고 낯선 지역에서 며칠간 아이들과 함께 머물며 아이들은 지역의 학교에 등교하며 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고, 부모들도 교육에 대한 같은 방향의 관심을 가진 이들과 서로 고민을 나누고, 부안을 알아가면서 느낀 만족감을 높이 평가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중2, 초5 두 학생을 데리고 온 정영경 씨는 “부안은 산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정말 좋은 환경이 있는 곳이라는 게 큰 매력인 것 같다. 아이들도 처음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는데, 와서 정말 잘 적응하고, 이틀 만에 아이들 이름도 다 외웠다며 재미있게 학교엘 다녔다”며 “여기저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참여해보고, 한달 살이도 여러 곳에서 해봤는데, 이번 남부안캠핑스쿨이 제일 만족도 높은 경험 중 하나다. 다른 부모님들과 교육이나 시골살이에 대한 바람이나 생각도 나누며 좋은 관계를 맺었고, 부안에도 애정이 정말 많이 생겼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교육청 등 행정기관을 통하지 않고, 뚜렷한 홍보도 진행하지 않았음에도 빠르게 접수가 마감됐다. 시골살이와 새로운 교육에 관심이 있는 일부 커뮤니티에 정보가 전달되자 하루 만에 10팀의 신청자가 모두 접수됐다고 한다.
이번 프로그램이 그만큼 도시 사람들의 흥미를 당기는 다양한 소재를 담고 있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옮겨가고자 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성공적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추진했던 이들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추억과 의미를 남겼고, 앞으로 어떻게 그 확대하고 이어나갈지를 과제로 남겼다.
남부안소생활권활성화추진단의 박연미 씨는 “우리가 부안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하고, 알릴지 고민이 많지 않나. 그런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면에서 부안이 아이들이 자라기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꼭 기존 농촌 유학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시도를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 청년들에게 역할을 줘서 관계 인구와 일자리를 더 만들고, 새로운 교육과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등 고민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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