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회전교차로 조성 현장 슈퍼를 그대로 두고 진행되면서 보행자 통로 없이 차량 진입도 좁은 형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서문회전교차로 조성 현장 슈퍼를 그대로 두고 진행되면서 보행자 통로 없이 차량 진입도 좁은 형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서문 사거리 회전교차로 조성공사
3년째 지지부진한 공사 재개하자
회전교차로 곧 완공되나 기대됐지만

 

대상지 내 슈퍼와 보상협의 안 돼
수용 절차 진행하며 공사 들어가고

 

미룰 수 없는 예산집행 기한에 쫓겨
한쪽이 찌그러진 회전 교차로 조성 중

 수년째 미적거리던 서문 사거리 회전교차로 조성사업이 재개됐다. 하지만 사업 대상지 내 남은 슈퍼와 보상 협의가 여전히 이뤄지지 않은 채 예산집행 기한에 쫓겨 당초 설계와 다른 기형적인 공사가 진행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사거리를 회전교차로로 개선하면서 교차로 중심에 구조물이 들어서게 되고, 슈퍼가 있는 지점의 땅을 확보하지 못해 슈퍼 쪽으로 교차로가 치우친 채 공사가 진행되면서 통로가 좁고, 보행자는 지나갈 수조차 없게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른 보행자 안전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부안군은 당초 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인 슈퍼 뒤편 부지로 보행자 임시 우회로를 조성할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공사 시작 후 지금껏 보행자 통행로는 조성되지 않아 도로 위로 보행자와 차들이 함께 지나가는 실정이며, 우회 보행통로를 개설하려 해도 담방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해 기약이 없다. 자동차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보행자 안전은 뒷전으로 밀려난 셈이다.
제일고등학교와 부안경찰서 사이 서문 사거리는 부안읍에서 변산, 계화, 행안, 동진 방향으로 나가는 길목인데다 농공단지에 들어가기 위한 화물차량 등 통행량이 많은 곳이다. 그런데 도로 위 차량 진입 우선이 불분명하고, 시야가 좁아 사고가 빈번했다. 또 학교와 인근 공장을 오가는 보행자를 위한 인도조차 없는 구간이 많아 안전을 위한 개선이 시급했다.
이에 부안군은 지난 2020년 국비 4억 원을 확보하면서 서문사거리 회전교차로 및 인도 조성 사업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진입 도로 폭 확대와 인도 조성 등 안전에 필요한 시설 개선을 이뤄냈다. 
그러나 회전교차로 조성을 위해 확보해야 하는 필요 부지 내 한 슈퍼마켓과 보상 협상이 사업의 발목을 잡았다. 사거리 진입 도로를 넓히고, 세 방향에 대한 회전반경은 진작 확보해 포장 및 개설 공사를 마쳤지만, 해당 슈퍼마켓이 있는 쪽은 손을 대지 못하고 사업이 멈춰있었다.
부안군은 10월 중순 급하게 회전교차로 공사 마무리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슈퍼가 있는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만 공사가 가능해 기존 설계와는 다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군은 10월 이내에 현 상태에서 가능한 모든 공사를 마치고, 회전교차로를 개통할 계획이다.
서문 회전교차로 조성과 도로 확장, 인도개설, 보상비 등 전체 사업 예산은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0월 현재 남은 공정에 투입될 예산은 사고이월 예산 3억 3000만 원과 올해 추경으로 확보한 1억 5000만 원을 더한 4억 8000만 원이다.
이 사업 예산은 명시이월을 거쳐 사고이월까지 된 예산이어서 더 미룰 수 없이 올해 안에 반드시 집행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부안군은 쫓기듯 사업을 해치워야 하는 처지다.
한편 부안군은 해당 슈퍼 측과 보상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수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협의는 이미 마쳤으며 10월 25일 실시계획 고시를 진행하고, 그로부터 2주 후 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재결신청을 하게 된다. 여기서 통과되면 부안군이 수용할 권한을 갖게 된다. 그러나 수용을 진행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안군 관계자는 “평생 그곳에 살면서 슈퍼를 운영했던 이들에게 충분치 않은 보상을 받고 다른 곳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것에 부안군 관계자들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행정에서 추진하는 사업에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공익을 위해 소수가 심각한 피해를 받지 않도록 할 장치 마련에 고심해야 하는 이유다.
서문회전교차로는 당초 계획했던 시점이 한참 지나도록 아직 완료는커녕 기형적인 형태로 우격다짐으로 추진되고 있다. 절차가 부실했던 탓에 교차로를 이용하는 차량은 물론 통로 없이 지나다녀야 하는 보행자들의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부안군이 사업 대상지 내 소유주와 보상 협의를 못 해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앞뒤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바람에 입길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토지매입이나 협의 등 사업에 필요한 준비 없이 사업을 우선 시작하고 보는 부안군의 주먹구구식 업무 추진 방식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