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초 급식실에서 조리한 음식을 세 학교로 배달하기 위해 싣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장신초 급식실에서 조리한 음식을 세 학교로 배달하기 위해 싣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하서 3개 초등 통합학교 조성 공사
당초 1월 급식실 철거 계획 11월로
지역 학교 급식 차질 불가피해져

 

다른 학교에 대체급식 지원 요청에
급식 실무자들 부담 느껴 ‘거절’

 

전주시 도시락 업체 선택했지만
밥과 국 ‘냉장차’로 배달하면 
추운 계절 차가운 음식 먹을 우려도

 하서면에 있는 학교들의 급식을 조리하던 급식실을 예정보다 빨리 철거하게 되면서 아이들을 위한 정상적인 급식에 공백이 발생하고, 자칫 찬밥 도시락을 먹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부안교육지원청(교육장 장기선)은 2024학년도 3월부터 하서면 3개 초등학교 통합학교인 ‘하서초등학교’를 개교할 예정이며 개교를 위한 시설 개선 공사가 한창이다. 하서면 석불로에 있는 구)장신초등학교 부지에 들어서는 통합 하서초등학교는 특수학급 1, 병설유치원 1학급 등 총 8학급 규모로 설립될 예정이다.
하서면의 초중등 3개 학교의 급식은 모두 장신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조리돼 각 학교로 공급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장신초의 학교 본건물을 비롯해 체육관 등 부대시설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공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급식실은 올해 말까지 아이들 급식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내년 1월 철거 후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7월 폭우가 계속되면서 공사 과정이 지연됐고, 설계 당시 파악하지 못했던 배관이 급식실 아래로 묻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뒤늦게 파악됐다. 이에 따라 공사를 책임지고 있는 부안교육지원청은 내년 3월 계획대로 하서초등학교를 개교하기 위해서는 공사 일정을 조율키로 했고, 급식실을 11월부터 철거하고, 배관과 토목공사를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급식실을 11월부터 철거하게 되면 하서면 아이들은 당장 정상적인 급식이 어렵게 된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내년 1월 철거하고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올해 말까지 지역 내 아이들 급식에는 문제가 없도록 계획했다. 그러나 공사 사정을 앞세워 예정보다 이른 철거를 결정하면서, 아이들 급식에 영향이 불가피해졌다. 

이에 학교와 교육지원청 등은 대체 급식 방안을 지역 내 다른 학교의 도움으로 진행해보려 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부안교육지원청은 부안초, 변산초, 주산초 등 급식조리실이 있는 학교들에 사정을 알리고, 한 학교씩 나눠 추가로 음식을 조리해 급식을 배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장신초 급식실에 근무하던 조리사들도 각 학교에 임시 배치해 손을 거들도록 하는 방안까지 포함했다.
그러나 지원 요청을 받았던 학교들은 교내 급식 실무자들의 강한 반대를 이유로 이를 거절했다. 업무가 과중해질 수 있고, 다른 학교 인력이 한 공간에서 함께 일하면서 손발을 맞추는 데 부담을 느끼는 한편 만약 불미스러운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책임 소재를 우려한 것이다. 
이에 교육지원청은 대체 급식으로 이른바 도시락 급식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업체를 물색했다. 아이들 급식을 위한 도시락은 일반 도시락 업체나 조리업체가 아닌 해썹(HACCP)인증을 받은 조리업체여야만 하기에 부안 관내에는 한 곳도 존재하지 않고, 전북도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선택지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부안 제일고등학교가 급식실 리모델링으로 인해 현재 대체급식을 이용 중인 전주의 도시락 업체로 선정하기로 했고, 해당 학교들은 이 사실을 결정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를 열고, 학부모들에게 사실을 전달했다.
그런데 문제는 도시락 업체가 기존 급식 배달과 같이 반찬과 밥, 국 등을 온도에 맞게 따로 배달하는 것이 아닌 음식이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냉장차’로 음식을 옮긴다는 점이다. 
이에 학부모들은 아직은 날씨가 따뜻하지만, 곧 추운 계절이 다가오고, 냉장차로 밥과 국 등을 배달하면 아이들이 찬 도시락을 먹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체와 직접 접촉하고 현장을 찾아본 한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들이 냉장차로 배달받은 음식을 온도가 따뜻하지 않다는 이유로 재가열 또는 재조리했을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전혀 책임지지 않겠다고 도시락 업체 쪽에서 엄포를 놓았다고 전해졌다.
이런 업체의 방식을 두고 부안교육지원청 급식 담당자는 다르게 해석했다.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밥과 국을 차갑게 내주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전북도 내 많은 학교가 이용하는 업체이고 밥과 국은 따뜻하게, 또 차갑게 급식할 품목은 신선하게 제공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에게 급식하기 전에 관계자들이 업체 측과 함께 면밀하게 확인하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방향으로 배달과 급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일련의 상황들이 아이들 급식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주고, 이는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돌아가게 된 상황이다. 가장 큰 원인은 하서 통합학교를 추진하는 교육행정당국인 교육지원청에서 사전 설계과정과 공사 과정을 면밀히 살피지 못해, 공사 과정에 변경이 발생한 데 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급식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지역 내 다른 학교들에서 어려운 상황을 살펴 힘을 보탰다면 좋으련만 ‘나 몰라라’ 했던 모습에 한 번 더 실망감을 느껴야 했다.
부안교육지원청은 아이들에게 더 나은 대체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애를 썼음에도, 결과는 다소 아쉽다는 입장이다. 장기선 부안교육지원청 교육장은 “하서초 공사와 관련해 설계과정의 미숙함과 전체 진행에 차질을 빚은 책임을 통감한다. 다만 교내 사정으로 급식이 어려운 경우 도시락 대체 급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이번 상황과 관련해 부안교육지원청은 책임을 느끼고, 도시락 대체 급식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며 “지역 내 다른 학교들에 당분간 급식을 지원하는 방안을 요청하는 한편 현재 이용하지 않는 학교의 조리실이라도 고쳐 이용하고자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던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지역의 교육행정을 책임지는 컨트롤타워인 교육지원청이라고 하나 일선 학교들에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듯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적 여건과 소규모 학교의 특성, 부안군 내에 가능한 업체가 없다는 여건 등을 살펴 지역 공동체 안에서 아이들 밥 먹이는 일에 힘을 모았더라면 공동체성을 돋보일 수 있고, 아이들에게도 더 따뜻하고 안전한 급식을 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 학부모는 “행정적인 절차나 관계, 공사 과정에서의 변수. 그런 것들이야 이해할 수 있다지만 지역 안에서 서로 도우려고 나서는 모습이나 기관이건 학교건 강단지게 아이들을 위해 일해주지 않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어떤 일이 생기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내 책임이 될까 전전긍긍하면서 도움의 손길을 거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갑갑했다.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보호해주지 않는 사회의 풍토가 우리 아이들에게 따뜻한 급식을 제공하지 못하게 해준 것이 아니겠느냐”고 성토했다.
지역 공동체가 아이들 급식을 위해 힘을 모으지 못했던 아쉬움이 크지만, 개인을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개인이 나서서 책임지고 일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고, 이전의 사례들 속에서 개인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상황들만 목격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라도 정해진 방법 안에서 아이들에게 최대한 따뜻하고 맛있는 밥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 당국과 학교, 업체 등의 원만한 협조와 노력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