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안군의 이상한 가지치기 솜씨.  흰불나방벌레 방제를 위해 전지된 자작나무들              사진 / 김정민 기자

하이마트 뒤편 자작나무 가로수 베어져
흰불나방 애벌레 발생에 피해본 상가의
지속적인 민원에 부안군 강전지 작업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보다
민원 핑계로 가장 손쉬운 방법 택해

 

생명을 가볍게 여기고
공익성과 중립성 해친 판단 지적 제기

 하이마트 뒤편 가로수 7그루가 어느 날 갑자기 흉측하게 잘린 채 줄기만 남아 보는 이들에게 놀라움과 궁금증을 안겨주고 있다.
나무들이 잘려 나간 곳은 하이마트 뒤편 인도 위에 조성된 작은 공원 형태로 조성된 ‘너에게로’다. 이곳의 대표적인 가로수로 10여m 이상 높이로 자랐던 자작나무 중 상가 앞의 7그루가 가지와 잎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큰 줄기만 남은 채 덩그러니 남아있다.
아름답게 자란 자작나무가 흉측한 모습이 돼버린 이유는 일대를 관리하는 부안군 담당 부서가 빗발친 민원에 못 이겨 나무를 이른바 ‘강전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린 나무들의 모습을 보면 전지작업을 했다기보다 죽이려는 목적으로 잘랐다는 쪽이 더 맞는 표현처럼 보인다.가로수 특성상 미관을 고려한 관리가 필요한데 이 자작나무는 가지나 잎 하나 없이 볼품없이 기둥만 남은 흉물 신세가 돼버렸다.
2015년경 심어져 시원한 경관과 그늘을 제공했던 나무들을 잘라낸 것은 나무에 발생한 쐐기벌레로 인해 영업에 지장을 받는다는 인근 상가의 ‘차라리 베어버리라’는 강력한 민원 때문이다.
카페와 미용실 등 인근 해당 한 달여 전부터 피해를 호소하며 부안군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고, 일대를 관리하는 부안군 건설교통과는 ‘강전지’를 결정했다. 전지가 아니라 나무를 죽이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부안군 관계자는 “조경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결과 잎과 가지를 남기지 않고 그렇게 강전지를 해도 나무는 살아있긴 하다고 답을 들었다. 그래서 상가 피해를 고려해 우선 강전지를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물론 상가에 주변에 셀 수 없이 많은 애벌레가 발생하고, 가게로까지 들어온다면 영업에 나쁜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해서 벌레가 발생하는 가로수를 베어버리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또 나무에서 발생한 애벌레가 피해를 준다 해서 이런 식으로 대처한다면, 같은 피해를 받은 가정집이나 다른 모든 상가에서 요청 시 모든 나무를 베어버려야 한다. 
이번 사례는 반복되는 민원을 통해 자기 이익과 뜻을 관철하려는 이른바 ‘민원만능주의’ 문제의 단면을 보여준다.
벌레가 발생하는 가로수를 베어버리면 당장 벌레를 제거할 수는 있지만, 가로수가 가진 원래의 기능은 잃어버릴 수밖에 없으며, 이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또 비용이 들어간다. 그렇기에 공익적으로 적절했다고 보기 어렵고, 미숙한 판단이었다는 지적이다.
부안군 관계자는 “민원인과 다른 주민들을 모두 고려하고,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중립적인 행정을 집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가의 영업에 지장을 준다 해서 공유 재산에 해당하는 가로수를 제 기능을 완전하게 상실할 수준으로 베어버린 것은 전혀 중립적으로 봐주기 어려우며,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 당장 급하게 땜질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행정편의주의’의 모습이다.
올해 부안읍을 중심으로 지역 내 곳곳에 발생해 많은 낙엽수의 잎을 먹어 치우고, 사람들에게 혐오감을 안겨주던 미국흰불나방의 애벌레가 극성이었다. 이에 부안군은 수 차례 방제에 나서 미국흰불나방 애벌레를 잡으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여름철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흰불나방 애벌레는 선선한 가을이 찾아온 지금도 곳곳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문제는 이 쐐기벌레 형태로 생긴 미국흰불나방 애벌레가 상가와 민가 등으로 접근해오고, 사람들에게 닿으면 쏘임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과 반복적인 방제에도 불구하고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벌레가 이렇게 창궐하고 막대한 영향을 주게 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한 결과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로 인해 얼마나 더 심각한 병충해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올해 유독 심했던 미국흰불나방을 방제하기 위한 대책 마련과 함께 관련 유사 상황에 슬기롭게 대처할 방안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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