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춘 시인
김영춘 시인

부안여고에서 국어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청춘을 바쳤던 김영춘 시인의 시집 「다정한 것에 대하여」가 세상에 나왔다.
1988년 《실천문학》 복간호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민중적 서정의 세계를 그려온 김영춘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다정한 것에 대하여」는 사물과 사람에 깃든 섭리와 그 은근한 온기를 살피는 시선이 웅숭깊게 펼쳐진다. 이전 시편들이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바탕으로 고통받는 삶을 그렸다면, 이번 시편들은 현실을 살아가는 존재의 내면에 눈길을 주며 서로 다른 삶의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허용의 서정이 따뜻하게 빛난다.
시인은 인간이 갖는 욕망의 누추함을 성찰한다. 늘 흔들려서 위태로워 보이지만 살아가는 일에 온 생을 바치는 사람살이나 언뜻언뜻 스쳐 가는 경이로운 순간들을 건져 올려 ‘다정’의 세계를 그려나간다. 그리하여 시인과 우리 안에 잠들어 있는 연민과 그리움과 애틋함과 사랑의 자존을 불러일으켜 세우는가 하면 상처와 아픔을 어루만지는 일을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함으로써 자기만의 독특한 시세계를 구축해 간다.
오랫동안 교육 운동에 몸담아오며 정이 많고 깊은 사람으로 일컬어지는 김영춘 시인은 달걀껍질에 붙어 있는 깃털을 보며 “떠나게 하고 마는 일들의 견고한 바짓가랑이를/잠시”(「떠나는 일에 대하여」) 흔들어보면서, “이 나라의 슬픔으로는/아비가 돌아오지 않는 동안에/어린 것이 어미 곁에 홀로 서 있는 정도는 되어야/인간사의 다정이 제대로 피어나는 것인가”(「다정한 것에 대하여」)냐고 묻거나, 사과를 쥐는 힘에 사과의 연한 살이 움푹 파일까봐 조심하여 사과를 딴다는 농부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손가락 끝에 매달린」) 이 시대의 시들어가고 소멸하는 것들의 가치에 대하여, 이 시대의 다정에 대하여, 우리가 지녀야 할 삶의 태도와 가치에 대해 천착한다.
복효근 시인은 ‘생(生)의 가을이 연주하는 다정 변주곡’이라는 발문을 통해 “시인의 시선이 닿는 모든 두두물물(頭頭物物)이 곡진하다. 다정하다. 시인은 생의 순간순간에 마주하는 다정의 얼굴을 구체적인 국면을 통해 그려 보여주고 있어 실감으로 다가온다. 다시는 못 볼 것처럼 오래 다정한 눈빛을 건네며 다양한 빛깔로 그 다정을 노래한다. 쓸쓸함과 외로움 혹은 아픔까지도 다정으로 수렴한다”며 “다정의 배후에 자리한 슬픔과 애틋함을 보지 않고는 이 다정의 곡진함을 읽을 수 없다. 다정의 부드러운 표정, 그 안을 받치고 있는 견고한 사상을 ‘사랑’이라고 읽는다”고 말한다.
김사인 시인은 추천사에 “작위나 허세는 흔적도 없다. 방심한 듯한 시의 갈피마다 스민 순정 앞에서 읽는 이들은 하릴없이 무장을 해제 당한다”고 적었다.
김영춘 시인은 두 번째 시집 출간 이후 10여 년 만에 내는 이번 시집의 출간 소회를 이렇게 밝혔다.
“등단 무렵의 나는 교육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하고 싶던 교사였습니다. 학교 밖으로는 지역의 역량과 기틀을 세우고 싶어 하던 활동가였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시대는 시에 몰두하는 일마저도 스스로 부끄러운, 모든 것이 부족하고 절실한 시간이었다. 그러다 보니 쓰는 일은 항상 나의 주변부로 밀려나 있었다. 요즘은 문학청년 시절을 떠올리게 할 만큼 하루종일 머릿속에 시 생각이 가득하다. 이번 시집은 내가 온전히 다시 문학으로 돌아오는 시간에 묶어내는 것이라 감회가 남다르기도 하고요. 그동안 쉼 없이 생각해 왔던 나다운 시를 한두 권쯤 더 묶을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쏠쏠한 희망이 되어 주기도 합니다.”
1957년 고창 해리의 눈이 많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김영춘 시인은 시집으로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 「나비의 사상」이 있다. 
부안여고에서 오랫동안 국어교사로 근무하며 아이들을 가르친 그는 “부안과의 연이라면 부안여고에 아이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며 청춘을 보낸 곳이기도 하고, 청년이었던 김영춘의 의식이 자라고, 지금의 세계관을 만들어준 지역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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