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공연을 선보인 크라잉넛의 무대. 수어통역사(왼쪽 두 번째)가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며 실시간 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멋진 공연을 선보인 크라잉넛의 무대. 수어통역사(왼쪽 두 번째)가 무대에서 함께 호흡하며 실시간 통역을 하고 있다                                                                                                               사진 / 김정민 기자

부안군청 앞 잔디밭 광장에서 
1000여 명 관객 몰려들어 즐긴
부안 최초 락 페스티벌 열려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즐기는
배리어프리 공연에 더 큰 의미

 

1회 무경계 락페스티벌에 이어
연속적으로 저변을 넓혀갈 예정

 장애‧비장애의 벽을 넘어 누구나 락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무경계 락페스티벌이 부안에서 열려 화제다. 특히 부안의 대표적인 행정기관인 부안군청 앞마당에 무대가 차려지고, 관객들이 낮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락밴드들의 공연을 즐기는 한편, 다양한 체험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재)부안군문화재단은 장애인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제1회 부안 무경계 락 페스티벌 날다(F.L.I)’를 지난 7일 부안군청 앞에서 선보였다. 주최 측에 따르면 락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찾은 관객은 최대 1,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성공적인 행사였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장애인문화예술원의 ‘장애인 문화예술 향유사업 공모에 선정돼 이뤄진 이번 무경계 예술사업은 호남지역에서 최초로 지원해 선정된 사례다. 
사업 예산은 총 1억 원이었으며, 부안군문화재단은 이번 1회 무경계 락페스티벌에 이어 2회에는 락 공연을 비롯해 영화 등으로 저변을 넓히는 연속적인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제1회 부안 무경계 락페스티벌의 이름 ‘날다(F.L.I)’는 ▲락 공연을 즐기는 Feeling ▲비장애인이 장애 체험을 하는 무경계 체험 부스 Living ▲장애인을 만나고 대하는 태도부터, 배리어프리 행사 기획에 필요한 것들을 배워보는 무경계 아카데미 Incubating으로 구성됐다.
아직 낮설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이른바 배리어프리(Barrier free) 바람이 부안에 불어오고 있으며, 이는 반가운 일이다. 배리어프리-무경계는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비장애인이나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함께 어울려 사회의 물리적·제도적·심리적 환경을 같이 누릴 수 있도록 기존에 존재하던 장벽을 제거하려는 노력이다.

휠체어를 타고 공연을 관람한 정광원 씨도 무대 맨 앞쪽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휠체어를 타고 공연을 관람한 정광원 씨도 무대 맨 앞쪽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장애인은 문화활 동의 참여에 있어 기본적인 건물이나 시설물 접근이 어려워 문화 활동을 자유롭게 즐기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연장에 계단이 많아 휠체어가 접근하지 못하거나 점자블록이 없어 시각장애인들이 이동 방향을 찾지 못해 공연장 내부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번 락 페스티벌(Feeling)은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운영에 집중했다. 부안에서 가장 배리어프리가 잘 된 시설이 부안군청이다. 그래서 군청 앞마당을 행사장으로 선정했고, 부안군도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와 지역의 여건 등에 공감해 문을 열었다. 
부안군문화재단은 행사장 내 모든 턱을 없애고, 장애인 화장실 및 주차장 등으로 접근성을 확보했다. 청각장애인도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밴드들의 공연이 이뤄지는 동안 수어 통역사가 함께 무대에 올라 노랫말을 전달하는 액티브 수화가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또 무대 상단에서는 실시간 자막이 나왔으며, 음악에 맞춰 몸으로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우퍼조끼 등을 구비했다. 고령자와 장애인이 무대 가까이에서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공간도 확보하는 등 배리어프리 페스티벌을 구성했다.
페스티벌 출연진으로는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펑크밴드인 크라잉넛과 최근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로맨틱펀치, 밴드 멤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해 평창장애인올림픽 개막식에도 참여했던 배희관 밴드 등 총 6개 팀이 참여했다. 
공연장의 무대 반대편에서 열린 무경계 체험 부스(Living)에서는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의 상황과 생활을 몸으로 느껴보는 이른바 ‘장애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저시력장애 안경을 착용한 채 소품을 만들어 보고, 진동으로 음악을 느끼는 우퍼조끼 체험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화예술 안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더불어 지역 장애인 예술가의 작품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가 이뤄졌다.
7일 밴드공연에 앞서 지난 4일 먼저 진행된 무경계 아카데미(Incubating)는 미래의 무경계 문화예술 기획자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페스티벌 나다의 독고정은 대표, 예술가 라움콘이 강사로 참여했다. 40여 명의 지역 주민이 아카데미에 참여해 장애인과 함께 하는 배리어프리 행사를 기획하려면 ‘장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고민을 나눠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번 아카데미에 참여한 이들 중 대다수가 청년이었는데, 부안 청년들의 배리어프리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업을 담당했던 홍영선 부안군문화재단 시설운영팀장은 “부안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벽을 허물고 함께 부대끼며, 문화예술이 주는 감동을 더불어 즐기는 무경계 페스티벌을 통해 모두가 함께 살고 싶은 부안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소를 허락한 부안군청 외에도 지역사회의 이번 공연을 위한 협조와 도움도 컸다. 부안종합사회복지관 이용자들을 비롯해 지역 내 모든 장애인 협회 등 단체에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또 소방서와 방범대 등에서도 많은 인력을 투입해 질서와 안전 유지를 도맡았다.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페스티벌을 찾은 정광원(39) 씨는 “공연문화 수요가 부족하고 열약한 부안에서 처음 열린 락페스티벌이어서 기뻤다. 베리어프리로 열린 행사이니만큼 이번 행사를 계기로 대한민국 전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공연 관람을 할 수 있는 베리어프리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며 “그리고 대형 록페스벌에서나 볼 수 있는 밴드를 부안에서 보게 되어 놀라웠고 이번 공연을 통해 록을 잘 모르는 부안군민들에게도 록이 잘 알려져 지역의 공연 관람 기회가 확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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