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민 편집국장
김정민 편집국장

부안독립신문은 지난 2004년 부안 핵폐기장 반대 투쟁을 통해 창간됐고, 지금껏 19년째 참된 지역 언론으로서의 몫을 하고자 애를 써왔습니다.
저는 9월부터 부안독립신문의 편집국이라는 무거운 짐을 맡았습니다. 이 신문의 탄생과 걸어온 길을 알고 있으며, 지금도 여전히 부안독립신문의 필요성을 누구보다 깊게 느끼기에 제가 잡은 이 펜의 무게가 만만치 않게 느껴집니다.
‘어떤 기사를 써야 할지’라는 쉽지 않은 고민이 일상이 됐습니다. 이런 고민 속에 주위를 둘러보면 참으로 어려운 시절임을 절감하게 됩니다. 
지역의 인구와 출생률은 눈에 띄는 속도로 줄어들고 고령화는 심해지고, 젊은 세대는 미련 없이 지역을 등지고 있습니다. 왜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됐는지 자세히 살펴보고, 평가하는 것도 해야겠지만, 앞으로 어떤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지 따져보는 일이 더 중요합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가며 “얼마 줄 테니, 뭐 해줄 테니 부안으로 오시라”는 식의 인구정책은 큰 효과가 없다는 게 지난 수년 동안 이뤄진 정책의 결과로 드러났습니다. 
비록 숫자는 줄어들었을지언정 지역을 무대로 불가능할 것 같은 시도를 이어가는 청년들, 그리고 묵묵히 일상을 지키는 평범한 청년들은 여전히 있습니다. 이들이 미래에 지역을 이끌어갈 원동력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이들의 목소리를 더 들을 기회를 만들고, 부안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인구가 줄고, 경제적 문화적 여건을 더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지역을 넘어 시야를 넓혀보면 더 심각한 상황이 보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해결할 수는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암울하고 무시무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은 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얼마나 위험한지조차 알 수 없는 핵오염수를 “충분히 정화했다”며 모든 지구상의 생명의 근원인 바다로 내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방류 이후 지역의 수산업계는 판매 위축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천혜의 바다를 가진 부안은 조기, 갈치, 꽃게, 주꾸미 등 대표 해산물을 자랑하던 지역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무지막지한 결정을 하는 일본은 어차피 우리에겐 믿을만한 존재가 아닙니다. 어떤 책임을 말로만 요구해봐야 헛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정부가 나서서 나라대 나라로 오염수 방류를 막아서고, 국민을 지키기 위해 애써야 마땅한데 오히려 일본 편을 듭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목격하면서 우리 지역의 정치권은 이 사안과 관련해 너무나 조용합니다. 지역을 대표하고 운영하는 단체장은 말 그대로 입도 뻥긋하지 않습니다. 혹여나 속좁은 위정자의 눈 밖에 나 예산이나 지원이 줄어들까 걱정해서일까요. 이는 마치 터무니없는 잘못을 저지르는 아버지를 곁에서 지켜보면서도 바로 잡거나 옳은 말 한마디 못 하고, 그저 용돈이 끊기거나 줄어들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처럼 느껴집니다.
엄혹한 시기일수록 올바른 편에 서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고, 치러야 하는 대가는 컸습니다. 아무나 갈 수 없는 길이며, 할 수 없는 말이라서 쉽게 하지 못함은 대체로 이해할 것입니다. 그러나 역사는 치를 대가를 알면서도, 두려움을 넘어 올바름으로 나아간 이들을 높이 사고 기린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전혀 반갑지 않은 기후 위기의 문제도 몹시 심각합니다. 모든 국정과 군정 목표에 기후 위기 해결이 함께 들어가도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런 흐름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기후 위기, 탄소중립’과 같은 용어를 토목과 건설사업의 명분으로 삼는 이른바 그린워싱만 자꾸 보입니다.
그리고 이런 심각한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하거나 움직이는 이들도 지역에선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안독립문은 끊임없이 기후 위기를 말하며 대책을 찾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그를 찬성하는 세력들에게 어김없이 날 선 비판을 쏟아낼 것입니다. 혹자는 이런 부안독립신문에 “독자의 눈높이나 군민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먼 제 하고픈 말만 한다”고 쓴소리를 전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해야 합니다. 해마다 더 선명하고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기후 위기의 증거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야말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정면으로 바라보며 지금 당장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대의 제일 과제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비록 시작되었지만, 그렇다고 끝이 아닙니다. 오늘 바다가 이미 죽은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해서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가게 둔다면 유한한 바다는 오염수가 될 수밖에 없고, 죽음의 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껏 흘러 들어간 오염수는 대자연의 힘에 맡겨 정화하고, 지금이라도 오염수 밸브를 잠그는 일이 정말 시급합니다. 그리고 지금껏 방류로 인해 받은 수산업계의 피해도 따져보고, 보상도 꼭 받아내야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부안독립신문의 지면을 통해 끊임없이 전달하면서 많은 분과 토론하고 지혜를 모아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이야기를 듣는 릴레이 기고를 받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지역 언론으로서의 사명은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허튼 길로 빠지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울타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안독립신문은 핵폐기장 유치에 맞서 싸웠던 그 힘으로 태어났고, 지금껏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이제는 개발의 시대, 건설의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다가올 미래에 우리가 마주할 과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어떻게 하면 부안 사람들이 지역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토론의 장을 열겠습니다.
시절이 바뀌고, 매체의 기반이나 사람들의 컨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면서 신문의 위상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그렇지만 앞서 말씀드린 시대의 흐름과 상황 속에 부안독립신문이 해야 할 역할은 여전히 분명합니다. 늘 올바른 길을 써나갈 수 있도록 독자 여러분의 쓴소리와 따뜻한 성원이 간절합니다. 지금껏 넘치는 사랑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더 많이 부탁드립니다.
모쪼록 독자님들과 군민들 모두 반가운 가족 친지와 둘러앉아 즐거운 대화, 맛있는 음식 나누는 행복한 한가위 되시길 마음 깊이 기원합니다.

저작권자 © 부안독립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