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규홍 부안독립신문 독자위원회 위원장
염규홍 부안독립신문 독자위원회 위원장

서이초 교사의 사망 이후 2달 동안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토요일마다 서울에 모여 집회를 열며 추모와 규탄, 재발방지를 위한 법개정 요구 등을 이어가고 있다.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기만 하면 지자체의 조사와 경찰의 수사를 받도록 한 아동학대 관련 법때문에 교사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를 개정하라는 요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한 초기에는 교권 침해의 원인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소환되기도 하였다. 학생인권 때문에 교권침해가 발생하고 있고, 학생인권조례에서 학생의 권리만 강조하고 책임은 없어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교사들이 대응할 수 수단이 없다는 주장도 많았다.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있는 7개 시도 중에서 서울시를 비롯하여 일부 시도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하거나 학생의 권리를 제한하고 책임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7월 28일 국회에 출석한 이주호 교육부장관은 서이초 사건이 교권 추락에서 발생한 것이며, 2010년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한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교권이 추락했다며 학생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보았다. 교육부에서 확인한 작년 2022년 교권침해 사건은 3,035건이며, 이 가운데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7개 지역에서 발생한 사건은 1,830건으로 60.3%였으며, 이 지역의 학생은 전국 학생의 62.1%로 학생수 대비 교권침해 사례가 적었다. 교권침해는 학생인권조례 유무와 상관없이 전국적으로 비슷하게 발생하고 있음에도 현 정권을 비롯하여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 이들은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같은 점은 정의당 정책위원회에서 7월 25일 발표한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지역과 없는 지역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통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있는 광역시도의 교사 수를 합쳐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를 산출한 결과, 2017년 0.59건→ 2018년 0.53건→ 2019년 0.61건→ 2020년 0.27건→ 2021년 0.51건으로 매해 평균 0.5건이 발생하고 있고,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시도의 교원 100명당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17년 0.61건→ 2018년 0.60건→ 2019년 0.62건→ 2020년 0.29건→ 2021년 0.54건으로 매해 평균 교원 100명당 0.54건이 발생하였다. 이 통계에 의하면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에서 교육활동침해가 더 많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학생인권조례를 공격하는 이들은 학생의 권리만 지나치게 강조되고 책임 조항이 없어 교권 침해가 일어난다고 주장도 하고 있다. 수업시간에 학생이 자고 있어도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주장 때문에 깨울 수가 없고,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사용해도 통신비밀의 자유를 침해할 수 없어 이를 제지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한다. 
학생인권조례에 책임 조항이 없다는 것 또한 사실과 다르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고,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는 이에 더 나아가서 학생이 교사나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는 관련 법령과 학칙에 의해서 책임을 진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4조(책무)

⑤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 및 다른 학생 등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⑥ 학생은 학교의 교육에 협력하고 학생의 참여 하에 정해진 학교 규범을 존중하여야 한다. 

* 전라북도 학생인권조례 제4조(책임과 의무)

① 전라북도교육감(이하“교육감”이라 한다)은 교육·학예에 관한 정책을 수립할 때 학생의 인권을 실현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② 학교의 설립자와 경영자, 학교의 장, 교직원, 학생의 보호자 등은 학생 스스로가 인권을 학습하고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고, 타인의 인권을 존중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③ 학생은 인권을 학습하고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학생이 교사,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에는 관련 법령과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진다.
④ 교육감과 학교의 설립자와 경영자는 학생의 교육활동에 적합한 교육시설과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제정된 이후 어떤 인권 관련 조약이나 법률도 자신의 권리를 무조건 향유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다고 규정한 바가 없다. 

* 세계인권선언 제29조(의무와 제한) 

2. 모든 사람이 자신의 권리와 자유를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러한 권리와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즉, 타인에게도 나와 똑같은 권리와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존중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 그리고 민주사회의 도덕률과 공중질서, 사회 전체의 복리를 위해 정당하게 요구되는 사안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제정된 법률에 의해서는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조항을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극장에서 영화 관람 중에 내 권리라며 전화통화하는 사람을 인정할 수 없듯이 수업을 방해하는 전화통화를 학생의 권리라고 존중할 수는 없다. 수업시간에 자는 것을 휴식권으로 인정하는 학생인권조례는 없으며, 기숙사에서 12시가 넘도록 공부해야 한다며 강제로 재우지 않을 경우 건강권이나 휴식권, 수면권 등을 내세워 이를 저지하는데 사용할뿐이다.
전북학생인권조례 제4조에서 알 수 있듯이 인권에서의 책임에는 우선 교육감이나 설립자, 학교장 등 인권 보호 의무 주체(국가 포함)의 인권 보장 책임, 두 번째로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을 인권 향유자의 책임, 더 나아가 타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연대할 책임 등이 있다. 
학생인권조례의 책임 조항이 너무 간략하다면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처럼 학생들이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더 자세하게 규정할 필요는 있겠다. 뉴욕시 학생권리장전에는 5장 전체에 학생이 지켜야 할 24개항의 책임 항목이 있다. 제 시간에 출석하고(1항), 교실이나 학교 건물을 출입할 때 학교 규정을 준수해야 하며(3항),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지 않아야 하며(5항), 학생, 교사와 교직원에게 예의바르게 대해야 하고(10항), 학생회의 선거에 참여하고 투표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13항), 집회 참석을 원하지 않는 학생들의 결정을 존중하며(19항), 학교 징계 규정을 숙지하고 학교 규정을 준수하고(22항),  다른 학생들에게 학교 규칙과 관례 등을 따르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등 아주 자세하게 책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장전에는 학생들이 나이, 인종, 신념, 성별, 성정체성, 성적 지향, 몸무게, 혼인 여부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러한 학생들을 존중하고 비방하지 않아야 할 책임(9항)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학생인권뿐만 아니라 교사인권도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교육청의 인권 관련 조례가 제정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공동체는 구성원 모두가 인권을 향유할 수 없다. 모든 이들의 인권이 보장되는 학교에서 가장 약자인 학생들의 인권도 제대로 보장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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