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소 어시장 모습
곰소 어시장 모습

오염수 방류 이후 품목별로 영향 달라
활어회 20~30% 수준으로 가장 타격 커

 

방류반대 목소리 높이던 어업인 단체는
우리 수산물 안전성 부각으로 방향 선회
소비자, 생산자, 판매자 모두 
앞으로가 문제라는 인식에 대부분 공감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지난 달 24일부터 결국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바다가 더는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감이 극도로 높아지며, 수산업에 가장 먼저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일본이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던 때부터 줄곧 도마 위에 올라 악영향을 받아왔던 수산업계는 실제로 지난 24일 방류가 ‘시작’되자 판매량 감소를 절감하고 있다.
부안은 전어와 꽃게, 주꾸미 등을 생산하는 서해안의 대표적인 지역이며, 부안상설시장을 비롯해 격포, 곰소 등 수산물 판매도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기에 오염수 방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방류 이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매출 감소가 발생한 품목은 생선회다. 바다에서 방류 이후 잡아 올렸을지 모른다는 생각 탓인지 회 판매량은 반 토막 났다. 곰소어시장에서는 회 판매량이 평소의 20~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하고, 격포도 마찬가지로 평일에는 한 명의 손님도 받지 못하는 날이 있을 정도다.
시장을 찾아 횟감을 고르는 손님들이 ‘일본산은 확실히 팔지 않는지, 이 어종들은 안전한지’ 따지며 불안해하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전언이다.

한산한 곰소 어시장
한산한 곰소 어시장

 

반면 추석을 앞두고 말린 생선이나 갈치, 조기와 같은 품목은 오히려 판매량이 늘었다. 주춤했던 천일염과 젓갈 사재기 판매량도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추세다. 비교적 장기 보관이 가능한 건어물 품목도 일부 사재기가 눈에 띈다. 이는 방류 이전에 잡혔던 물고기는 안전하고, 아직은 괜찮다는 인식 덕분인 것으로 읽힌다. 아직은 우리 바다에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았다는 생각에 지금 마지막으로 해산물을 소비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앞으로다. 활어회를 시작으로 급감하기 시작한 판매량과 수산물 기피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할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격포에서 만난 상인 A씨도 “지금 당장에야 어느정도 먹고, 팔고 한다지만 앞으로가 정말 문제다. 이런 식으로 수산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다면 누가 사 먹겠나. 할 만큼 하다 더 나이 들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뿐이다”라고 우려를 전했다.
오히려 언론에서 계속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조명하고, 수산업에 대한 영향을 다루면 다룰수록 수산물 소비만 위축되고 수산업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부안상설시장 상인 B씨는 “(오염수가) 지금 당장 우리 바다에 영향이 온 것도 아니고, 일본산을 가져다 파는 것도 아닌데 판매량이 너무 떨어졌다. 물론 일본이 방류를 멈춰야만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우리까지 나서서 그럴 얘기를 할 수가 없다”며 “언론에서 뭐라고 할 때마다 수산업은 영향이 너무 크다. 차라리 보여주지 말고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잊게 될 거라고도 생각한다. 당장 앞으로 뭘 해 먹고 살아야 할지 걱정인데, 우리 정부는 그런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은 생각도 없다는 게 더 힘빠진다”고 토로했다.
누가 떠들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잊고 잠잠해질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나 오염수 방류가 계속되는 한 바다는 다시 안전해지지 않는다. 오염수 방류를 멈추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임을 알지만, 손님들의 생각이 수산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는 마당에 상인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어 큰 목소리를 내기도 꺼려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본은 후쿠시마 발전소 내 보관된 총 134만t의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향후 30년간 바다로 하루 460t씩 오염수를 방류하겠단 계획이다. 
그러나 현재 불가능한 사고 원자로를 폐로할 수 있어야 추가 오염수가 발생하지 않고, 방류를 멈출 수 있다. 일본이 장담하는 2051년에 사고 원자로를 폐로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현재는 사고 원자로를 폐로할 수 있는 기술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또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동안에도 매일 140t 정도의 오염수가 새로 생산되기 때문에 이 방류가 언제 끝날지는 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격포항에 걸린 현수막들
격포항에 걸린 현수막들

한편, 방류가 시작되기 전까지 ‘방류 반대’를 주장하던 어업인 단체들은 방류가 시작되자 ‘우리 수산물의 안전함’을 부각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기존 방류 반대 구호를 담은 현수막을 내걸었던 이들은 우리 수산물이 안전하며, 정부가 수산업계 피해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현수막으로 바꿔 걸었다. 
부안, 격포 등 수산물 시장들도 일본산은 전혀 수입하지 않으며, 판매 중인 수산물이 안전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현수막을 내걸고 캠페인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염수 방류로 인해 벌어지는 상황을 보며 미래를 위해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지금의 소비 문화와 풍토를 바꿔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곰소 상인 김금선(53) 씨는 “지금 당장에야 먹던 수산물이니까 먹지만 앞으로는 정말 문제다. 회부터 시작해 판매가 엄청나게 줄어들었고,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미래가 없다는 것처럼 무력하게 느껴지고 정말 슬프다”며 “어쨌든 지금보다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 무엇이 문제인지 살피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지금처럼 생각 없이 소비문화를 이어가서는 안 된다고 본다. 미래세대를 위해서 특히 더 그렇다. 에너지를 비롯해 모든 것의 소비를 줄이고, 이렇게 위험한 핵발전도 계속 줄여가야만 미래를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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