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에서 철수 중인 잼버리 부지 모습
새만금에서 철수 중인 잼버리 부지 모습

 

세계 잼버리 사실상 파행으로 끝나

개영식부터 온열환자 발생해 휘청

영국 등 조기 퇴소, 끝내 중도 마무리

 

매립 목적 둔 탓에 부지 조성 소홀

폭염과 태풍 등 기후 탓도 있지만

배수, 화장실, 의료 등 인재에 가까워

 

새만금도 잼버리도 모두 토건만 이득

잼버리 파행을 통해 보전 가치 찾고

새만금 환상 깨보자 의견 더해져 

“역사가 책임을 물을 것”
이원택 국회의원이 1년 전 새만금 잼버리를 두고 여성가족부 장관을 향해 던진 말이다.
Draw Your Dream!(드로우 유어 드림)이라는 슬로건아래 12일간의 잼버리가 열렸지만, 역사가 책임을 묻는 시간이 오기까지 채 이틀이 걸리지 않았다. 개영식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등 입소 첫날부터 각종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미래로 세계로 향하겠다는 부안군의 계획도 공허한 외침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부안에서 열린 새만금 잼버리가 사실상 파행으로 마무리됐다. 영국, 미국 등 주요국들이 4일 만에 조기 퇴소한 데 이어 태풍 카눈을 이유로 지난 8일 주된 영지인 새만금을 떠나 전국으로 흩어져서다. 운영 미숙이나 시설 부족을 원인으로 꼽는 지적도 있고 정부와 지자체 간 책임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파행의 근본적 원인이 새만금 개발사업 자체에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기됐다.

갯벌 매립 도구로 전락한 잼버리

세계 4만여 명의 청소년을 새만금으로 오게 한 것은 전라북도의 노력이 컸다. 
전라북도가 지난 2018년 발행한 제25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유치활동 결과 보고서에는 전라북도가 잼버리를 유치하려는 진정한 속내가 담겨있다. 바로 새만금 개발과 부지 매립이다.
보고서에는 잼버리 이후 전북의 미래를 두고 ‘하늘길, 바닷길과 사통팔달 도로망으로 교통물류 중심지로 도약’, ‘새만금을 신성장축으로 지역발전 가속화’라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잼버리를 발전의 대상으로 삼은 듯 보인다 이 중에서도 잼버리가 열리기로 한 새만금 내 ‘관광레져지구와 국제협력 용지를 매립지 상태로 제공가능하다’는 문구는 잼버리를 통해 매립을 가속화 하겠다는 계획을 잘 나타내고 있다. 이에 맞춰 전북도는 잼버리 부지 기반 조성을 위한 예산 5천억을 요구했다.
왜 잼버리였을까?
새만금 사업은 1987년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시작했다. 농지 확보와 낙후된 전북을 발전시키겠다는 이유에서였다. 찬반 논란 속에 1991년 11월 착공에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2006년 4월 물막이 공사가 마무리됐다.
그게 끝이었다. 이후 30년 가까이 새만금은 개발과 발전이라는 장밋빛 환상 말고는 어떠한 효과도 내지 못했다. 지난 2013년 새만금 개발청이 세워졌고 10년이 지났지만, 벌판 그대로다. ‘갯벌을 살려 내라’ 등 새만금 허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를 이용한 것은 정치권이다. 기업 유치를 위해서는 도로와 항만, 공항 같은 사회간접자본 시설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을 노렸다. 지지부진한 갯벌 매립도 가능하게 하고 적정한 성과도 올릴 수 있으며 막연한 기대감을 구체화 하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찾은 것이 바로 잼버리다.
부안군도 발을 맞췄다. 장소만 제공할 뿐 권한이 미미한 지자체라면서도 새만금 잼버리과를 신설하고 ‘성공적인 잼버리 유치’를 목표로 온갖 국제행사에 출장을 따라갔고 잼버리가 부안군의 발전을 이끌 것이라는 이유로 활동장을 조성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개발을 이어갔다.
이런 빠른 셈법이 자연에서 함께 공존의 방법을 찾는 순수한 도전정신을 ‘개발의 도구’로 이용한 것이다. 달콤한 경제 유발 효과도 빠지지 않았다. 결과보고서는 잼버리 개최 경제 파급 효과를 3조 7천억 원으로 예상했다.
파행으로 끝난 잼버리, 이후 경제 효과는 과연 얼마일까도 의문이고 따져봐야 할 문제다.

잼버리를 떠나는 외국 참가자 일행
잼버리를 떠나는 외국 참가자 일행

 

예견된 실패, 국제적 망신으로

새만금 내 사통팔달 도로 개설과 매립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정부와 전라북도에게 남은 일은 12일짜리 잼버리 행사였다. 하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주무 부서인 여가부는 정권 교체에 맞춰 폐지 위기에 놓였고 잼버리 관련 예산은 요구한 데로 배정되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바꾸기 어려운 갯벌 야영지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였다.
잼버리가 열린 곳은 과거 해창뻘로 불린 곳이다. 바지락이 많이 나올 만큼 갯벌의 질이 좋았다. 수백, 수천 년을 지나는 동안 퇴적과 침식, 생명의 탄생과 죽음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갯벌은 흙 입자가 고와 물 지님이 좋을 뿐만 아니라 마르면 미세먼지처럼 바람에 날리기도 한다. 새만금 잼버리 부지는 모두 갯벌 흙이다. 새만금 호 바닥에 있는 갯벌 흙을 퍼 올려 성토했기 때문이다. 실패 우려는 그때부터 나왔고 비만 오면 물바다 되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
갯벌 흙은 소금 끼가 있어 보통의 나무가 자라기 어렵고 유기물이 많아 벌레도 많이 모인다. 잼버리 야영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없었고 화상벌레에 물린 청소년이 많이 발생했다. 수만 평의 야영지를 평지로 조성하느라 개최 전까지도 곳곳에 물웅덩이가 있었다. 급기야 아이들을 플라스틱 팔레트 위에서 잠들게 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폭염도 찾아왔다. 인간의 오만함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전북도가 잼버리 유치 과정에서 세계인에게 보여준 조감도는 현실과 달랐다. 나무가 우거지고 유유히 강이 흐르고 있다. 조감도는 조감도일 뿐이었다.
화장실과 샤워실 등 기반 시설과 함께 식품이나 의료시설의 부실함도 대두됐다. 영국 잼버리가 조기 퇴소를 결정한 이유기도 하고 파행의 원인이 폭염 등 기후보다 인재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회 개최를 앞두고 여러 언론매체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다뤘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도의원도 의정 활동에서 문제를 제기했었다. 하지만 정부나 조직위가 ‘잘하겠지’라는 생각 때문인지 지적 이상을 넘지 못하고 문제를 그대로 안은 채 잼버리가 개최됐다. 결국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각종 대책이 나오기 시작했으며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난이 들렸다.
비난은 내부에서도 나왔다. 지난 8일 조기 퇴소 때 만난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30년 넘게 잼버리에 참가했지만, 이번과 같이 엉망인 곳은 처음”이라며 “수백만 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내고 왔는데 시설이 너무 안 좋아 실망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잼버리 부지를 갯벌 위에 일반 흙으로 성토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내놨다. 하지만 종합하면 잼버리 이후 농지로 이용할 계획이라 추가 성토는 처음부터 계획에 없었다. 실제 포장된 진입도로나 설치된 다리의 높이를 볼 때도 가까워 손쉬운 갯벌 흙 말고는 계획이 없었다.

잼버리 유치 후 작성된 결과보고서에 소개된 조감도.
잼버리 유치 후 작성된 결과보고서에 소개된 조감도.

 

새만금과 잼버리의 공통점

잼버리 대회에만 1,200억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갔으며 야영장 부지 조성에도 5,0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됐다.
새만금 방조제에는 더 많은 돈이 투입됐다. 방조제를 만드는데 3조 원, 용지조성에 2조 6천억 원, 기반시설에 3조 원, 수질개선에 2조 4천 억 원, 총 12조에 가까운 세금이 들어갔다. 앞으로도 수 조 원이 더 들어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잼버리와 새만금 사업의 최대 수익자는 누구일까?, 바로 토건업자다.
잼버리가 파행으로 끝나면서 책임공방으로 시끄럽지만, 다수 군민은 “이럴 거면 잼버리를 뭐하러 했느냐”는 질타를 내놨다. 많이 들어본 질타다. 새만금 방조제가 완성되고 황폐화된 갯벌을 보며 내뱉던 “뭐 하러 바다를 막아서”라는 푸념과 일부 맥이 같다.
잼버리를 잘 치르지 못했다는 데에서 오는 불편한 마음과 개발 논리에 갯벌을 잃어버린 안타까움이 공통으로 느껴진다.
토건 업자 등 얻는 자가 있으면 잃은 자도 있기 마련이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참가비를 낸 잼버리 대원일 수도 있고 갯벌에 기대어 살던 어민들일 수도 있다. 세금을 낸 국민 전체가 될 수도 있다. 굳이 특정하자면 가장 큰 피해는 부안군민이다. 세계 최악의 방조제가 된 새만금과 국제적 망신이 된 잼버리로 망가진 부안군민의 마음과 이미지는 값을 따지기 어려울 만큼 크다. 그래서 새만금과 잼버리는 닮았다.

새만금 공사 이후 30년이 지났다. 그동안 해창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 껍데기를 쌓았다면 없어진 해발 220여 미터의 해창산을 넘었을지 모른다. 개발과 발전의 시대가 지나고 보전과 보호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경제적 자원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번 잼버리를 계기로 새만금을 다시 보고 개발 논리의 허상을 깨자는 요구도 있다.
잼버리 센터에서 차량 통제를 하던 군민 A 씨는 “야영도 못 하는 곳에 도시를 세운다니 웃긴 일”이라면서도 “잼버리에 많은 봉사자가 투입되고 부안군도 성공을 위해 노력했다. 공무원들도 매일 나와서 힘을 보탰으며 군민들도 외국에서 온 손님을 맞이하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며 “할 만큼 했으니 큰 사고 없이 끝난 것을 다행으로 삼아야지 이제와서 어쩌겠냐”고 한숨 섞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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